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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노동자가 본 세상 #9] 여자 몸에 절대 손대지 마라

 

글을 이어 나가면서 점차 대리운전 제도를 조금씩 건드려 보고자 한다. 단, 좀 흥미롭게!

댓글 응원을 기대하며 이번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부분의 여성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남성 고객보다 점잖고 매너 있는 편이나 가끔 과하게 취해서 스트레스를 주는 분을 만나면 맞대응하기가 버겁다. 나는 웬만하면 침묵을 지키며 참는 편이다.

 

유난히 추운 지난겨울 영등포 소방서에서 태능까지 가는 대리 배차를 받고 출발지로 이동해서 만난 손님은 40대 초반의 남녀였다.

 

“태능이요!”

 

남자 분이 손짓을 하고는 차로 안내하며 대리비를 미리 주면서 ‘많이 취했으니 잘 좀 부탁드려요’ 하고 정중하게 신신당부 한다. 모닝 차량이 한쪽에 예쁘게 주차되어 있다.

 

“잘가! 오늘 반가웠다. 차에서 잠들지 마. 대리비는 내가 계산했어! 낼 모레 전화할게.”

“그래, 다음엔 미경이하고 성호하고 같이 만나자”

 

혀가 약간 꼬인 여자 분이 창문을 닫고 난 후 나는, “태능 어디로 가십니까?”하니 “어여 출발하셔요. 내가 가르쳐 줄게요” 한다. 조수석에 탑승할 때 터 심히 걱정되어 ‘뒷좌석에 타시라’ 했건 만 굳이 앞에 앉아 팔짱을 낀다. 술에 곯아 떨어질 거 같은데 가르쳐 준다고? 휴대폰의 네비를 켜고 다시 한 번 물었다.

 

“대충 어디로 찍을까요?”

(옆 눈으로 흘기며) “차암, 알려드린다니까… 서울여대 후문이요”

 

‘참 잘도 알려 주겠다’ 생각하며 출발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10분쯤 지나 잠들어 버리고 15분쯤 지나자 손님의 머리가 내 어깨에 간당간당 점점 기울더니 나중에는 아예 내 어깨를 베개 삼아 깊이 잠에 빠져버렸다. 히터를 켠 차안 좁은 공간에서 술 냄새와 화장품 냄새가 범벅이 되어 내 코를 불쾌하게 자극하고 어깨까지 신경이 쓰였다. 오른 쪽 어깨로 슬며시 밀어 제자리로 위치를 잡아 주기를 반복하며 겨우 도착지에 당도 할 즈음 나는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손님 다 왔습니다.”

 

아뿔사, 깊이 잠들어 깨지를 않는다. 이럴 때 남자대리 기사들에게 불문율이 있다. 첫째, 손으로든 어떤 물체로든 여성고객의 신체에 접촉하지 마라. 둘째, 깨어나지 않으면 큰소리로 말하거나 창문을 열고 음악을 크게 틀어 깨어나도록 하라. 그래도 안 되면 길가의 다른 여성에게 깨워 달라 부탁하든가, 이도 저도 안 되면 가까운 지구대나 파출소로 가서 도움을 요청하라.

 

제법 밝은 길가로 가서 창문을 열어 놓고 밖으로 나와 길가는 여성을 찾아 봤지만 새벽한시 서울여대 후문에서 여자 분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가까운 파출소로 찾아 갈까 하며 운전석문을 여는데 추위에 정신을 차렸는지 “여기가 어디예요?” 묻는다. 잠이 깬 모양이다. 다행히 주차장에 주차를 해주고 돌아오며 다음엔 저런 꽐라 손님은, 여자든 남자든 만나지 말기를 고대 했건만 그 이후 만난 고객들에 비하면 이 여성고객은 아주 준수한 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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