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늘을 까면서 마음도 다듬는 산골혜원네 김장주간, 드디어 시작!>

김장을 앞두고 장을 보는데 모든 것이 비싸다, 참 비싸다. 새우젓도 마늘도 당근도 생강도 또 무엇도 무엇도. 1년 전보다, 2년 전보다 그러니까 산골 김장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줄곧 값이 오르고 있다. (양파만큼은 싸다. 이건 너무 싸서 오히려 안타깝다.ㅠㅠ)

미리 사둔 고춧가루만 해도 그렇지. 내년 봄, 여름에 철 맞춘 김치 담글 때도 쓰겠노라 조금 넉넉히 샀다지만 무려 40만원! 김장 재료 가운데 값이 가장 많이 뛴 걸로 치자면 고춧가루가 일순위일 듯. 고춧가루 값을 건넬 때 마음도 손도 적잖이 떨렸더랬다. 이거, 이거 올해 김장값 엄청 들겠구나. 그리고 골똘히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고춧가루만이라도 우리 텃밭에서 농사지어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다 고춧가루 값 겁나서 김장도 하고 싶은 만큼 못하게 되는 때가 머잖아 닥칠 것만 같은 두려움(?)마저 밀려들더라니.

 


마늘, 당근, 생강, 갓.

 

올해 텃밭농사에서 명백하게 ‘실패’한 것들. 오늘 이것들을 하나하나 사면서 값을 치를 때 다시금 그 생각이 찾아왔다. 다른 건 몰라도, 김장 속에 들어가는 것만이라도 우리 텃밭에서 길러내야 하지 않을까. 크기들만 크지 다 농약 치고 길렀을 농산물들을 지난해보다 한껏 오른 값을 치르고 손에 쥐니 한숨이 밀려온다. 그동안 제아무리 농사가 안 돼도 기쁘게 맞으며 웃고 살아왔건만 오늘만큼은 과연 내가 산골살이를 잘 해온 게 맞는지 나름대로 깊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밀려왔다.

곧이어 배추도 무시도 사야 한다. 아직까진 많고도 많게 김장하고 싶은 열망을 간지하고 있는지라 요것들도 꽤 돈이 들어야 할 게다. 배추도 무시도 내 손으로 농사지어서 김장하고만 싶으다, 정말!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으로 시장에서 살 거 사고 마트에 들러 김장에 없어서는 안 되는 생필품 ‘막걸리’부터 이거저것 또 산다. 그러다 꼬막이 보이네. 허걱! 스무 개쯤 들었나 싶은데 1만원이 훌쩍 넘는다. 요즘 꼬막 철이라고 하던데 집을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참았다. 이까이꺼, 먹어도 안 먹어도 그만이지.

그러다 또 회 한 접시 포장해서 파는 게 보인다. 2만원! 횟집에서 먹는 거보다야 싸겠지만 그냥 또 참았다. 김장 앞두고 몰아서 쓴 돈이, 또 써야 할 돈이 너무 많아서 참 오랜만에 ‘돈 스트레스’에다가 게으른 텃밭농부의 한스러움까지 밀려오는 바람에 안 먹어도 ‘사는 데 크게 문제 없는’ 먹을거리에까지 돈을 쓰기가 싫었다.

집에 돌아와 순두부찌개 끓이고 달걀찜까지 해서는 꼬막과 회 대신 값싸고 질 좋은 단백질을 보충하면서 살짝 다짐했다. 김장 잘 마치면 그때 꼬막도 회도 선물로 나한테 대접해야지!

 

저녁 푸짐히 먹고 한 접쯤 되는 마늘 까기 시작. 우리 집에서 마늘 한 접을 한 번에 까기 시작한다는 건 바로 김장 주간이 시작되었다는 신호.

손 빠르고 진득한 옆지기가 꼼짝않고 마늘 앞에만 붙어 있었음에도 (난 밥 차리고 설거지하고 또 딴짓도 하느라 늘 그랬듯이 조금만 했음.) 마늘을 다 까는 데 다섯 시간쯤 걸렸나 보다. 어느덧 밤 12시가 가깝다.

큰 그릇 가득한 마늘 깨끗이 씻고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

이제 농사 못 지은 한탄일랑 접고 다른 이들이 애써 농사지은 것들을 고맙게 받아 안으며 그분들의 땀과 정성까지 스며든 김장을 행복하게 맞이해 보련다. 농사는 허당이지만 김장만큼은 옹골차게 해내야지. 며칠이 걸릴지 당최 가늠이 안 되는 요노무 김장, 마음껏 즐겨보자구! *^^*

산골혜원네 2018년 김장 이야기.

“이제 진짜 우리의 시간이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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