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현 평등노동자회 대표이자 노동운동가인 허영구 님의 산(山)중일기입니다. 산을 오르며 내뿜는 들숨날숨처럼 노동과 사회, 세상에 대해 교차하는 생각들을 자연스레 담아낸 기록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청계산(성남과천의왕, 618m), 2020.4.18.토

활동하는 단체 등산모임에서 청계산을 올랐다. 경부고속도로 옆 원터골 입구에서 출발해 마당바위, 길마재, 돌문바위, 매바위, 매봉, 망경대, 석기봉을 거쳐 청계사까지 약 5km, 3시간 산행을 했다. 주말이라 등산객들로 붐볐다. 젊은이들이 많았다.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탓에 학과별 등산에 나선 것 같았다.

 

전날 비가 내리더니 오랜만에 하늘이 파랗다. 멀리 북한산도 볼 수 있다. 건너편 관악산은 선명하다. 기억에도 가물가물, 정말 오랜만에 오른 청계산이다. 산은 온통 연두색이다. 초등학교 시설 동산에 올라 풍경화를 그렸는데 언제나 먼저 닳은 색깔이 연두색이다. 철쭉도 예쁘게 피어 바람에 흔들린다.

 

코로나 무풍지대인 듯 다수의 등산객들이 마스크를 끼지 않았다.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은 시원하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가팔랐고, 계단이 많았다. 매봉에는 등산객들이 사진촬영하느라 줄을 서 있고, 주변에는 식사를 하는 등 봄꽃 아래에서 휴식하고 있다. ‘대우조선해경청원경찰 해고투쟁 384일, 삼성해고자 고공농성 313일, 일진다이아몬드 전면파업 298일’ 인증샷을 찍고 하산했다.

 

청계사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멀어져가는 청계산 줄기를 바라보니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차량과 산책하는 사람들로 코르나 이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불과 3일 전이었는데 격렬했던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총선도 먼 기억이 남았다. 불공드리는 불자들, 자전거 라이딩 하는 행렬, 계곡 입구 식당, 텃밭, 마을버스 타는 사람들….일상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르나 재난의 시대, 사람들은 정치꾼들의 장밋빛 공약에 표를 찍었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돈과 권력을 가진 유산자들에게 다수의 무산자가 표를 던지는 비계급 내지는 몰계급의 선거는 끝나지 않는다. 공포의 균형, 공포의 지배는 계속된다. ■

 

 

Comment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