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곳곳에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햇빛이 반짝반짝 비치는 물속에 얇은 모가 좌르륵 늘어선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참 흐뭇합니다. 구슬땀 흘리는 아주머니, 아저씨한테 반갑게 인사를 드렸어요. 열심히 손발 놀리시면서도 환하게 웃으시네요.

마을 분들이 다른 농사 거리 심을 때는 더러 힘들어 보이기도 했는데 오늘만큼은 뭔지 모를 넉넉함이 온몸에서 배어나는 듯했어요.  하늘 같은 밥이 될 쌀이라서그랬을까요. 힘들어도 웃을 수 있던 것.

아침 녘에는 마을 아주머니가 마늘쫑을 가져다 주셨어요.  그걸 받아들었을 때만 해도 ‘아이쿠, 일감 생겼네. 하기 싫어~’ 요랬거든요. 마을 모내기 풍경 덕인지  아까는 쳐다보기도 싫던 마늘쫑이 갑자기 막 궁금해지네요.^^

마늘쫑 한 줄기 살짝 베어무니 어찌나 싱싱하고 아삭아삭한지요.  요렇게 튼실히 기르느라 정말 많이 애쓰셨을 거예요. 고마운 마음 안고서 바로 씻고 썰고 무치고,  올해 첫 마늘쫑무침을 후다닥 만들었어요.

우리 텃밭에도 마늘이 자라고 있지만 부실해선 마늘쫑이 별로 없어요. 마늘쫑무침 못 먹고 지나치겠구나, 아쉬웠는데 이웃 덕분에 제철 음식을 감사히 챙겨 먹게 되었답니다. (사실 우리 부부는 둘 다
마늘쫑을 좋아한답니다~^^)

귀한 밑반찬이 생겼는데 저희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텃밭에서 절로 자란 돌미나리를 뜯어다 마늘쫑 안겨주신 분께 안겨드립니다. (돌미나리 잘 드시는 걸 옆지기가 전에 눈여겨보았더라고요.)

“개개개굴 개개굴개굴~♩”
늦은 밤 이곳저곳에서 개구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호호호~ 오호호~♪”
하늘 저쪽에선 검은등뻐꾸기도 우네요.

 


마음까지 맑아지는 자연 음악을 벗 삼아 책 한 권 열어 봅니다. 신진 시인의 30년 귀촌 생활 비록을 담은 <촌놈 되기>입니다.

겨울 지나 봄이 성큼 다가올 때까지 마음자리 힘겨워 부대끼던 순간순간, 한 장 두 장 들춰 보며 가까스로 마음 부여잡게끔 도와준 책이랍니다.

내가 가진 것, 알고 보면 내 노력과 능력으로 가진 것이 아니라 모두가 남이 준 것,  남이 내게 양보한 것, 내가 남에게서 빌린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내 것은 남의 것, 남의 것 모두가 내 것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저 글귀가 참말로 마음에 쏙쏙 와 닿습니다. 구불구불 밑줄 그은 곳도 보여요.

행복하고자 하면 자존심이 있어야 하고 자존심이란 불필요한 욕심을 버린 이에게 찾아오는 행복이 아닌가 합니다.

아마도 저 글을 보던 순간엔 행복하지도 않고 자존심은 바닥을 치고, 그랬기에 밑줄 좍좍 그었을 테죠. 행복하고 싶고 자존심도 지키고 싶은  바람에, 욕심에… 제 마음밭에 자라난 불필요한 욕심들이 무엇일지 차근차근 들여다봐야겠습니다. 그래야 더 깊이 뿌리내리기 전에 뽑아야 할 것들 쑥쑥 캐낼 수 있을 테니까요.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으로서의 할 일을 찾는 일입니다. 황량한 사막 속에서 나만의 오아시스를 찾는 어리석음을 박차고  서로 배려하고 상생하는 프랙토피아, 모래사막을 가로지르는 도전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계속하다 보면 나만큼 소중한 것이 남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덧 남처럼 소중한 내가되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은 저 문장이 탁 눈에 들어옵니다. 책을 가만히 덮습니다.

남처럼 소중한 내가 되어, 내 것이 남의 것이고 남의 것이 내 것이 되는 삶. 평화와 행복을 서로 함께 나누고 누리는 그런 삶을 꿈꾸어 봅니다. 개구리와 검은등뻐꾸기가 합창하듯이 울어예는 이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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