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코앞에 둔 파란 하늘을 보면서 불쑥 떠오른 노래가 있어요.

 

“파란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나라를 보았니 울타리가 없는 나라~♪”

 

이런저런 생각들에 젖어서는 예촌 한옥 처마 그늘 밑에 기대서 ‘파란나라’를 불렀어요. 진짜 오랜만에 읊조리는데 얼추 노랫말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대뜸 마음먹었죠. 오늘은 철탑 위로 이 노래를 띄우자!

‘2019년 8월 29일(목) 11시’에 국정농단 이재용 재구속 재판이 있다네요. 김용희 선생님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기셨어요.

 

국정농단 및 노조파괴 범죄자 이재용 재구속 재판(선고)을 앞두고 한일 경제문제와 조국 법무부장관 기용문제로 언론과 국회가 한통속이 되어 이재용 재판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습니다. 해고자 복직 문제가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이재용 부회장은 반드시 재구속 되어야 합니다. 내일부터 이재용 선고기일인 29일까지 시한부 재단식 투쟁에 돌입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재판 양형에 따라 단식투쟁 일정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다시 단식이라니! 55일 단식 끝에 복식중인 지금! 처음엔 많이 안타까웠지만 곧 마음을 바로 세웠습니다.제가 수화기 너머로 몇 번이나 김용희 선생님 목소리로 들었고요, 그 말씀에 담긴 진심을 철석같이 믿고 있거든요.

 

“꼭 살기로 마음먹었다. 건강하게 살아서 투쟁하겠다!”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라는 말을 새기면서 못하는 산골 노래 띄엄띄엄 전하려 했건만, 오늘부터 복식으로 먹는 죽마저 다시 끊으셨다니 노래로라도 마음의 양식을 드리고만 싶은 욕심에 다시 또 전화기를 들어 노래를 불러 드렸습니다.

 

우리가 한 번 해 봐요, 온 세상 모두 손잡고

새파란 마음 한 마음 새파란 나라

우리 손으로 지어요, 어린이 손에 주세요, 손!♪

 

소리의 고장, 남원의 품에 기대어 부른 노래가 장수 산골에서랑은 쫌이라도 달랐을까나요. 해튼지간에 동요를 불러드린 건 처음인 것 같으니, 왠지 그걸로 새로운 느낌은 들지 않았을까 싶고만요. (동요라지만 제가 좋아하는 가수, 제주의 딸 혜은이 언니가 부른 노래라지요^^)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께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이하며 노래 한 곡 또 불렀습니다.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께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

(…)

그대여 지금 어디 있는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말도 못할 만큼~♪

 

 

요즘 자꾸만 생각나는 노래였죠. 전주에 흐르는 빗소리 반주부터 마음을 촉촉하게 울리는 노래,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지요. (이정하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이고 가수 김현성님이 노래를 불렀죠.) 좀 오래전에 좋아했던 노랜데, 요즘 들어 다시금 생각이 나더니만 어제 산골에 쏟아지는 비를 보다가는 끝내 불러보고야 말았답니다.

오늘 같은 밤 생각나는 이름들.

박미희, 김지숙, 페르페투아 수녀님,

전상하, 진창원, 조선아, 김희명, 이종란…

강남 네 거리 철탑 아래 딱 세 번 갔을 뿐인데 너무 많은 이름들이, 얼굴들이 제 마음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김용희 선생님께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되어 주었던 여러 님들께 머리 숙여 고마운 마음 절절히 전합니다. 고백컨대, 당신들은 산골 아지매에게도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었습니다.

당신들이 있어서 당신들이 있기에 숨이 컥컥 막히던 순간순간이 닥쳐와도 가쁘게나마 숨 쉴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말도 못할 만큼.

보고 싶습니다.

말도 못할 만큼.

Comment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