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수장이 된 최대집 회장의 캐릭터는 독특하다 못해 부조리하다. 평균 이상의 지성을 기대할 만한 이력과 지위를 가진 이가 헌정사에 전무후무할 부패 스캔들을 일으킨 정권을 요란하게 옹호했던 모습은 기이하게 느껴진다. 여기까지는 그가 존경하는 독재자 박정희가 박근혜만 남긴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지성에 어두운 유산도 함께 남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치자.

하지만 그가 현 정부의 의료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일명 ‘문재인 케어’의 반대 명분으로 “의사의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박탈해버리는 폭거”를 거론하는 대목은 그렇게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정권은 그저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의 밥줄을 끊는 블랙리스트를 운영하지 않았던가.


[사진 출처 – http://www.pennmike.com]

 

최 회장은 상복부 초음파 검사, 엠아르아이(MRI) 등 비급여 의료서비스가 급여화되어 그 가격에 대한 공적 통제가 이뤄지는 상황을 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최 회장의 주장을 경제학적 표현으로 번역해보자. ‘지금까지 공급자인 의사들이 정하고 수요자인 환자들이 선택함으로써 정해진 비급여 의료서비스의 가격은 앞으로도 수요-공급 시장에 맡겨야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은 최 회장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의료서비스 시장의 자유를 옹호했다. 최 회장과 프리드먼의 질적인 차이는 지적 일관성이다. 1962년에 낸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그는 1950년 시작된 미국의 매카시즘 광풍이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약하는 사례들을 거론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텍사스의 약사 면허 신청자는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반공산주의 충성 서약을 해야 했고, 워싱턴의 수의사도 반공주의 선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동물을 치료할 수 없었던 시기였다.

 

그의 주장의 요체는 면허제도가 시장의 자유를 제한하므로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배관공, 이발사 등 용역을 제공해줄 사람들을 적절히 고를 능력이 있는 것처럼 의사를 고를 능력이 있다. 그런데 면허제도는 국가가 그런 자격을 가진 사람을 결정함으로써 자발적인 계약을 맺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약하게 된다. 그가 살펴본 의사들은 면허제도를 이용해 의사 인원의 공급을 제한하고 독점을 구축했다. 그리고 사회를 향해 “윤리적인 의료행위가 이뤄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의사라는 직업에 걸맞은 수준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뿐”이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이 ‘의사 직업수행의 자유’를 논리적으로 밀고 간다면 프리드먼과 대면하게 된다. 그때 프리드먼은 최 회장에게 의료면허 반납을 조직해 면허제도 폐지 투쟁에 나설 것을 조언할 것이다.

 

프리드먼은 살아생전 자신의 경제적 신념이 세계 각국의 신자유주의 국정 운영으로 피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영광을 누린 드문 경제학자이다. 하지만 전국민 건강보험제도 여태 만들지 못하고 의료서비스를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시킨 미국조차도 의사 면허 제도를 폐지하지는 못했다. 미국은 빈발하는 재난적 의료 사고를 통해 의료 행위가 배관이나 미용과 달리 온전히 시장에 맡기면 사람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사회 필수적 공공재라는 사실을 인류에게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어 왔다.

 

사실 문재인 케어는 의료공공성 제고 수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절박한 요구에 비춰 너무 부족하다. 특별히 의료서비스의 공급은 민간이 주도하는 체제를 유지하면서 재원은 건강보험으로 단일화하려는 접근은 과잉진료 경쟁을 유발해 재정의 항상적인 위기를 구조화한다. 의사가 되기 위해 들어가는 엄청난 개인 부담은 그들이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 대신 고소득에 매달리게 되는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재인 케어에는 의료공급체계의 공공성을 높이려는 정책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의협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동시에 의사 양성 비용을 포함한 의료공급체계의 공공성을 높이는 대책을 정부에 함께 요구하는 모습이 의사들에게 면허라는 특권을 부여한 사회가 의사들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이시디 최고 수준의 소득을 누리면서 그게 줄어들까 전면 파업을 조직하는 의협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명의와 돌팔이가 자유경쟁에 의해 평가받도록 의료면허를 없애자는 프리드먼의 주장에 솔깃해질 지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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