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대표적 카톨릭 국가, 스페인.
이 곳에는 세계적인 카톨릭 대성당들이 남아있다.
그렇다보니 스페인 패키지 여행코스는 대표적 문화유산인 그 대성당들을 빼놓고 일정을 짤 수 없다.
톨레도 대성당, 코르도바의 마리아승천대성당, 세비야 대성당 등등…
마치 성당에서 성당으로 이동하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동행한 우리 아이들은
‘또 성당이야?’라는 불경스러운 소감을 뱉어내기도 하였다.

일정상 들러보지 못한
레온대성당, 부르고스 대성당, 산티아고 데 콤보스텔라 대성당 등
아름답고 유명한 곳이 많다고 하니
여행사 치고 이 정도만 들리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아이들은 언제쯤 깨닫게 될까?


[사진 : 톨레도 대성당]


[사진: 세비야대성당]


 

주위를 압도하며 우뚝솟은 첨탑이
멀리서 다가오는 우리들을 맞이하고 있다.

당시 보잘 것 없는 주민들 거주지 사이에서
멀리 하늘로 치솟은 첨탑은
사람들에게 어떤 마음을 들게 했을까?

 


[사진: 톨레도 대성당 내부]


[사진: 세비야 대성당 내부]

 


[사진: 코르도바의 대성당 내부]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고개를 완전히 젖혀야 바라볼 수 있는 천장
천장의 화려한 궁륭과 장식을 비추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빛과 조명
하늘나라는 이렇게 높고 아름답다고
성당의 건축자들은 애써 말하는 것 같다.

 

 


[사진: 톨레도 대성당의 트란스파렌테]

 

특히 톨레도 대성당의 천정은
당시 첨단 기법인 ‘트란스파렌테’를 사용해
천사들이 그려진 천정벽화를 한없이 빛나게 하고
그 바로 아래 중앙제단으로 빛이 흘러들어오게 하였다.

그 시대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재원과 첨단 기술을 투입해
하늘의 영광을 나타내보려는 시도였을까?


[사진: 톨레도 대성당의 중앙제단]

 

 

위로 향하던 경탄의 눈길을 아래로 내려
주위를 둘러본다.
울창한 숲속의 거목을 연상하는 일련의 기둥, 주랑들..

중세 고딕성당은 중부유럽의 어둡고 두렵기까지한 숲 속에서
울창한 거목들 사이로 살짝 비치는 하늘의 빛을 바라보며
신을 그리워하던 중세인의 마음을
성당 안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출처: ‘고딕, 불멸의 아름다움’ 사타이 다케시 지음)

 

너무나 찬란하게 빛나는 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두운 나와 내 옆의 사람들…

고통스럽고 비참한 생활 속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민중들에게
하늘의 영광을 멀리서 바라보며
현실의 아픔을 잊으라고 하는 것인지…

그런데 실제 성당의 주인공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사람은 어둠속에 다니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요한복음 8장12절)

 

그러나 그 빛은 이 성당에선 하늘과 성상들에게만 비칠뿐…
예수가 온 건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라 했는데,
성당에 하늘의 영광은 있으나,
땅에는 평화가 내려오지 못한 듯 느껴지는
이 마음은 왜일까?

중세 대항해시대에 초강대국 스페인

다른 유럽국가가 ‘오직 성경’을 외치며
예수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며
교회의 천장을 낮추던 종교개혁 시기에도,
카톨릭 수호를 고집하며 종교전쟁에 국력을 낭비하다
모든 식민지를 잃고 유럽 최빈국으로 전락했던 스페인,

낮은 곳, 힘들어 하는 백성을 비추지 못하고,
높고 빛나는 가시적인 영광만 추구하려 했던 스페인,

이런 돈키호테와도 같은 스페인의 몰락을
수백년전 세르반테스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가?

대성당 안에는 그와 같은 아픔의 역사가
고스란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하늘에만 머물던 그 빛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빛나게 하는 성당이 있다.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 . .

진정한 아름다움은 사람을 빛나게 하는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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