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당대회를 앞두고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견을 내는 당원은 ‘소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만나게 되는 당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가기 전에 휴식을 즐기고 있던 당원과 식사 약속을 잡았었는데, ‘내친 김에 인터뷰를 해볼까?’라는 생각에 시작한 인터뷰라 “어쩌다 듣게 된 당원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립니다. “#1”번으로 번호를 매겼는데 혹시 앞으로 더 많은 당원들의 인터뷰를 하게 될 지도 모르고, (혹시나) 다른 분들도 이런 릴레이를 이어나가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붙여봤습니다. 때는 6월 13일 화요일, 냉면과 커피 한 잔과 함께 한 이야기입니다.


Q. 민주노동당 때부터 당원인데, 만날 때마다 그 때 이야기를 잘 안 해주셨던 것 같다. 김해근 당원의 당에 대한 생각이 궁금한데, 언제 어떻게 당에 처음 함께 하셨나?

A. 97년 대선 선거운동을 하면서 국민승리21 회원이 되었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국민승리21의 사무실이 당시에 여의도에 있었다. 당시에도 자주 사무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필요한 일을 도와주곤 했었다. 민주노동당이 생기고 나서 2003년 초 정도에 노회찬 의원이 당의 사무총장일 때 인터넷위원장 제안을 받았다. 당시 모인 사람들끼리도 그 위원회에 대한 생각이 좀 다르긴 했지만 그 때 제안을 수락하고 일을 할 때는 불안정한 홈페이지를 가다듬고, 주먹구구식인 당의 업무를 IT로 업무를 좀 편하게 해주고, 당원관리를 잘 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고민했었다. 다수 당원들이 와서도 볼 것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었다. 2004년 총선 때 민주노동당 후보가 토론회에 나간 후 사람들이 홈페이지를 방문할텐데 홈페이지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2차, 3차로 보여줄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정당사이트 중 사이트랭킹 1위를 하기도 했었다. (민주노동당 인터넷위원장으로 검색을 해보니, 이런 내용들이 나오더군요!)

Q. (곧 다른 직장에 다닐테지만) 최근 직장을 그만 둔 이유가 무엇인가?

A. 오래 다닌 회사였다. 2004년 총선 직후에 최고위원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니기 시작했으니 13년 다닌 회사다. 회사 다니면서는 직장을 그만두고 싶단 생각을 계속 했다. 틀 안에 맞춰 사는 것 같아서 직장인이 되고 싶지가 않았다. 그 때 당시에는 자본주의 톱니바퀴의 부속 중에 하나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쨌든 회사를 그만두고 좀 휴식을 취했고 곧 다른 회사에 간다.

Q. 2004년 총선 끝난 후에는 당 활동을 안하셨나?

A. 그 전엔 관악에서 활동을 하다가 고양시에 2004년에 이사를 왔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날 때쯤 장모님이 사시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당의 요청으로 2006년 고양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를 하기도 했었다.(이건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어요!) 이사 오기 전에는 관악분회장을 했었는데, 이사 와서는 화정분회장을 했다. ‘분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분회야말로 제일 직접적으로 당원들을 만나는 일을 하니까. 당원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 당 조직 관리의 시작이라 생각했다. 관악에 있을 때도 고양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Q. (민주노동당 당시) 고양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들으셨나?

A. 관악은 NL과 잘 지내는 편이었다. 관악주민연대라는 틀도 있었고. 반면에 고양은 첨예하다고 들었고 그래서 당의 골간인 당협관리는 잘 안 되고 있었다. 당시 고양시의원이었던 사람과 분회와의 만남을 추진했었다. 이미 감정적으로 많이 틀어져있었고, 대화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NL과는 더욱 첨예했다. 실제로 절차를 무시하고 편법을 동원하고 하는 일이 있었고, 특히 재정문제와 관련해서는 당게시판에 글을 쓰기도 했었다.

