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만 되어도 핸드폰을 두 세개씩 쥐고 콜을 기다리는 대리운전 노동자들을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조금 더 늦은 시간이 되면 어디론가 분주히 이동하며 이용자를 만나는 대리운전 노동자들. 이미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밤풍경이다.

이런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장시간 야간노동으로 불면증·시력 저하·위장 장애에 시달리고 있으며, 하루 평균 10킬로미터 이상 도보 이동에 따른 근골격계질환을 겪고 있다. 게다가 수수료와 각종 보험료, 프로그램비, 심지어 출근비 등으로 40% 가까이를 업체에 뜯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일 대리운전 노동조합은 경기 판교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어 카모가 지난달 5일 시작한 ‘프로 서비스’ 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으면 ‘더 적은 콜, 더 늦은 콜, 더 나쁜 콜’ 을 받게 될테니 노동자들에겐 사실상 이용료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운행수수료만 받겠다던 사업초기 선언을 빗대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는 비판도 나온다.

 

연 300억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카카오. 그 수익금의 일부를 대리운전 노동자들에게 환원하기는커녕 새로운 유료 서비스를 만들어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는 것이다. 40% 가까이를 이미 업체들에게 뜯기고 있는데 더 뜯어갈 것이 남아 있단 말인가? 이처럼 스마트폰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업무 수행을 요청받고 대리운전, 식사 배달, 가사 노동, 줄서기·축의금 대행, 펫시터, 심부름 등의 일을 하는 ‘플랫폼 노동자’ 들은 업체들로부터 속수무책으로 뜯기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대리운전 노동자를 비롯한 플랫폼 노동자들을 방치해왔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플랫폼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플랫폼 기업은 시민 모두가 함께 생산한 데이터인 위치 정보, 취향, 행동양식 등을 이용하여 수익을 올리기에 그 수익의 일부는 기본소득 등의 형태로 시민들에게 분배되어야 마땅하다.

서태성(노동당 경기도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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