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이다. 산에도 어느새 파릇파릇 싹이 돋는다. 오랜만에 교외로 나가 한가하게 걷는데 콜이 떴다. 대리운전 나와 콜을 받으면 여유 부릴 수도 없다. 때에 따라서 한참동안 지루하게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손에 들고 있는 책을 읽으며 지루함을 버린다. 한달에 책한권은 대기시간에 읽는 편이다.

손님이 기다리는 곳에 도착하니 까만 승용차에 앉아서 기다리신다. 까만차에 까만 피부에 까만안경을 쓴 샤프한 느낌의 60대 중반 아저씨가 별내로 가자고 하신다.

이제 감기도 낫고 날씨도 화사하고, 컨디션도 아주 좋다. 한참 운전을 하고 가는데, 옆 좌석의 손님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차량 내부 블루투스로 대화내용이 다 들린다.

“수찬아! 잘지내냐?”
“네 아저씨, 안녕하셔요?”

20대~30대 초반쯤의 목소리다.

“그래, 수찬아~~아!”
“네 어쩐일이셔요?”
“어, 오늘 니 엄마하고 산에 갔다 왔다.”
“아 ~ 그러셨군요. 감사합니다”

“니, 엄마가 힘들어 하는거 같아서 같이 가서 실컷울고 오라고 시간좀 냈다”

저쪽에서 잠시 말이 없다.

“ 수찬아!”
“ 네~”
“ 너~ 내가 니 둘째 아빤거 알지?”
“  네 에..그럼요!”

잠시 무거운 호흡을 하더니 말을 이어간다.

“ 그래, 내가 전화한거는, 니 엄마 아까 점심먹고 버스정류장에 헤어졌는데…잘가는건지 연락이 안된다!

전화좀 해서 잘 들어가시는지 여쭤 봐라”

“네 아저씨, 감사합니다…”
“그래..수찬아, 너 엄마한테 잘 해라 알겠지? 그리고 아도 빨리 하나 낳아라”
“네 그래야죠..”
“수찬아! 사랑한다…”
“네, 조심해서 들어가셔요!”

전화를 끊고 양해를 구하고는 달리는 차에서 담배연기를 훅 내뱉는다.
잠시 후, 전화벨이 울린다.

“ 어~ 달링..!”

간들어진다. 정말..늙어서 애교란…

컬컬하고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저쪽에서 들려온다. 숨소리도 거칠게 느껴진다

“ 어디야?”
“ 어, 나 지금 끝나고 대리타고 가는 중이야!”
“운전하는거 아니지?”
“ 마누라! 걱정마, 대리기사님 바꿔줄까?”
“ 알았어~ 조심해서와요”
“ 마누라 사랑한데이~!”
“빨리 와요.”
“ 와 따~ 남편이 그러면 ‘나도~’ 그러던가 해야쥐~ 멋쩍다아~ 참”
“ 알았어요 빨리와”
“ 알았어 이따봐”

전화를 끊고나자 쑥쓰러운지, 마누라가 많이 아픕니다. 허허~ 묻지도 않은 말을 한다.

잠시 후 또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잘 들어가는거요?”
“네, 지금 가게좀 들렀어요”
“아~ 그래서 연락이 안되었구나,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집에가지 참”
“이제 갈거예요”
“수찬엄마, 일에서 좀 손떼고 당분간 마음 정리좀 잘해요”
“그래요 고마워요”
“또 봅시다.”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잠시 대화를 나누던 중 나의 촉에 의지해 물어본다.

“친구 분 산소에 갔다오시나 봐요?”
“네, 몇 달 전에 갔는데, 친구 마누라가 너무 힘들어해서 오늘 친구놈 산소에 같이 가서 실컷 울게 해줬습니다, 자식, 그렇게 빨리 가는게 아닌데..”

힐끗 살피니 안경쓴 눈가에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

“기사양반, 기사양반도 건강 조심허소!”
“그래야죠, 오늘 좋은일 하셨네요”
“허허, 이래저래 나도 심난하구만…”

대낮의 아파트 주차장은 한가하다.
차를 주차해주고 걸어가면서 왠지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오늘의 교훈, 건강은 건강할 때 잘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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