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어워드>는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가 진보신당 시기부터 주최·주관해 온 뜻깊은 행사로 올해로 6회째에 이를 정도로 전통을 쌓아가고 있는 시상식입니다. <2017 레드 어워드> 당일 현장의 발표와 시상에 대하여 노동당 문화예술위원장 현린 님이 정리한 글과 사진을 <이-음>에도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2017년 12월 23일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는 서울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2017 레드 어워드를 개최, 현장, 울림, 재생, 시선, 기록, 연대, 담론, 토대, 반동 등 9개 부문 13개 선정작을 발표하고 시상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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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섯 번째를 맞이하는 레드 어워드, 이번에는 콜밴의 오프닝 공연과 이경자 노동당 부대표의 축사로 시작했는데요, 올해엔 연대를 더 강조하여 시상식 형식에도 변화를 줬습니다. 1부와 2부 시상식에서 첫 시상은 지난 레드 어워드 수상자가 맡되, 이후에는 방금 수상 소감을 발표한 올해 수상자가 연이어 다음 수상자를 발표하고 시상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권위자가 내려 주는 상이 아니라 동료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를 잇는 상이라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서 트로피를 건넨 다음에는 부상으로 마련한 붉은 목도리를 서로의 목에 둘러 줬습니다. 진행 역시 레드 어워드 첫 해 사진부문 수상자인 현린 노동당 문화예술위원장이 직접 맡아 격의 없이 편하게 진행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2017 레드 어워드의 붉은 트로피와 붉은 목도리를 이어 받은 수상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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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부는 2016 레드 어워드 재생부문 수상자인 이씬 정석님께서 2017 레드 어워드 현장부문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시작했습니다. 현장부문은 문화적으로 유의미한 투쟁현장에 주목하는 부문으로, 2017 레드 어워드에서는 콜트콜텍 투쟁 10주년 기념음반이 선정되었습니다. 이 음반은 2007년 콜트콜텍에서 정리해고 당한 후 복직투쟁을 하던 기타노동자들이 2011년 결성한 밴드 ‘콜밴’의 첫 음반으로, 기타를 만들지만 기타를 연주하지는 못하던 노동자들의 투쟁과 음악인으로서의 성과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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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부문 두 번째 선정작은 콜밴의 김경봉 동지께서 발표해 주셨는데요, 예술인 고용보험 의제를 중심으로 예술계 노동조합과 단체들이 결성한 연대조직인 문화예술노동연대가 수상했습니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지난 9월 문화예술인 노동자선언 기자회견과 국회토론회 예술인들은 어떤 고용보험을 원하는가? 개최를 비롯해, 예술노동자의 현실을 알려 내고 해결을 위해 대정부 교섭 등의 활동을 해 왔습니다. 수상은 문화예술노동연대에서 활동하고 계신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안병호 위원장께서 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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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호 위원장께서 발표한 세 번째 선정작은 SNS를 통해서 사회 현안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널리 파급시킨 활동을 기리고자 마련한 울림부문으로, 2017 레드 어워드에서는 ‘조각난 언어들’이 수상했습니다. 조각난 언어들은 문학을 주제로 한 독립 방송으로, 몽타주기법을 통해 문학비평과 현실의 문제를 연결, 문학에 대한 비판적 접근과 아울러 문학을 매개로 한 사회비판을 실험해 왔습니다. 조각난 언어들의 진행자 안똔 김현우님이 수상해 주셨고, 수상소감으로 하이네의 시 한 편을 낭독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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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선정작은 현재에도 진행 중인 과거사를 심도 깊게 다룬 활동을 기리고자 마련한 재생부문으로, 올해에는 아고라출판사의 레닌전집이 수상했습니다. 사회주의 혁명 100주년이었다고는 하지만, 사회주의에 대한 우리들 이해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한국어 레닌전집이 없다는 것이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아고라출판사의 레닌전집 출간사업은 레닌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사회주의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아고라출판사의 김찬 대표께서 직접 수상하셨는데요, 10년 후 반드시 레닌전집 완간에 성공하여 다시 레드 어워드를 받겠다는 각오를 밝혀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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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선정부문은 시선부문이었는데요, 첫 번째 수상작으로는 ‘미스 프레지던트’가 선정되었습니다. ‘미스 프레지던트’는 지난 10월 26일 개봉한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박정희와 육영수가 이 나라를 살렸다고 믿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겪었던 충격을 담담하게 담았습니다. 미스 프레지던트의 배급사 인디플러그의 고영재 대표께서 수상하셨는데요, 이런 영화 만들었다고 빨갱이 취급받는 터에 레드 어워드까지 받으면 빨갱이 인증하는 것 아니냐는 김재환 감독의 말씀을 전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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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부문 두 번째 수상작은 ‘reset’이었습니다. ‘reset’은 세월호 버스킹 ‘잊지말라 0416’을 비롯 여러 투쟁현장에 연대해 온 SV 김수빈님의 5집 앨범으로, 한국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의식과 함께 새로운 사회에 대한 SV의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콜밴과 함께 SV는 다른 수상자들과 달리 2017 레드 어워드 선정 소식을 모른 채 축하공연자로 초대되었기 때문에 수상 소식에 더 놀라워 하셨는데요, 평소 받고 싶었던 붉은 레드 어워드 트로피를 받게 되어 무척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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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마지막으로 SV가 발표한 반동부문에는 콜트콜텍 박영호가 선정되었습니다. 