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권문석의 이름으로 최저임금 삭감법 거부한다.

이 말을 함께 외치고 싶었습니다. 권문석 선배의 5주기 추모제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당면한 선거운동때문에 한께 외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를 기억하는 짧은 글이나마 남기고자 합니다.

2012년 겨울, 알바노동자 실태조사를 하며 내가 지금 하지 않는 노동이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땐 미처 나의 임금이 어떻게 결정되고 계산되는지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가맹점인지 직영점인지에 따라 임금이 다르고, 어떤 사장님을 만나는지에 따라 받아야하는 수당도 달라졌습니다. 낮은 임금때문에 노동시간이 길어 하루 열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장님의 요청에 의해 일터에 불려나가는 것은 예사였습니다. 그리고 그 해 겨울부터 우리는 우리의 삶을 위해 <최저임금 1만원>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1월, 알바연대의 출범을 알렸고 이제 최저임금 1만원의 요구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어느 정도 휴식을 하고, 대출하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임금이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동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문석선배는 최저임금1만원 운동과 함께 ‘알바생’이 아닌 ‘알바노동자’라고 불러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학생이 용돈벌이를 위해 잠깐 하는 노동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노동조건과 환경이 알바노동으로 변했으며, 잠깐 지나가는 기간이 아닌 노동의 한 형태로 자리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학생이나 청년뿐만 아니라 세대를 불문하고 저임금/불안정 노동이 번지고 있었으미까요. 그런 그가 갑작스레 떠난지 5년이 지났습니다. 금방 선배의 외침이 실현될 것 같은 기대가 있었기에 허망함과 미안함이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권문석의 이름으로 최저임금 1만원>이 아닌, <권문석의 이름으로 최저임금 삭감법 거부한다>라는 요구는 그래서 더 아픕니다.

최저임금 삭감법은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범위에 식대, 출장비, 숙박비 등 업무를 위해서 고용주가 부담하는 비용 역시 최저임금에 포함되도록 넓혔습니다. 기본급에 최저임금에는 포함되지 않던 각종 수당이 더해져 최저임금보다 조금 많이 월급을 받았던 이들에게는 이제 모든 수당에 최저임금이 포함이 되니 실질적으로는 최저임금이 삭감된 것이나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오겠지요.

한국사회에 절대 다수인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상한선이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임금 상한은 제일 적게 버는 사람과 제일 많이 버는 사람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두는 법인데,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저임금 노동자들이 아무리 일을 해도 더 가져가지 못하게 법으로 묶어버렸습니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평등하게 삶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만고만한 월급을 받으며 살게 될 법이 통과된 것이나 마찬가지이죠. 그래서 지금 최저임금 삭감법의 거부를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것도 저임금 노동자들입니다. 간신히 간신히 식대나 교통비를 노동자의 복리후생비로 얻어내기 시작한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데, 자꾸 정부는 그리고 이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만 얘기합니다. 그들은 그런 삶을 살고 있지도 않은데 말이지요. 이미 저임금 노동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경험해보지 않은 자들이 그렇지 않다라고 이야기하는 해괴한 상황입니다.

 


 

#2. 최저임금 노동자 신지혜입니다.

 

요즘 최저임금 삭감법이 통과되고 잠을 잘 못자고 있습니다. 최저임금만 뺏긴 것이 아니라 잠을 뺏기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뺏겼습니다.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한다면서 늘어난 것은 한숨과 분노뿐입니다.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생각해봤습니다. 올해 최저임금이 평소보다 제법 오르면서 ‘아, 이제는 월말까지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되겠구나. 여기서 최저임금 만원까지 되면 조금 더 살만하겠다.’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 삭감법은 이번 달만 겨우 살아가는 저에게 다음 달, 내년에 대한 기대를 빼앗아 갔습니다.

국회는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이제 임금이 올라도 겨우 이정도이니 이 정도로 계속 살아라.’라고 통보했습니다. 깊은 분노를 느낍니다. 지난 5년간 외쳐온 최저임금 1만원이 이제 좀 실현되나보다 했더니 아니었습니다. 식대와 각종 수당을 합쳐서 이렇게 최저임금 1만원 만들었으니 공약을 지켰다고 이야기할 것이 뻔합니다. 제 경제적인 인생의 기준이 정해져버렸습니다.

어젯밤에도 너무 화가 나서 잠이 오지 않아 카**톡 플러스 친구에 문재인대통령을 친구추가했습니다. 알림이 하나 왔습니다. 7월1일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된다고. 우리나라,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노동시간이 깁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 긴 시간을 일합니까. 임금이 적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 오랜 시간동안 일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임금을 깎아놓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라고 합니다. 이것은 지난 5년간 우리가 요구한 것이 아닙니다.

문재인대통령이 선출되기 전에 우리 국민들은 법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국민들이 대통령을 물러나라 외치니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했습니다. 그렇게 국민들은 법이 실현되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이제 국민들에게 또 새로운 법을 경험하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국회가 국민들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법을 통과시켜도 대통령이 거부할 수 있다는 그 법 말입니다. 국민에게 그 법의 실현을 보여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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