지난 2016년 10월 6일, 경향신문 70주년을 맞아 발간된 신문1면이 사람들 입을 오르내렸다. 컵라면, 삼각 김밥, 낮은 최저임금 등 청년이 겪고 있는 문제를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올 초부터 ‘청년’을 화두로 점점 커지고 있는 불평등의 문제, 청년세대에 만연한 불안 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특집기사들을 내보냈다. 그리고 우리 사회도 ‘청년’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출산’, ‘부모세대의 붕괴’ 등 향후 한국 사회를 뒤덮을 문제들은 정치 및 사회가 청년문제 개입하는데 커다란 동기가 되었다.

13d024912b15d11c25203fe38f2948fc[인터넷 상에서 큰 화제가 된 경향신문 1면 디자인]

지난 총선에서 너나할 것 없이 거의 모든 후보와 정당들이 청년세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내세웠으나 청년들의 반향은 일어나진 않았다. 여전히 청년세대는 정치가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정치는 자신과 동떨어진 세계라는 인식이 크다. 이런 정치에 대한 불신의 틈새에서 서울특별시를 시작으로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되고 있다. 2016년 8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2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다른 이름이지만 ‘청년기본조례’와 맥을 함께 하는 조례들이 만들어졌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에서 3번째로 2015년 8월에 청년기본조례가 만들어진 광역자치단체다. 2016년 1월에는 시흥시, 4월에는 수원시, 6월에는 안양시에서 청년기본조례가 만들어졌다.

청년기본조례는 청년의 참여기회 확대 및 자립기반 형성을 통해 청년의 권익증진과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불평등이 사회의 여러 분야에 걸쳐 드러났고, 이러한 청년들의 삶의 조건 변화가 다양한 분야에서 권리 제한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바꿔내고자 지역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한 것이다. 청년기본조례의 제정은 청년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개인의 탓이 아닌 사회구조의 책임이라고 인식한다는 점부터 의미가 있다. 서울특별시를 시작으로 ‘유행’처럼 청년기본조례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각 지자체에서 청년기본조례 제정의 숨은 의미 등을 한껏 활용하여 정책이 실현되고 있는지는 되돌아봐야 할 문제다.

경기도는 박창순(성남2, 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이 발의하여 지난 해 8월 청년기본조례가 만들어졌다. 청년의 전반적인 삶의 영역을 다루는 내용이 담긴 조례지만, 청년정책을 담당할 부서 등은 정하지 않았다. 조례의 내용 중 일자리와 관련한 부분은 일자리정책과에서 담당하는 등 조례의 내용은 쪼개지고, 또 쪼개져 청년의 삶 전반적인 부분을 유기적으로 계획하고, 정책을 실현하는 효과는 내고 있지 못하다. 특히, 최근 남경필 도지사가 2기 연정에서 합의한 ‘경기도 청년수당’의 경우 역시 청년기본조례를 기반으로 진행한다고 보기 어렵다. 경기도는 부랴부랴 2015년 12월에 (재)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을 통해 ⌜경기도 청년정책의 기본방향과 추진전략⌟을 보고서로 발행했지만, 제대로 된 청년정책을 설계하고 펼치기에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반면, 시흥시는 청년기본조례 제정 과정부터 달랐다. 청년정책을 담당할 공무원이 우선 선정되었고, 청년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청년들의 필요에 의해 청년기본조례 제정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관심, 특히 부모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시흥시 청년들은 ‘주민발의’ 형식으로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했다. 헌법 제1조에 나와 있는 ‘국민의 주권’을 경험하고 실현한 경험이 극히 적은 청년들이 사회의 주체가 될 기회를 다방면으로 보장하는 것을 조례내용에 담았다. 청년정책을 심의하고 의결할 수 있는 청년위원회 설치 뿐 아니라 청년정책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으며 협의체의 사무국을 두고 보다 안정적이고 전문적으로 청년정책을 다룰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특히, 최근 7월에 개정되고 신설된 항목이 인상적이다. 청년의 참여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청년이 더 강하게 연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시장의 책무로 규정하였고, 청년의 사회참여 보장 및 활동 촉진을 위해 활동비 등을 지급할 수 있다고 한 조례내용도 있다. 서울특별시의 경우에도 이 조례내용을 근거로 ‘청년수당’ 등을 시도하고 있다.


청년기본조례 제정운동을 진행한 많은 청년들이 부딪히는 문제들을 살펴보며 근본적인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기성세대는 자신이 청년이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다들 겪는 어려운 시기고 ‘아프니까 청춘’이라 이야기하면서 사회구조적인 원인을 가리기도 한다. 때로는 상황이 모두 다른 청년들을 예로 들며, 도대체 ‘청년문제’에서의 청년은 누구냐고 되묻기도 한다. 청년주거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기 집이 없는 국민이 절반인데 청년들은 집을 달라는 것이냐며 최소한의 주거 기준에도 못 미치는 곳에 살고 있는 청년들의 현실을 외면하기도 한다. 한편, 청년문제를 청년-문제라고 생각하는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불쌍하니까’ 도와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사회의 선별적 복지의 관점에서 ‘수혜자’로서 청년을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청년기본조례는 ‘존엄’한 삶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는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존엄’을 찾게 하려는 시도이다. 더불어 시민으로서의 경험을 축적하고 권리를 실현할 ‘정치적 주체’가 되기 위한 시도이다. 그렇기에 청년기본조례의 내용과 추진 방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지난 해 말, 고양시에서도 청년들이 ‘고양청년네트워크파티’의 이름으로 청년기본조례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필자를 포함한 몇몇의 청년들이 ‘고양시 청년기본조례제정의 필요성 및 추진방향’에 대한 연구를 경기도 따복공동체의 지원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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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정치인들의 입에서 ‘청년’이 호명되며, 유행처럼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되고, 여전히 누군가를 선별해야만 하는 ‘청년수당’이 논의되거나 집행되고 있다. 이 속에서 ‘존엄’한 삶을 위한 정책 실현을 위하여 보다 심도 깊은 논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에서 잘 드러나지 않고 있는 제도 밖의 더 많은 청년들이 ‘사회안전망’이라는 제도 속에 들어오게 하기 위한 노력 역시 필요하다.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오직 3개의 시에서만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되었다. 더 많은 시·군에서 각 지역의 특징과 경기도의 특성을 보다 잘 반영한 청년기본조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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