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ㄷㅂㄷ 우리는 붕괴를 원한다.’

2016년 1월 1일, 경향신문은 작년 새해의 화두로 ‘청년문제’를 꼽았습니다. 기사는 20-34세 청년 103명과 초점집단면접을 통해 청년의 입장에서 바라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는데, 특히 청년이 바라는 미래에 대한 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절반의 청년들이 ‘지금 이 사회의 붕괴와 새로운 시작’을 원했습니다. 한 가지의 길만 강요하는 사회, 끝없는 경쟁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미래 때문에 불안한 청년들은 이 사회가 ‘리셋’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ㅂㄷㅂㄷ, 미취업자만 붕괴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혹시 청년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는 ‘ㅂㄷㅂㄷ’ 이 문자의 의미를 아시나요?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이죠. 청년들이 불안한 미래 때문에만 떨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내 삶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 지금의 사회에 대한 분노가 담겨져 있습니다. 대학생만, 혹은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무직자만 이 세상의 붕괴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60% 정도가 이 세상의 붕괴를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일이 있든, 그렇지 않든, 과도한 경쟁, 불안한 미래의 문제를 청년들이 갖고 있습니다.

 

출발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청년들
출발을 준비할 힘이 필요하다

지난 해 청년 체감실업률 22%, 학자금 및 생활비 대출 등 사회에 나가는 순간부터 지게 된 빚, 일상을 위협하는 주거비 등 각종 비용, 부모님의 불안한 노후, 장시간 노동 등. 이 무거운 짐을 지고서 나의 삶을 고민하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청년들은 얼마나 될까요? 출발선에 서기 위한 기초체력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나의 존엄을 지키며 공정하게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청년들에게 ‘청년배당’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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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배당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9-29세 청년이라면,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매달 2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물론 생계가 가능한 정도의 금액은 아닙니다. 지금의 조세제도를 혁신적으로 고치지 않는다면, 생계가 가능한 정도의 청년배당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청년에게 매달 20만원이라는 금액은 청년의 삶이 바뀔 수 있는지를 묻는 실험에는 충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액입니다. 매달 20만원은, 최저임금 6,470원을 기준으로 매달 최소 30시간을 갖게 되는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생계를 위해 꿈을 좇을 시간 없이 너무 시간 일해야만 하는 청년들에게 매달 최소 30시간의 시간을 벌 수 있는 청년배당은 자신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준비에 귀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청년들의 상황이 모두 다른데
꼭 모든 청년에게 줘야하나요?

청년들의 상황이 모두 다른데, 꼭 모든 청년에게 주어져야하는지, 혹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에게 더 많이 지급하고, 형편이 괜찮은 청년에게는 덜 지급하거나 지급하지 않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도 종종 있습니다. 이 의견에 대한 답은 청년배당의 아이디어인 ‘기본소득’과 함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청년배당의 아이디어, ‘기본소득’.
자연적, 사회적 부에 대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권리

기본소득은 국가나 정치공동체가 그 구성원에게 조건없이 지급하는 일정한 생활비입니다. 기본소득은 몇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개인에게 줍니다. 지금의 복지시스템처럼 ‘가구’ 단위로 지급하지 않습니다. 자격심사 없이 누구에게나 줍니다. 따라서 불필요한 행정비용이나 낙인효과 등이 없습니다. 조건이나 의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금으로 지급합니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자연적 부, 그리고 사회적 부의 일정부분에 대한 권리가 있기 때문에 국민에게 ‘배당’이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지요. 권리의 차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노동능력이나 자산, 소득을 기준으로 선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 소득 보장’이라는 이 아이디어는 하루아침에 뚝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노오오력’ 해도 나아지지 않는 이 사회에서, 삐끗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이 사회에서, ‘최소한의 소득 보장’이라는 아이디어가 물 만난 고기처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복지 시스템은 빈곤과 불평등을 대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배당은 전 국민 기본소득을 위한 지렛대로서 제안되었습니다. 모두가 자연적, 사회적 부에 대한 권리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이 어렵기에 청년배당부터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6-12세 월 20만원 아동수당(310만명, 74천억)
19-20세 청년 월 20만원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월30만원 기초노령연금전면화

: 하기에 향후 전 국민의 기본소득 지급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자 실험을 여러분들에게 함께 제안드립니다. 그 실험은 청년배당 뿐만 아니라 6세-12세 어린이들에게도 월 20만원의 아동수당 지급,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도 월30만원의 기초노령연금을 전면화하자는 것입니다.

