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노동자 눈으로 본 세상 #6] 더러운 갑질 + 둘 다 쏴버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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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갑질>

1차가 끝나고 2차를 하러 가는 손이었다. 공기업 고위직 1명과 부하 직원 4명이 두 대로 나눠서 강남 유명 룸살롱으로 가잔다. 차를 몰고 가는 내내 부하 직원들 앞에서 자기자랑에 위세를 유별나게 떤다. 가는 도중 몇 차례 걸려온 사람과 통화를 하더니 도착 즈음 통화 연결을 한 후, 기분 나쁜 투로 대뜸!

“사장님 나 그냥 직원들 하고 돌아 갈 랍니다.”

하고 내뱉는다. 폰 너머에서 투박하고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아니 내 체면이 있지, 차장이 마중 나온다는 게 말이 됩니까? 내 술 못 먹어서 환장한 놈도 아니고 그냥 차 돌려서 우리끼리 마실 랍니다.”

사장 네가 마중 나오라는 협박이다. 얻어먹는 주제면서 갑질이 심하다. 한참을 꼬장꼬장하게 통화한 후 차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사장인 듯한 사람과 직원 두 사람이 함께 마중 나와 있다. 내 판단에 그날 도우미까지 포함해 술값은 최소 4~500이상 나왔을 것이다. 협력업체 또는 하도급 관계에서 이런 일이 아직도 비일비재 하겠으나 공기업의 문화가 이렇구나, 새삼 신기했다. 김영란 법이 필요한 이유를 다시 느낀 시간이었다. 공무원보다 더 나쁜 공기업의 더러운 갑질에 비위 상했다.


<둘 다 쏴버릴 거예요>

이 글은 사실 조심스럽다. 그 날도 거리에서 집에 데려 달라는 불쌍한 중생들을 위해 굳은 맘을 먹고 시작한 대리운전의 첫 번째 손이었다. 1시간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두 시간 정도 걸려 데려다 주었다. 나보다 나이는 세살인가 위였다. 22년 가까이 부부관계는 비할 데 없이 좋았단다. 직장도 안정적이어서 돈도 제법 모으고 부부가 함께 여행도 참 많이 다녔단다. 아이들도 다 성장해서 이제 더 여유가 생길 무렵이던 때, 2006년 살던 아파트값이 오르자 아내가 우겨서 신도시의 새 아파트를 무리해서 분양 받았단다. 막차를 타서 다시 값이 1억 가까이 떨어지면서 싸움이 잦았단다.

“거봐 내가 그냥 살자고 했잖아! 출퇴근 거리도 길고 피곤해!”

가끔씩 안하던 투정도 부렸지만 그런대로 참고 살았는데, 아내는 동네 여자들과 웰빙도 하고 새로 시작한 동호회 활동 한답시고 바쁘게 돌아다녔단다. 출퇴근 거리도 길어지고 부동산 폭락에 직장일도 꼬이면서 조금씩 ‘정년스트레스’를 느낄 즈음 사단이 났단다.

아내가 동호회 남자들과 툭하면 술 먹고 늦어져서 감이 안 좋았단다. 그래서 본인도 그 동호회에 가입하고 활동하면서 알아보니 한동안 괜찮은 듯 하다 분위기가 묘해서 흥신소에 의뢰를 했고, 불륜을 확인 했단다. 그 날이 부부관계가 끝난 날이다. 온갖 분노를 다 퍼붓고 둘 다 죽으려고 했단다. 경찰이 출동하고 아내는 피신했다.

나와 만난 날은 마침 동호회의 1년 활동 중 가장 큰 행사가 있는 날. 내게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주며 ‘들어가서 아내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며 간절히 요청했다. 손님을 가장해서 모임 장소에 가서 둘러보니 사진에서 본 유별나게 예쁜 미인이 남녀 사이에서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차로 돌아와 손의 아파트에 주차하고 내려주자 고맙고 답답하다며 차 뒤 트렁크로 내 손을 잡아 끈다. 엽총이 보였다

“기회 봐서 둘 다 쏴 버릴 거예요”

섬뜩했다. 남자의 분노는 어디까지일까? 담배 끊기 전이라 한참을 함께 담배 피우며 남자의 아픈 상처를 보듬어 주었다. 그날 이후 한동안 사회면 뉴스를 자꾸 검색하곤 했다. 평소 부부의 이혼귀책 사유는 대부분 50:50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날만은 남자:여자:부동산이 30:30:40이란 생각을 해봤다. 그 손이 집착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길,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길 빌어 본다.

여보세요!

남녀노소 희로애락은 본인 생각하기 나름이야!

굳게 맘먹고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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