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고도, 천혜의 요새 톨레도 : 당신은 무엇을 지켜냈는가? 

 

마드리드 남서쪽 71Km에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이고 나머지 한면은 절벽이며, 지하는 강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천혜의 요새가 있다. 타고난 지형으로 스페인 천년고도의 숙명짊어지게 되는 그 이름 톨레도.

스페인여행 1일차.

기원전부터 로마의 고도였으며, 5세기경 서고트왕국의 수도가 된 후 1560년 마드리드로 수도가 옮겨질 때까지, 고대로마, 이슬람, 카톨릭의 어마어마한 유산들을 남긴  톨레도에 오게 됐다.

2박을 해도 부족한 곳을 패키지 일정에 쫓겨 스페인 도착한 오후에 잠깐 들고 떠나야 하는 안타까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런지.

다닥다닥 붙어있는 오래된 건물들이 스페인의 따가운 햇볕을 시원한 그늘로 만들어낸다.  그 그늘은 시원할 뿐만 아니라, 삭막해야 할 회벽색 벽돌마저 지나가는 이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오묘한 금빛 빛깔을 띠게 한다.  

지금은 기념품상점과 관광객들로 들어찬 좁다란 골목 사이, 이곳에서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의 소리에 귀기울여 본다.  

이웃과 즐겁게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했는데, 그 소리 깊은 곳에 전쟁과 권력의 폭압속에 아파하 중의 슬 절규도 골목 모퉁이 사이 사이에 맺혀있다.  

하느님에 대한 신앙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산토토메교회에 있는 그레코의 명화,

그리고 화려함과 위엄으로 가득한 톨레도 대성당,

중세 카톨릭 수호자를 자처했던 스페인의 의지를 보는 하다

스페인 카톨릭의 중심지였던 톨레도.

이베리아반도에서 이슬람을 몰아내고, 로마 카톨릭편에 서서 수많은 전쟁을 감행했으며, 내전에서도 공화파에 맞서 카톨릭 수호를 내세운 독재자 프랑코를 지원했던 톨레도

뒤로,

1천 8백만 아메리카 원주민의 죽음,

마녀재판, 신교도와의 종교전쟁, 내전 속에서

쓰러져간 헤아릴 없는 억울한 생명들. 

땅에 스며든 피를 외면하는

외부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았던 견고한 성벽과

오로지 하늘로만 치솟아 오른 대성당을 바라보며,

나는 톨레도에게 묻는다

 

톨레도여,

당신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진정 무엇이었는가?

 


 

세비야의 마차

공원 사이를 누비던 마차가 갑자기 차도로 나선다.
벤츠, 닛산 그리고 대형 버스와 함께 우리가 탄 마차가 신호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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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패키지 여행 3일째.
세비야 스페인광장에서 콜롬버스의 무덤이 있다는 세비야 대성당까지 공원과 세비야 뒷골목 사이사이를 누빈다는 관광용 마차. 물론 돈은 별도로 낸다.

여행은 사람들 사이를 함께 걸어다니는 것이지

비싼 들여 관광용 마차를 필요가 있냐는 의견은,

걸어가는 것은 아이들에게 힘들고,

16세기 마차 안에서 당시 귀족들의 눈으로

세비야 골목을 바라보는 것도 좋은 추억일 것이라는 다수 주장에 눌려버렸다.


[그렇게 오르게 된 세비야의 마차]

 

지정된 관광코스를 상투적으로 따라갈 것이라는 예상이 맞아들어가는 듯할 시점에,
마차가 갑자기 일반도로로 뛰어나가 교통신호를 받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마차에 대한 예상을 빗나가게 만들었다.

아무리 관광객을 배려한다지만, 일반 출퇴근 차량과 함께 마차가 달린다는 ,

천천히 달리는 마차 뒤로 묵묵히 따라붙는 자동차와 통근 버스들의 모습은,

우리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 것이다.


조급함과 각박함 속에 조금만 늦다 싶으면 상대를 추월해버리고 마는 우리나라 도로의 불협화음. 서로 부딪치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운 우리네 일상에,
마차와 버스, 자동차가 서로 어우러지며 가야할 곳으로 막힘없이 흘러가게 해주는 세비야 시민들의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이라는 윤활유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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