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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와 투대리 운전을 했다. “투 대리 운전”은 주로 근거리만 운전 하려고 차 한대가 따라 다니며 대리운전을 하는 2인1조 방식을 뜻한다. 차로 이동하니 기동력은 있지만 수입은 기대 이하다.

한창 돌아다니다 의정부 교도소 뒤편에 있는 ‘무명’이란 유명카페에서 늦은 저녁시간에 콜이 떴다. 야간이라 택시비가 꽤 나오고 자기 차 없이는 대리기사들도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우리는 여유 있게 차를 몰아 찾아갔다. 이 카페는 통상 연인이나 친구들이 찾는 운치 있는 장소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한 무더기의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 젊은 부부가 우리가 차로 이동해 온 것을 알고서,

“자~ 봐! 여기는 차로 오는 곳이 라니까~?”

“저기요! 우리 차에 다 못 타서 그러는데, 혹시, 가시는 길에 저희 아버님하고 이모님을 사장님(*선배)차로 함께 태워서 모실 수 있을까요? 돈은 더 드릴게요!”

그 시간에 콜택시를 불러도 꽤 나올 터, 조금 전 올라오면서 보았던 두 노인들을 말하는구나! 아기를 안은 젊은 여성분이 추가로 자초지종을 말해 준다. 오늘 어머니 생신잔치를 야외에서 하고 2차로 카페에서 차 마시고 끝나는 거란다. 인원이 초과된 모양이다.

가족 간의 모습이 보기 좋아 흔쾌히 승낙하고 차를 몰았다. 서울에 사는 큰 형님부부를 먼저 보내고 둘째아들 가족과 함께 타고 대리운전 해서 이동해 가는 차 안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아들과 대화는 예의 일반적 가족과 같이 다정했다. 사랑스런 가족 간의 덕담이 보기 좋았다.

1차 목적지(삼숭동)에 도착 후 대리운전해서 간 아들부부아파트에서 차키를 반납하고 어머니와 나는 뒤따라온 선배 차에 몸을 싣고 다음 목적지(아버지의 집, 덕정동)로 향한다. 70대 초반으로 뵈는 어머니의 본색은 지금 부터다.

앞에 앉은 아버지와 왼쪽의 이모님 가운데 나 오른쪽에 어머니 이렇게 타고 선배가 운전하는 차안에서 아버지는 잠시나마 다정하게 선배와 대화를 나누며 가던 중, 버럭 소리를 지르신다.

“씨O놈! 물어보면 대답을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냐?”

방금 전 까지 다정다감했던 어머니가 당신 동생과 대리 기사인 나는 신경도 안 쓰고 계속해서 내뱉는다.

“야 내가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 봤으면, 그냥 고읍이라고 얘기하면 되지 왜 씹냐!”

뒷좌석에서 70대 후반쯤 머리가 벗겨진 중후한 모습의 아버지는 헛헛 웃으며 선배에게 말했다.

“여기가 덕정 가는 길목, 고읍이 맞나요?”

“네 지름길 입니다.“

그러자 다시 어머니 왈,

“매번 저런다니까 한 번에 대답하지 않고 지 멋대로 사람을 무시하고. 내참 더러워서”

아버지는 묵묵부답으로 연신 헛웃음만 보이신다.

이모와 나는 조용히 듣기만 할 뿐이었다.

선배 : “밤이라서 길이 낯설게 느껴지시죠?”

아버지 : “예~ 나도 그런 거 같네요.”

어머니 : “야! 그럼 그렇다고 할 것이지 개O끼가! 사람을 무시하냐?”

연신 욕바가지를 퍼 붓는다.

걸걸한 어머니의 목소리를 자꾸 듣자하니 잠시 짜증이 몰렸지만 분위기가 험악해 한마디도 못하고 있었다. 가는 내내 주위사람을 아랑곳하지 않는 어머니의 한 맺힌 욕설과 아버지의 꼼짝 못함, 이모님의 방관은 계속 이어졌다. 좀 잠잠해지자 아버님이 선배에게 묻는다.

“두 사람이 이렇게 같이 대리운전하면 수입이 많으시겠네요?”

“꼭 그렇지도 않습….”

“니가 그걸 왜 신경 써! 넌 니 할 일이나 잘해!”

어머니의 핀잔이 이어지고 다시 머쓱해진다.

잠시 후 혼자 노랫말이 이어지고, 중간에 이모님을 내려드리고, 어머니의 흥얼거림을 계속 들으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선배 차에서 내린 후 기가 팍 죽어서 걸어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노부부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인생의 여러 굴곡을 겪은 황혼의 노부부 사이라는 것이 얼마나 신랄하고 사연이 깊은 지, 집에서의 2차전은 얼마나 더 끔찍할 지 예측해봤다.

선배와 나는 두 부부의 모습에서 ‘젊을 때 마누라 속 썩이면 저렇게 되는구나?’ 하는 간접교훈을 얻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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