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 등록

국회 등에서 기득권 정당들이 이권다툼을 하는 통에 선거구는 획정되지 못하였고, 시간이 흘러 3월 2일 예비후보자 등록일이 다가왔다. 특별히 선거구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기에 우리 선본은 첫날 예비후보로 등록하기로 결정하였다. 다른 것으로 1등을 하지는 못할 것이니 등록이라도 1등으로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당일 원활한 등록을 위해 후보자 기탁금 60만원을 2월 28일에 미리 선거관리위원회에 입금하였다. 송금 영수증(?)을 받기 위해서 후보자가 근처 우체국을 찾아서 뛰어가서 은행 업무 마감 직전에 겨우 입금에 성공하였다. 이외의 예비후보 등록 관련 서류는 사전에 선관위를 찾아가 검토도 받은 상황이었다. 처음으로 해보는 선거이기에 나름 더 철저하게 서류를 준비하였다.

 

대망의 3월 2일이 다가왔다. 선관위가 업무를 시작하는 9시도되기 전에 우리는 선관위에 도착하였다. 사전에 서류를 검토 받았기에 서류는 무난하게 통과(?)되었다. 하지만 등록 직전에 치명적인 실수를 발견하였다. 2월 28일에 발송한 기탁금을 팔달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 장안구 선거관리위원회로 발송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실수였다. 모든 서류의 글자를 오탈자가 있을까봐 하나하나 확인하였는데, 정작 우체국 봉투에 들은 영수증은 읽어보지 않은 것이다.

 

장안구 선관위는 다행이도 팔달구 선관위에 위층에 위치하여 기탁금을 환불받으러 멀리 이동하는 번거로움은 없었지만, 등록 첫날 아침부터 장안구 선관위에 올라가서 “저.. 기탁금을 잘못 보내서 환불받으러 왔는데요”라는 말을 해야 했고, 직원들의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우리는 공식적인 선거 첫날 액땜이라며 선거가 잘될 징조라는 말과 함께 오후에 후보 등록을 마쳤다.


기탁금이라는 벽

도의원 예비후보의 기탁금은 60만원이다. 본 선거에 출마하려면 300만원의 기탁금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 돈은 다른 선거비용과 함께 선거에서 득표율 10%를 넘기면 반액, 15%를 넘기면 전액을 돌려준다.

 

대외비(?)이지만 우리의 선거 ‘예산’은 약 1000만원이다. 돈이 부족하여 이보다 더 적게 집행될 확률이 높다. 이 예산 중 300만원이 기탁금이다. 정당 이름만 걸고 나가도 득표율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당의 후보들은 이 돈이 다시 돌려받을 보증금처럼 느껴지겠지만, 3%만 받아도 기적이라고 생각되는 진보정당의 후보들에게 이 돈은 땅에 묻는 돈이다. 또한 한 지역에서 1명 이상의 후보를 내지 못하게 하는 높은 벽이기도 하다.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국회의원 선거의 기탁금은 1500만원이라고 한다. 1500만원이면 지방선거에서는 한 후보의 선거운동을 진행하고도 남길 수 있는 돈이다. 우리의 예산대로라면 유세차를 활용한 선거운동도 가능한 금액이다. 참고로 김광원 후보는 약 10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이 있다고 한다. 만약 다음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다고 생각했을 때에 김광원 후보는 자신의 학자금 대출을 갚고도 남을 돈을 땅에 묻어야 한다. 현재의 제도로는 학자금 대출이 1000만원인 김광원 후보는 국회의원 선거에 사실상 출마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한쪽에서는 선거에 활용한 모든 돈을 돌려받고, 다른 한쪽에서는 비슷한 돈을 써도 돌려받지 못할 뿐 아니라, 법에 의해 TV토론 출연 등도 제한 받는 상황이니 어떻게 진보정당, 소수정당이 의미 있는 득표를 할 수 있을까? 기탁금 제도는 선거에서 “각 후보나 정당들의 무분별한 출마”를 막기 위한 제도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노동당과 진보정당들의 출마를 ‘무분별한 출마’라고 생각하는가보다. ■

 

Comment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