Q. 민주노동당 활동을 하시다가 언제부터 당 활동에 좀 무심해지셨나?

A. 2008년 분당할 때다. 선도탈당파가 있었다. ‘저렇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엉덩이가 무거운 편인데도 다들 가길래 당을 옮겼다. 민주노동당에서 뭔가 같이 논의하던 사람들이 당에 남아있지 않아 진보신당으로 갔다. 내 의지로 옮긴 것은 아니었기에 당 활동에서 점점 멀어졌던 것 같다. 선도탈당파는 한편으론 기획이었고, 일부는 감정적이었다. 선도탈당파는 나에겐 ‘안 따라오고 어떡할래?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을 거야’ 이런 느낌이었다. 지금도 계속 관심이 없고, 그래서 나만의 노선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노선이라 함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뜻을 지역에서부터 차근차근. (그는 몇몇 당원들과 현재 ‘행신톡’을 운영하고 있어요. 저도 행신톡 함께 하며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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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노동당 고양당협 김해근 당원]


Q. 지금 당대회 관련 안건들에 대한 이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회운동정당이나 당명개정이나.

A. 각론으로 얘기해볼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하지만, 일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같은 당을 못하는 이유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녹색당의 경우에는 ‘탈성장’을 이야기한다. 그럴 경우 당은 다르게 할 수 있지 않은가. 전망과 대안이 있어야 당이 계속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분할했겠지만 이전에 가졌던 이념적 동질성을 가지면서 실천도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정서적 공감대도 만들어지고, 경험을 통한 공통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관성으로 유지될 수 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진보신당/사회당/노동당 이렇게 나누어진 정서적 공동체가 있다. 이것들을 우선 인정해야 한다.

거대담론으로 논쟁하지 않는다. 각론으로 싸운다. 이것이 당을 쪼갤 정도인가? 크게 다른 것처럼 이야기한다. 옳고 그름은 ‘살아남는 것’으로 판명된다. 국민의 선택으로 정책을 만들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만들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르다. 그리스나 이탈리아처럼 어떤 계기를 통해서 다시 인정을 받을 수도 있다. 사회운동정당 혁신과정 자체를 겪는 것은 중요하다. 내부적으로는 동력이 생길 것이고, 외부적으로는 국민들, 서민들의 어려움의 본질에 대해서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것 아닌가. 계속 시대는 바뀌고, 우리 당도 바뀌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Q. 당의 혁신을 이야기할 때, 또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까?

A. 함께 할 사람들의 상태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조직형태도 그렇지만, 내용적으로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기본소득’ 자체도 이 당이 유지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하고, 노동당을 브랜드화 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Q. 그런데 최저임금1만원이나 기본소득이나 다른 정당에서도 다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A. 반드시 의제를 선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당을 하는 이유가 결국 사람들이 좀 더 잘 살게 하려는 것 아닌가. 정당의 본질에 더 고민해야 한다. 계속 캠페인을 하다보면 대박칠 것이 생길 것이다. 우리 당의 국가모델 등은 알 수 없고, 합의도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우리 서민의 생활의 어려움의 본질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노동당이 솔루션에 대해 같이 캠페인하고 다채로운 활동으로 활기가 생길 것이다.

Q. 지금 우리 당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A. 우리 당 안의 각각의 정서적 공동체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찾아야한다. 당원들이 노쇠해서 유권자 만나는 등의 일에 열정을 갖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 우리 당은 투쟁하는 사람이나 투쟁하려고 하는 사람과만 연대한다. 당의 정책 등과 일상에서의 괴리가 분명히 있다. 경비노동자처럼 주위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자는 제안을 당협에 했었던 것도 그런 이유다.(이 제안으로 당협에서 2년전쯤 경비노동자 실태조사를 잠깐 진행을 했었습니다;;) 일상에서의 괴리를 좁혀야 한다. 옆집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당 사업을 당의 이름으로 했으면 좋겠다. 그런 맥락으로 ‘행신톡’이라는 것도 운영하고 있고, 모든 당원들이 모든 지역에서 (편파적인) 동네신문을 만들면 좋겠다. 세상을 바꾸는 데 문화적 감수성이 중요하기도 하고,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을 수 있는 준비를 하기도 해야 하니까.

Q. 당명개정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A.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생각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서민의 힘’ 같은 당명도 좋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말 : 김해근 당원은 전체적인 당 차원에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의원이나 전국위원이나, 이전에 출마했었던 여러 자리에 이제는 더 이상 출마하려는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지역에서의 당 활동은 관심 있게 지켜보고 함께 하시기도 합니다. 당협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시기도 했고요, 이 아이템 좋다 싶은 것은 언제나 제안을 해주시기도 하시고요. 관심 없다 하면서도 선거 때나 당이 어려울 때 당비를 턱턱 내주시는, 이 당이 언제나 잘 되길 바라는, 고마운 당원입니다.^^

*몇몇의 당원들과 행신동 주민들과 함께 하는 ‘행신톡’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행신톡 http://hstalk.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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