참 좋은 정책, 그런데 재원은요?

가장 궁금하신 부분이 바로 ‘재원’일텐데요, 앞서 제안한 청년배당, 아동수당, 기초노령연금을 위해선 연 48조원의 재원이 필요합니다. 이 실험을 위한 새로운 재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 0.1% 정도인 토지보유세를 0.3%로 올리면 연 15조원을 재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소득의 3% 정도의 ‘시민세’를 신설한다면 33조원을 재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강남훈 교수님의 모델에 따르면, 77%의 가구가 순수혜 가구이며, 23% 가구가 순부담 가구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전 국민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순수혜 가구의 비율은 82%까지 올라갈 것이라 예상됩니다. 이는 부의 불평등을 재분배하는 조세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미 성공한 실험, ‘성남시 청년배당

‘청년배당’이 한국에서 아예 없었던 실험은 아닙니다. 정부와 떠들썩한 논쟁을 일으키면서 작년 성남시에서 ‘청년배당’의 첫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24세 청년들에게 분기별로 12만5천원, 1년에 50만원의 지역상품권이 배당되었고 이후에 유보금까지 배당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실험의 결과가 굉장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와 녹색전화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95%의 청년들이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고요, 94.6%의 청년들이 청년배당을 통해서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응답했습니다. 93.3%의 청년들이 청년배당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고, 94.2%의 청년들은 자신이 대상연령을 지나서 정책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청년배당 정책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청년배당을 통해 처음으로 느낀 것.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존중’,

지금 19세-29세 청년들은 부모가 겪은 IMF 경제위기의 영향을 받고 자랐습니다. 어느 한 순간 벼랑으로 떨어지는 부모를, 아무리 애써도 나아지지 않는 가정형편을 경험했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쉽게 ‘희망’을 건네지 못하는, 심지어 국민을 죽게 내버려두는 국가를 경험했습니다. ‘성남시 청년배당’을 경험한 일부 청년들은 처음으로 사회구성원으로서 존중받는 느낌을 가졌을 것이고, 내가 살고 있는 ‘성남시’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청년들이 우리나라의 국민으로서 존중받고, 존엄한 삶을 누릴 권리를 경험하기 위해서 청년배당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과 밥그릇 때문에 경쟁하고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더 멀리 있는 사람과도 함께 살기 위해서 함께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중요한 가치를 몸으로 익히기 위해서도 청년배당이 필요합니다.

..을 극복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실험,
바로 청년배당입니다
.

: 이 시대의 청년들은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위기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돈도 실력이다’라는 망발이 넘쳐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 대해 분노가 켜켜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생도 망했다며 자조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이제 더 이상 ‘일자리 몇 만개 확대’ 등의 허울뿐인 약속은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고용 없는 성장을 지속해왔고, 앞으로 더 발전할 기술 앞에서는 늘어나는 일자리보다 없어질 일자리가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노와 좌절 속에 놓인 청년들을 일으켜 세울 강력한 변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 투명하고 정의로운 조세개혁과 배당의 지급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지 않는 다른 사회를 위한 변화를 지금 당장 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소득과 시간을 얻는 것, 즉 ‘청년배당’이 그 변화의 시작입니다. ■


*이 글은 지난 2월 12일에 열린 ‘민생해법’을 주제로 한 ‘함께 그리는 대한민국:정책배틀’에서 발표한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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