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도착 3일째,

패키지 일행은 세비야에서 그라나다로 이동하면서 조그마한 소도시 한 곳에 들렀다.  
코르도바.
8~10세기 이슬람 황금기,
스페인땅 이슬람왕조의 중심지로서,
한 때 50만명의 인구를 자랑하던 유럽 제일의 도시

지금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기만 기다리는 
인구 3만명의 소도시의 모습일 뿐이다.

이런 외진 곳에 오는 이유는 단 하나.

세계에서 이슬람과 카톨릭이 공존하는 메스키타 사원 때문이다.  

그렇지만 와서 보니 의외로 거리 곳곳에 볼 거리 솔솔하다.

 

공예품가게, 건물창 예쁜 테라스 위에 걸린
아름답고 소박한 화분들…
강렬한 태양을 막아선 건물들이 만들어낸 시원한 그늘 속에는,
천 몇 백년전 사람들로 붐비던 삶의 자욱들이
이 좁다란 골목 언저리마다 새겨져 있다.
기독교인과 유대인, 그리고
이 땅의 주인이었을 이슬람인들이 함께 살던 이 거리에는,
사원 주변이라는 종교적 엄격함보다
서로 어울어진 삶의 정감이 남아있는 듯 하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코르도바의 메스키타 사원은
사람사는 냄새로 가득한 코르도바를 꼬옥 품에 안고 싶어서인지 주택단지와 좁은 골목 하나만 사이에 두고 자리잡고 있다.

사원을 둘러싼 투박하고 소소한 외벽만 봐서는
이것이 세계적인 이슬람 사원인지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입장하는 순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말발굽모양의 2중 아치들과 기둥들은 마치 신의 정원에 파묻힌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785년 라흐만 1세 때 건축되어 몇차례 확장을 통해 한 번에 2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당시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이슬람 사원이 되었다.

그러나 스페인의 레콩키스다(국토회복운동)과정에서 이 곳 코르도바가 그리스도인들에게 함락된 이후,
300개의 석주를 허물고 대성당이 지어졌다.
실제로 카톨릭교구에서는 이 사원 전체를 허물려고 했으나
국왕의 뒤늦은 반대로 가운데 부분만 카톨릭 성당이 건설되어,
이슬람사원과 가운데 카톨릭 예배당이 공존하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모습이 되었다.

 

당시 국왕 카를로스 5세가 이렇게 말했다지요.

어디서나 수 있는 건물을 짓기 위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건물을 허물었구나. 

어느 곳에서도 없는마리아승천대성당이라 명명된

이슬람 사원, 메스키타.

 

 

자신의 잘못은 덮고 상대를 억누르려는

하늘높이 솟아오른 천장과 화려한 장식의 카톨릭 교회당,

말없이 주위를 빼곡히 둘러싼 이슬람 사원의 850 기둥들,

같은 자리에 세워졌으나, 서로를 용납 없다는 듯,

어딘지 불편해 보이는 모습이다.

같이 살기는 하나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아직도 서로를 보듬지 못하고,

때로는 폭력과 증오, 전쟁의 대상으로 삼으려고만 하는

우리 인간들의 불편한 모습을 여기서 보는 하여 또한 불편하다.

 

코르도바 메스키타 옆으로

로마교를 품은 달키비르강은 말없이 흐른다.  

이천년 이상이나 증오의 핏물을 흘려보냈던 강은

훗날 메스키토에서

이슬람인들과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어울려서,

누구는 메카를 향해 절하고, 누구는 찬양을 부르고 있다는 화해의 소식을

바다를 통해 전세계로 흘려보내고 싶어서일까?

메스키타의 불편한 동거가

사랑의 하모니로 바뀌는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과달기비르강은

소리없이 물줄기를 흘려보내고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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