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우리 일행은 1238m 높이의 웅장한 바위산에 들렀다. 사람들은 이곳을 ‘몬세라트’라 부른다.

 

검은 성모상, 몬세라트수도원으로 유명하지만 내 시선은 계속 한 곳에 머물렀다.

분명 무엇과 많이 닮았는데…
가우디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카사밀라,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저 바위산

신은 모든 생명과 자연에 존재 의미를 부여했다는데 그는 무엇을 상상하며 이 거대한 조각을 남겼는가?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닐까?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
신이 가장 소중히 여겼던 것,
사람이 만나서 사랑을 만들고,
사람이 모여서 삶을 이룬다.

그렇다.
저 바위는 바로 사람을 닮았다.

수 천만년 전부터 이 땅을 지켜왔고
이 땅을 일구었던 조상들의 형상이며,
지금 이 땅을 지키며 사는 바로 그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이 땅 위에 삶을 펼칠 후손들의 모습이다.

5박8일의 숨가뿐 여정. 관광시간보다는 이동시간이 더 길었던 일정
마드리드, 톨레도, 코르도바, 세비야, 그라나다 그리고 가우디의 바르셀로나…

스치듯 지나간 여정 속에는 인천행 비행기에 탑승한 후에도 끝낼 수 없는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이리하여 수개월간의  또다른 스페인 여행이 시작되었다.

7권의 관련 서적을 읽으며,
카메라에 담긴 사진속의 그곳을 추억하며,
‘나의 첫 스페인 여행기’를 고치고 또 고쳐 나갔다. 그럼에도 지금 내 영혼 속에 채워지지 않는 아쉬운 무엇이 남아있다.

 

친절해보이는 여자운전사, 가게 점원,
거리를 오가는 그들의 여유있는 표정,
스트레스와 경쟁에 쫓기는 우리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스페인 사람들의 얼굴

역사를 돌아보면 어쩌면 유럽땅에서 우리와 닮은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 바로 스페인 사람들이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영광은 꿈처럼 사라지고,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얼마 전 이웃이었던 동포들을 학살했던 그 내전. 40년간의 프랑코 독재로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했던 국민들


[사진 – 부상당한 분리독립 시위자 / 출처-2017년10월2일자 데일리안]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왔고
어떻게 지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못했다.

아픈 역사를 뒤로 하고 척박한 땅을 고르며, 가우디와 같은 건축가, 피카소와 같은 화가, 축제와 축구의 열정을 토해낸 스페인 사람들, 그 사람들의 온기를 미처 느끼지 못했다.

 

나의 첫 스페인여행은 5개월전에 끝났다.
그것을 추억한 짧은 글들도 이제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만나지 못한 나에게 그들의 영혼이 숨쉬는 소리를 만날 때까지는…

나의 스페인 여행은 끝나지 않는다.  ■

 

그동안 “머리,가슴,발끝으로 스페인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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