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 제정된 미국의 셔먼 반독점법은 노동조합을 기업들의 담합과 성격이 유사한 불법으로 규정했다. 노조 결성이 반독점 규제의 예외로 인정된 것은 1914년 제정된 클레이턴법에 의해서다. 이로부터 100년이 지나 디지털경제 시대에 등장한 특수한 직업군의 단결이 담합이냐 아니냐 하는 논쟁이 미국 사회에 점화됐다. 시애틀 시의회는 2015년 우버나 리프트 같은 플랫폼 사업자의 승차공유 앱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전자들에게 집단교섭권을 확대 적용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그러자 미 상공회의소가 이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독립 계약자이므로 이들의 교섭권을 인정한 조례는 연방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소를 제기했다.

 

이 분쟁의 쟁점은 한국의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와 직결된다. 그간 특수고용 노동 문제에 대한 진보적 대안은 ‘노동자성 인정’이었다. 이로부터 노조 결성을 통한 교섭력 획득, 사회보험 적용 등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의 경우에는 이 대안의 적용이 쉽지 않은 기술적·법적 난관에 봉착한다. 이를 살펴보려면 플랫폼 노동을 크게 두 범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업무의 배분은 온라인 앱을 통해 이뤄지지만 업무는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주문형 앱 노동(on-demand work via app)과, 업무 할당부터 작업의 수행까지 모두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크라우드 노동(crowd work)이 그것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노동자성 인정이 부분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주문형 앱 노동이 보조 소득을 올리는 수단으로만 사용되거나, 아니면 한 노동자가 다수의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일을 받는 경우도 많아 사용자 특정이 쉽지 않다. 크라우드 노동은 주문형 앱 노동의 이런 난점에 더해 노동자성 인정에 필수적인 사용-종속 관계를 특정할 수 없거나 특정할 실익이 없는 특성을 갖는다. 온라인 노동이 수행되는 국가와 플랫폼 사업자의 소속 국가가 상이하고, 온라인 노동을 수행하는 개인이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의 통계는 한국의 플랫폼 노동 비중이 무시 못할 수준에 있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영국 하트퍼드셔대학이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7개 유럽 국가의 성인 각 2천명을 인터뷰한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을 통해 조금이라도 소득을 올리는 노동인구의 비율이 9~22%에 걸쳐 있었다.

 

완전한 노동자성 인정이 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에 대한 적정 수준의 보호나 플랫폼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모두 무용하다는 결론을 지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배달 앱 노동자들의 경우 엄청난 보험료 책정에 의해 오토바이의 파손이나 본인 상해에 대한 손해보험 가입부터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이 문제는 노동자성 인정이 아니더라도 결국 다른 공적 개입을 요구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공유경제’를 “당면한 최대 현안”으로 보고 규제 완화에 나설 것을 강력히 시사했다. 플랫폼 노동의 확산은 기왕의 불안정 노동 체제의 문제들을 심화할 것이다. 당장 배달 앱 노동자들이 ‘라이더 유니온’ 결성에 나선 상태다. 대부분 개인사업자 지위를 갖는 이들의 단결은 사업자 단체의 제소나 정부 정책에 따라 언제든지 공정거래법 19조에서 금지하는 부당공동행위(담합) 규정 적용 대상이 된다. 물론 노조 지위 인정부터 험난한 투쟁이 될 것이다.

 

유럽 각국에서는 조세와 소득분배, 프라이버시, 사회보험, 생태, 인종차별 등 다방면에서 플랫폼 노동의 확산이 초래한 폐해들과 그 대안들이 논의되어왔고, 대안의 일부는 제도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 문제에 관한 대안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변변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플랫폼 노동에 생계를 의존하는 이들은 법령이 어떻게 규정하든 플랫폼에 종속된 노동자다. 이들의 단결을 사장님들의 담합과 같이 대우한다고 해서 이 종속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사업자가 완전히 벗어던진 사용자 책임은 결국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정부는 제발 플랫폼 노동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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