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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노동자가 본 세상 #7] “아저씨 어떻게 집에 가셔요?”


장거리 콜이거나 도시 외곽 변두리 외진 곳에 가는 경우, 또는 밤 늦게 버스가 끊긴 시각에 콜을 수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손님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에 첫 번째가 “어디 사냐?” 그리고 두 번째로 나오는 질문이 “어떻게 집에 가시냐?”이다. 나를 걱정해서 하는 질문인 경우도 있고 궁금해서 물어 보는 경우도 있다. 대리기사들은 초보가 아닌 한 각자 집에 돌아가는 노하우가 있다. 나의 경우는 보통 다음날 아침 출근 때문에 가까운 거리의 대리오더만 수행하고 12시 이전에 집으로 돌아가지만 전업으로 하시는 대리기사 노동자들이 밤늦은 시간 오지에서 집으로 복귀하는 방법은 네 가지가 있다.

우선, 서울 택시를 찾는 방법이다. 기다리다 보면 오렌지색 서울 영업택시가 외곽지 까지 손님을 태우고 온다. 대리기사라고 밝히고 택시기사에게 ‘서울로 가면서 다른 기사 태우고 갑시다’라고 하면 대부분 응해준다. 서울까지 빈 택시로 가느니 택시기사 한 명당 3천원에 운 좋게 4명을 태우면 서울까지 기름 값은 되니 택시기사도 좋고 대리기사도 좋고.

서울 강남지역에 가면 새벽까지 끊임없이 대리오더 발생하기에 강남에 가면 어떻게든 집으로 가는 오더를 잡을 수 있다. 경기도내 택시의 지역별 구분 번호도 잘 알아두면 좋다. 예를 들어 수원은 30, 의정부는 34, 부천은 37, 구리는 48, 고양은 45, 포천은 61, 양주는 55 등이다. 예를 들어 의정부는 차번호가 “경기 34나ㅇㅇㅇㅇ”로 시작한다.

그런데 경기도 외곽지역의 회사택시는 콜을 주로 받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미터 요금 아니면 대리기사를 태우려 하지 않는다. 특히 개인택시는 더 야박해서 대리기사를 잘 태워주지 않는다. 그래서 주로 서울의 회사택시기사와 협상을 하고 3천원에 서울로 향하는 경우가 더 수월하다. 나의 경우 경기도 성남 상대원동에서 3천원에 선릉역까지 이동한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회사택시가 먼저 대리기사들이 운집한 곳에 다가와 서울로 태우고 가는 경우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강남!” “교보!” “합정!”

대리기사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오렌지색 서울 택시가 주로 외치는 구호다.


두 번째 복귀방법은 대리셔틀버스다. 심야에 버스가 끊긴 시간, 버스가 잘 다니지 않는 코스로 근거리지역을 운행하거나 서울 신논현역 교보타워 주변이나 강남, 합정 등으로 운행하는 합승차량이 대부분이다. 대개 허가 받지 않은 개인이 12인승 또는 15인승 승합차로 운행하는 일명 ‘대리셔틀버스’다. 통상 2천원~4천원을 받고 새벽시간에 장거리를 운행하며 대리기사들을 태워 준다. 규모가 큰 법인 대리회사가 25인승 미니버스로 자기회사 소속 기사를 태우러 다니는 경우도 보았다.

대리셔틀 버스는 대개 허가를 받지 못하다보니 불법운행에 대한 고발 위험이 뒤따른다. 이는 대리셔틀 기사(1인 사장)가 자초하는 경우도 있다. 대리셔틀은 불법 회전, 신호위반, 과속 등을 다반사로 벌이다 보니 항상 사고의 위험이 있다. 대리셔틀 사장은 한명이라도 더 태워야 하니 위험한 곡예운전을 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대리셔틀을 피하는 편이다. 셔틀 버스를 필요에 의해 타고 내리다 보면 불안하기도 하고, 닭장차에 타고 다니는 느낌에, 시간도 제멋대로 불규칙하게 운행하는 경우 기분이 썩 좋지 않고, 셔틀버스 기사(사장)의 불친절에 넌더리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가끔 대리기사가 대리셔틀 기사(사장)와 싸우고, 몰래카메라로 돈 받는 장면(대리셔틀비 수수행위)을 촬영 후 경찰에 고발하여 운행정지 및 과태료를 물리게 하는 경우도 더러 발생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한편으로 늦은 시간 대리셔틀을 이용해야 하는 많은 다른 기사들이 또 다시 거리에서 하염없이 오지도 않는 셔틀 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거나 셔틀버스 노선이 폐지되는 불이익을 받아야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늦은 밤거리의 대리기사들의 손발이 되어 주는 대리셔틀버스를 합법화시킬 묘안이 필요하다. 하룻밤에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대리 콜(오더)이 42만 건 정도 발생 된다고 한다. 그리고 대리기사도 약 8만여 명이 된다고 한다. 대리노동도 하나의 직업으로 굳어져 있으나 제도적 안전장치는 아직도 전 근대적인 상황이다.


세 번째로 대리기사가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손님을 태워다 주고, 그 지역에서 가까운 먹자골목으로 이동하거나 현재 위치에서 3키로 혹은 5키로 범위 내에서 발생하는 오더를 잡고 택시로 이동하는 경우이다. 나의 경우는 직선거리 6키로 밖에 있는 오더를 잡고 택시를 타고 쫒아가 손님을 만난 경우도 있다. 직선거리 6키로라고 하지만 실제 거리는 9키로 10키로인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대개 콜비가 2만원에서 3만원인 경우인데 대리콜 수수로 20%(대리회사의 중개수수료)를 공제하고, 택시비를 빼고 나면 수입은 거의 없거나 얼마 되지 않지만 집으로 복귀하는 것이니 대리비용은 생각하지 않고 공짜로 집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오더를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에 갈 방법이 더 꼬일 수밖에 없다.

가장 운 좋은 경우는 늦은 시간 대리오더로 40키로 멀리 도시 외곽에 대리운전을 해서 갔는데 손님과 헤어진 후 바로 옆에서 다시 집근처 방향으로 가는 다른 대리오더를 받은 경우이다. 이날은 횡재수를 한 날로 룰루랄라 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마지막으로 대리기사가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새벽 네 시까지 대리운전을 하다가 첫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이건 뭐 어차피 날밤을 세운 전업대리기사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밤새 대리운전을 끝내고 첫차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피곤하고 길고 고달프지만 익숙해지면 새벽 여명의 찬 공기와 함께 새벽을 지켰다는 뿌듯함도 있다.

“아저씨 어떻게 집에 가셔요?”

“다, 집에 가는 방법이 있답니다.”

대리기사는 어느 곳, 어떤 때이든 반드시 집으로 잘 돌아간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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