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닦고 보라 꽃 아닌 것은 없다” _가을 호박꽃 앞에서 부르는 시 >

산골 원두막에서 앞마당까지 호박꽃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꽃은 열매를 맺고자 피어나거늘, 지금 해를 바라보는 저 노란 꽃들은 아마도 열매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혹 맺히더라도 호박으로 제 몫을 해내지는 못할 테지요. 이제는 때가 늦었거든요.

 

그럼에도 저 꽃들은 태어남을 원망치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샛노란 빛깔 찬란하게 펼칠 것입니다. 때 늦게 꽃으로 난 운명을 내치지 않고 말이지요. 자연의 흐름을 숙명으로 받아안는 것, 그 또한 자연스러운 일임을 그것이 바로 자연임을 가을 호박꽃을 보며 느껴 봅니다.

 

“호박꽃도 꽃이냐고 날 보고 놀리는데

나는 그만 참을 수 없어

멸치도 생선이냐 예예예예~♪”

 

한여름 호박꽃을 볼 때면 어린 시절 숱하게 입에서 흐르던 저 노래가 막 떠오르곤 했는데 이 가을에 핀 노란 꽃 앞에선 시 한 자락 불러 보고만 싶습니다.

 

<꽃 아닌 것 없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슬픔이 아닌 꽃은 없다

그러니

꽃이 아닌 슬픔은 없다

눈물 닦고 보라

꽃 아닌 것은 없다

_복효근 시집 <꽃 아닌 것 없다>에서

 

 

 


 

<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한가위 지나간 지 몇 날은 지났건만 하늘엔 여전히 둥실 둥근 달이 떴다.

 

퍼런 듯 검은 듯 색을 모르겠는 하늘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구름 사이사이로 달이 떠다닌다. 지구가 돌고 달도 돌고 분명 그리 알고 있는데 왠지 달만 움직이는 듯하다.

달 때문인지 덕분인지 시 한 수 떠오르는 밤.

 

나그네

_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시 읊고 나니 ‘나그네’ 요 제목 때문에 노래 하나 또 떠오르다. ^^

최희준 선생님이 부르셨던가. “인생은 나그네길~♪”로 시작하던 ‘하숙생’이란 노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하숙생 노래가 이리 끝난다지만 난 좀 바꿔 보고만 싶기만.

빈 마음으로 왔다가

꽉 찬 마음으로 가는 것~♬

오늘 하루 후회 없이 꽉 차게 보냈다, 마음도 몸도.

 

그런 하루가

그런 내가

고맙다.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니 양탄자처럼 깔려 있던 구름이 싹 걷혔다.

구름이 있을 때는 있는 그대로 구름이 없을 때는 없는 그대로, 둥근 달이 그저 좋기만 하다. 아무래도 달님 한 번 더 만나고 꿈나라로 가야겠다. 작은 소망 하나 슬쩍 빌어 볼까나, 말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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