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도시개발이익의 사유화 방지, 재건축을 이용한 부동산투기 억제 등을 목적으로 2006년 제정됐다. 재건축에 따른 초과이익의 일부를 개발부담금 형태로 국가가 환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넘은 현재까지 개발부담금이 부과된 재건축 사례는 5건뿐이고, 이 가운데 두 건은 정부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친 법률 개정으로 올해 2017년까지 시행이 유예된 상태다.

시행 유예 종료로 내년부터 이 제도가 부활하게 되자 예상했던 저항이 재건축조합, 언론, 정치권, 부동산업계 등을 중심으로 조직되고 있다. 수십년 넘게 도시개발이익을 독식해온 이들 ‘지대 동맹’이 위헌론, 세금폭탄론, 실수요자 피해론 등을 총동원해 부동산에 대한 유의미한 수준의 공적 규제를 공격하는 것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정책기술적 측면에서 경청할 만한 반대 주장도 일부 있지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시행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결국 초과이익의 성격을 규정하는 문제이다.


초과이익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경제학적 개념은 지대(地代)이다. 데이비드 리카도와 카를 마르크스는 목적과 내용을 달리하는 각자의 지대론을 펼쳤지만, 가치 생산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소유권에 기초해 그저 획득하는 이윤이나 잉여가치로서 지대의 개념을 공유한다. 개발부담금이 부과되는 재건축 초과이익을 산출하는 공식을 보면 초과이익의 성격이 더 선명해진다. 초과이익은 재건축 이후 주택가격 총액에서 재건축 개시 시점의 주택가격, (재건축으로 인한 것이 아닌) 정상적인 주택가격 상승분, 재건축 개발비용을 전부 차감한 액수이다.

이 공식은 재건축 초과이익이 사회가 보상할 만한 부동산 소유자의 노력이나 재능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건축 초과이익의 이러한 성격은 부동산 개발이익 일반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나타나는 도시의 개발이익은 시민들이 집단으로 모여 사는 도시의 성격 자체에 기인한다. 도시개발의 이익을 시민들 모두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경제정의다. 그러나 도시개발 이익을 소수가 가로채는 것이 도시의 일상이 되었다.


부동산투기_1

곽노완 서울시립대 교수는 ‘도시부동산 수익의 공유와 기본소득’이라는 논문에서 “도시 거주자들 모두가 납부하는 지방세를 재원으로 건설되는 지하철의 역세권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도시 무산자들에 대한 수탈로 설명하고 있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명분으로 시작된 “영종 경제자유구역이 부동산 개발을 위한 땅으로 전락”한 현실을 분석했다. 건물 소유주의 권리금 약탈이나 임대료 폭리 목적에 상가 임차인들이 희생되는 사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 지면을 달군다. 이처럼 토지공개념이 무력화된 우리의 도시는 지금 소유권이라는 마법이 지배하는 지대의 왕국으로 전락했다.

이렇게 된 것은 다수의 개발이익 환수제도가 ‘지대 동맹’의 공격 앞에서 제 기능을 잃었기 때문이다. 1989년 제정된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개발부담금은 개발이익의 50%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20~25%로 낮아졌다. 그조차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시행을 연기시키는 법률 개정이 빈번하게 이뤄졌고, 개발부담금 감면 조항도 너무 많다.

개발사업 주변 지역의 유휴지 토지소유자가 얻게 되는 개발이익에 부과했던 토지초과이득세는 97년 근거 법이 폐지되었다. 지금은 양도소득세 말고는 개발사업 주변 지역의 지대 상승에 대한 환수 장치가 아예 없는 상태다. 부동산 양도소득세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2가구 이상 다주택 보유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중과제도가 대폭 완화되는 등 개발이익 환수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방침을 확고히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투기 방지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투기 방지는 개발이익 환수제도가 제대로 시행됐을 때 따라오는 정책 효과에 가깝지 제도의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있다. 개발이익 환수제도의 본래적 의의는 도시의 개발이익을 소수의 소유권자가 아닌 시민 모두의 것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누더기 상태의 개발이익 환수제도를 체계적이고 촘촘하게 정비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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