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지방선거에 노동당 광주광역시 비례대표로 출마한 박은영 님은 시민 당사자를 직접 만나 정책공약 아이디어를 나누고 제안받는 활동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시민 당사자의 소중한 제안을 전하고자 <이-음>에서 다시 모아 게재합니다.

<시민공약 5 : 예술인 기본소득 >

내가 일하고 있는 대안학교 ‘교육공간 오름’의 자랑은 단연 예술인 선생님들이다. 일상적 삶으로부터 예술에 대한 열정이 전이되는 과정은 교육 그 이상의 힘을 가진다. 예술을 업으로 활동하는 분들에게 연극, 영화, 음악, 미술 등 예술수업을 배울 수 있는 오름의 학생들이 부러울 정도다.

 

오름의 여러 예술인 선생님들 중 오늘은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연극배우로, 연극강사로 바쁜 삶을 살면서도 2009년 개교한 오름과 시작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극단토박이’의 송은정 선생님 그리고 오름에서 상근하시며 지하 연습실 rounds sounds에서 새 음반을 녹음 중인 싱어송라이터 박소영 선생님 두 분과 예술인에게 필요한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 분 모두 예술인들이 창작 작업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예술인 기본소득’은 그래서 절실하다. 예술 활동으로 생존하기에 사회 환경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예술작품과 공연, 문화 행사에 대해 ‘공짜’로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예술인들에게 재능기부를 강요하는 행태가 바뀔 필요가 있다.

 

일회성 지역 행사나 사업만을 위한 문화예술지원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행사나 사업만을 위한 지원은 예술인과 시민 모두 원하지 않는다. 진정한 예술 지원 사업은 예술인에 대한 지원 사업이라야 한다. 새롭게 탄생한 결과를 시민과 공유할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자신의 이름과 삶을 걸고 누구보다 문화예술을 드높일 주체들, 예술인에게 선별과 차별이 없는 기본소득을 주자! 더 나아가 온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시민공약 6 : 중도입국 외국인 청소년 의료비 지원 >

광산구 월곡에서 중도입국 청소년과 외국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초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정수진’님을 만났다. 광주시에 필요한 정책을 물었더니 본인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상들의 어려운 상황을 말하며 중도입국∙외국인 청소년들에게 의료비 지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학생들이 결석한 경우 대부분 아파서인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마음이 불편하다고 한다.

 

현행 ‘재외동포법’에는 고려인의 경우 3대까지는 ‘재외동포’로 인정받지만 4대부터는 ‘외국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수진님이 주로 만나는 고려인 4대는 지원을 못 받고 있다.

 

고려인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러시아 연해주 일대로 이주한 한인들을 말한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는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면서 극심한 차별대우와 궁핍한 삶을 살았다. 고려인들이 러시아로 강제 이주된 지 80년이 됐지만 한국에 들어온 고려인들은 여전히 취약한 삶을 살고 있다.

 

고려인들이 광주에 둥지를 튼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주로 도농복합 지역인 광산구 외곽의 농촌이나 인근 하남공단에서 일자리를 구하다 보니 집값이 싼 광산구 외곽지대에 모여 살게 됐다. 월곡동과 우산동 원룸촌이 ‘고려인마을’로 불리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 있는 고려인 4만여 명 중 4000여 명이 광산구 월곡·산정·우산동 일대에 거주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1만여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고려인들이 사는 집결지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모여든 안산 등 수도권과는 달리 광주는 실제 거주를 위해 가족과 함께 정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데 그 중 의료비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지난 8월에 입국해 냉장고 조립업체에서 일하던 손모씨는 다리가 심하게 붓는 증세에 겪었지만 국내에 들어온 지 40일밖에 되지 않아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 결국 통증을 견디지 못한 손씨는 치료를 위해 우즈베키스탄으로 가는 중에 사망했다.

 

광주지역 고려인 80%가 무보험 상태라고 한다. 이들을 위한 입법의 길이 멀다면 지자체 차원의 의료비 지원이라도 되어야 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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