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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의 유명 고깃집에서 오랜 시간 콜이 빠지지 않고 대기상태였다. 좀더 기다리면 2만5천원까지 대리비가 올라가지만 그날은 왠지 그 콜을 받아보고 싶어서 선배와 함께 선배의 차로 달려갔다.

주차장이 복잡해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안 받는다. 워낙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냥 기다리다 못 참고 직접 차를 끌고 갔나 싶어~ 이리저리 살피다 가까스로 차 안에서 머리를 삐딱하게 뉘이고 있는 손님을 만났다. 기다리다 차안에서 깜박 잠든 것이다. 자주 목격하는 장면이다.

“얼마로 왔어요?”

“2만원에 배차 받았습니다.”

“왜~ 이리 비싸요?”(비싸긴! 이 외진 곳에 이렇게 달려온 것 만으로도 고마워해라!)

“이 시간에 2만원에 이곳에 오는 기사는 없어요! 오죽하면 8킬로나 떨어진 제게 배차를 했겠습니까?”

차암~ 이놈 쪼잔하다는 생각을 했다. 경기 남부에서 ○○식당을 운영 하면서 자기도 대리 많이 불러 준단다. 멀리 와서 지역 사정도 모르면서 대뜸 대리비가 비싸다고 투덜대고, 그냥 놔둬 버릴걸! 잠깐 후회가 밀려왔다.

여기서 정보를 전달해보겠다. 통상 손님이 대리운전을 이용하면 대리기사는 대리비의 20%를 대리회사에 수수료로 자동납부(충전금 계좌에서 자동인출)하도록 짜여져 있다.

원거리 콜을 배차 받아서 고객을 만나러 택시로 이동하면 비용측면에서 교통요금(택시비)을 감액하고 수수료(대리비의 20%)를 빼면 몇 푼 손에 쥐기 어렵다. 그날은 둘이서 왔으니 1/2로 나누면 별 볼일 없다.

각설하고 ^~^

“그래도 사장님은 VIP고객인가 봐요?” 하고 묻자! 우쭐하며

“제가 ○○시에서 음식집을 하며 대리 많이 불러줘요. 대리사장이 나한테 잘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제대 2개월 남긴 말년병장 아들놈이 다른 병장동기와 일병을 패버렸답니다.“

“틱 장애가 있는 쫄병이라는데 사법처리 될 것 같아 쫓아와 피해자 부모와 대대장님께 무릎 꿇고 빌러 왔어요.”

아마도 자대 영창 가는 것으로 마무리 되고 고깃집에서 대대장 접대를 마치고 대리 신청을 한 것 같다.

“해병대 병장이 땅개한테 빌고 참나, 스타일 많이 구겼습니다. 젠장~”

“그나마 다행이네요”

“그래도 나올 때 ‘아들 기죽지 말라고, 괜찮아! 잘 될거야 파이팅!’하고 왔습니다.”

자대 영창에 가는 게 안쓰럽겠지만, 벌을 제대로 받고 반성하라고 한 게 아니라 지 자식이 재수 없게 걸린 것처럼 기 올려주고 왔단다.

“놈이 고문관(관심사병이란 의미)인기라요~, 오죽하면~” 맞겠느냐는 뜻이다.

자식교육 잘 못시킨 자신을 탓하는 게 아니라 해병대의 자긍심이 무너지고 아들이 영창 가는 것만 억울해하고 안쓰러워하는 한심한 부모를 목적지까지 잘 데려다 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다.

그날 대대장 주머니에 아마도 두둑한 현금이 들어갔을 게다. 가서 확 불어 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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