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의 황망한 죽음 앞에 이제사 정신 차린 언론들이 “정치자금법이 원외 정치인들에게 얼마나 가혹한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있다.

 

노회찬 씩이나 되는 전국적인 인지도와 인기를 갖고있는 정치인도, 총선 1달 전엔 정치자금 모금의 절박함으로 인해 불법적인 자금의 유혹을 이기기 힘들게 하는게 지금의 제도이다. 좋다. 정치자금법은 바꿔야한다. 그래야 노회찬 의원이 내세에서라도 자신과 같은 억울한 후배 정치인들이 나오지 않게 됐다며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꿔야할까? 미국처럼 정치자금의 운영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대신 모금을 무제한으로 바꾼다면 이게 노회찬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일까? 미국 정치처럼 정치인들을 대자본이 제공하는 거대한 정치자금의 노예로 만들고 정치판을 로비스트들의 천국으로 만들 것이기에 답이 될 수 없다.

 

결국은 금액의 제한, 1인당 한도액의 제한은 풀 수 없을 것이고 대신 원외 정치인들이 합법적인 후원금을 모금 할 수 있게 하는 정도가 현실적인 한계일 것이다.

그러면 된걸까? 과연 그런다고 돈많고 후원금 걷기 쉬운 현역 의원들을 인맥도 경력도 부족한 정치 신인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 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 선거 비용 한도가 1억 5천만원을 넘어가는데 이 금액을 풀로 쓸 수 있는 재력가, 인맥이 풍부한 경력자, 현역 의원들 앞에서 진보 정당의 정치 신인들이 과연 얼마만큼이나 정치자금을 모아서 경쟁 할 수 있을까?

내 경험으론 3천만원도 쉽지 않다. 누구는 선거 후 전액 보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2억 가까운 돈을 쓰고, 누구는 한푼도 보전 못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3~4천만원을 쓰면서 경쟁하는게 퍽이나 정당한 경쟁이란 말인가? 나는 이런 정치 역시 노회찬의 정신과는 전혀 상관 없는 정치라고 본다.

 


본질적으로 돈이 안드는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왜 정치활동이 그리 고비용이 된 걸까? 소선거구제 기반의 지역 선출 선거제도 때문이다. 4년간 지역구 관리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사무실 내서 운영하고 여기에 최소한의 직원이라도 고용하고, 선거 시기엔 수십명의 유급 사무원과 수천만원짜리 방송차를 동원해서 유세하고… 이런 정치 환경이 바로 정치인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정치 자금의 짐을 지게 하고있다.

노회찬 의원은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평생 주장해왔다. 이러한 탈 지역구 선거 제도는 여러가지 효과를 낳는데 그중에 하나는 바로 개별 정치인들에게 지역구 관리, 지역 선거 자금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을 덜게 해 준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 챙길 지역구 국회의원 내 손으로 뽑겠다는 욕심이 한국 정치를 망치고있다. 정당 명부제로 선거 제도를 바꿔 정치인들을 정치 자금의 압박에서 자유롭게 해줘야한다. 노회찬 한명을 보낸게 정말 아쉽다면 10명 100명의 노회찬을 만드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극복하자.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작은 진보 정당들에 내가 장담하는데 수백명의 노회찬들이 있다. 정치 욕하지 말고, 이런 작은 진보정당들에 입당도 하고, 입당이 어려우면 정기 후원이라도 하자. 그래야 미래의 노회찬들에게 작은 기회라도 더 생기지 않겠는가?

 

 

▶ 노회찬을 위한 변명 #1 : http://2-um.kr/archives/5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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