반동부문은 문화예술계 퇴행에 기여한 인물이나 기관에 수여하는 부문으로, 박영호는 세계 악기 시장의 30%을 점유하고 있는 콜트콜텍 사장으로서 각종 노동탄압을 자행하다 공장을 폐업하고는 10년 째 교섭에 불성실하게 대응한 악덕을 인정받았습니다. 역대 반동부문 수상자에 최성영 전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 서북청년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기춘, 조윤선 등이 있습니다만, 박영호는 자본가로서 첫 반동부문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콜밴의 임재춘 동지께서 대리로 수상하셨는데요, 트로피는 없고 대신 ‘꽃병’만 전달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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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의 축하공연 이후 시작된 2부 시상식은 2016 레드 어워드 기록부문 수상자인 최인기 빈민해방실천연대 집행위원장께서 열어 주셨습니다. 기록부문은 다큐멘터리 영화와 사진, 르포 문학의 성과를 기리기 위하여 마련한 부문으로, 첫 수상작은 이문영 한겨레 기자와 김흥구 사진가의 ‘웅크린 말들’이었습니다. ‘웅크린 말들’은 사북 탄광촌의 옛 광부, 구로공단 여성 노동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대부업체 콜센터 노동자, 소록도 한센병 환자, 강정마을 주민들, 세월호 희생자 가족 등의 이야기를 담은 르포르타주로, 인터뷰이들 스스로 미처 풀어내지 못해 응어리진 이야기들을 실험적 형식과 단단한 문체로 풀어냈습니다. 이문영 기자께서 직접 수상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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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기록부문은 아사히 비정규직지회의 ‘들꽃, 공단에 피다’가 수상했습니다. ‘들꽃, 공단에 피다’는 구미공단 최초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인 아사히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직접 집필한 산문집으로, 노동조합을 만든 지 한 달 만인 2015년 5월 문자 한 통으로 해고된 후 2년 동안 이어온 투쟁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을 통해 공단을 들꽃으로 뒤덮게 할 씨앗이 될 것입니다. 멀리 구미에서 오신 차헌호 지회장께서 수상소감 발표와 함께 투쟁보고와 승리결의를 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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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기록부문은 ‘가현이들’이 수상했습니다. ‘가현이들’은 윤가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20대 초반의 세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관점에서 ‘알바천국’ 알바노동의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당사자들의 조직과 투쟁 과정을 친근한 언어로 담아냈습니다. 수상은 영화에 등장하는 세 가현이들 중 이가현 동지께서 해 주셨는데요, 영화에 노동당 얘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노동당 홍보영화가 아니냐는 평을 듣기도 했다는 뒷얘기와 함께, 지금은 여성주의 문제를 더 깊이있게 다룬 차기작을 준비하고 계신다는 말씀을 전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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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현 동지께서 발표한 다음 부문은 새로운 형식을 통해 지역이나 투쟁 현장에 연대한 문화예술활동을 기리기 위하여 마련한 연대부문으로, 올해에는 ‘빈 공장의 기타 소리’가 수상했습니다. ‘빈 공장의 기타 소리’는 파견미술가로서 한국 사회 곳곳의 투쟁에 연대해 온 전진경 작가가 지난 11월 출간한 그림책으로, 긴 시간 동안 이어 온 콜트콜텍 노동자들과의 연대 경험과 이를 통해 작가 자신이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전진경 작가께서 직접 수상해 주셨는데요, 공장미술제를 통해 첫 레드 어워드를 수상하신 후 두 번째 수상인데도 불구하고 기쁘게 받아 주셨고 그림책 구입 당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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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비평, 기사, 교육 및 토론 등으로 시민의 비판적 문화예술 역량을 키우는 데 이바지한 활동을 기리고자 마련한 담론부문 발표가 있었는데요, 2017 레드 어워드 담론부문에는 월간잡지 ‘사회주의자’가 선정되었습니다. ‘사회주의자’는 사회주의 사상투쟁과 선전보급을 목표로 명시한 월간매체로서 2016년 11월 창간 후 12월 현재 14호를 발행, 국내외 사안에 대한 사회주의적 관점의 해석과 비판과 함께 학습 공동체 조직을 진행해 왔습니다. 황정규 편집국장께서 반갑게 수상해 주셨고, 사회주의와 사회주의자의 필요성도 역설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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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무대 뒤에 가려져 있지만 무대를 만드는 역할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한 토대부문 발표가 있었는데요, 올해 토대부문은 ‘애플박스와 청테이프’가 수상했습니다. ‘애플박스와 청테이프’는 영화노동자 당사자들이 직접 제작하는 팟캐스트 방송으로, 2015년 8월 15일 첫 방송을 내 보낸 후 현재까지 93회의 방송 진행하며 스크린 뒤 영화 현장 노동자의 현실과 문화예술계 현황과 문제를 공유해 왔습니다. 수상소감은 ‘애플박스와 청테이프’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김철웅 감독께서 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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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회주의 혁명 100주년이어서 더욱 특별했던 2017년 레드 어워드 시상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올해에도 변함없이 자신들의 진지를 지키며 묵묵히 작업하고 활동해 온 문화예술인들과 현장 노동자들이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가 혁명 100주년이어서 특별했다면, 내년 2018년은 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이어서 다시 특별한 한 해가 될 텐데요, 내년에는 또 어떤 소중한 작업들을 만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도 부끄럽지 않게 한 해 열심히 활동하고, 내년에는 더 많은 당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2018 레드 어워드를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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