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노동자가 본 세상 #5] 아침에 엄마 나갈 때 너무 울더라고

어스름한 저녁 유명 식당으로 콜 배차가 떴다. 찾아간 곳에서 한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분들이 차에 탔다. 낮부터 마시고 노래방에 가는 눈치다.

나이 드신 어머니들의 수다는 무게감과 여유가 있다. 살아온 경험이 많다보니 말하는 느낌에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해주고 남편얘기며 가족얘기며 살아가는 얘기가 주로 오가던 도중,

“뭐, 사랑이를 어쨌다구?”

갑자기 세 옥타브쯤 올라간 톤의 놀란 목소리에 차내 모든 대화가 일순간에 정지되고 긴장감이 흐른다. 뒷좌석의 한 어머니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나, 미치겠어. 어쩌면 좋아. 그걸 왜 혼자결정하고 그래?”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그래서 지금 어디야? 그 아이가 누군지 좀 찾아봐, 이따 빨리 갈 테니!”

심란한 목소리로 통화가 끝나고 분위기가 한 순배 돌자 옆 좌석의 어머니가, “동생이 뭔 일 있는 가보다” 간접화법으로 마음을 끌어낸다. 역시 기다림을 이용한 대화법에 익숙한 분이다. 심란한 어머니가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글쎄 아저씨가 강아지를 데리고 나갔다가 지나가던 초등학생이 달라고 하자, 그냥 줘버렸다잖아!”

“어머, 키우던 강아지를? 무슨 종인데?”

“마르치스예요”

“똑똑하고 예쁜 강아지인데 속상해 미치겠어!“

울먹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룸미러로 흘끗 보니 이내 눈물이 주룩 흐른다. 짧은 시간이 흐르고 조수석의 언니가 덧붙인다.

“개를 싫어하시나 보다.”

“너무 싫어해서 조심하고 그래도 안 되겠더라구, 그래서 주변에서 예뻐해 줄 사람한테 주려고 했었어!“

그새를 못 참고 일방적으로 처리해버린 게다.

“개가 똥오줌 잘 가리냐?”

“아냐, 그게 잘 안되니까 더 싫어했어!”

여기저기 싸질러 제끼니 더욱 구박하고 싫어했단다. 매일 깨끗이 씻기고 재우면 자꾸 엄마한테 기어들어와서 함께 잠자고 그랬던 강아지란다.

“아침에 엄마가 나가는데 유독 오늘 따라 자꾸 울고 떨어지지 않더라고!”

그래서 이상한 느낌이었단다. 3년간 애지중지 키웠던 반려견과의 생이별에 가슴이 아팠던지 일행과의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집으로 달려간다. 할머니의 아들 겸 친구인 반려견이 오늘밤 얼마나 두렵고 불안하게 보낼까? 괜한 걱정을 해봤다. 사랑이를 함부로 줘버린 할아버지에게 한마디 하련다.

“개에게도 개권이 있다. 반려견을 함부로 취급하지 마라!”

할머니와 사랑이가 재회할 수 있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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