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산, 2020.5.23.토

내가 속한 단체의 등산모임에서 5월 산행에 나섰다. 인천과 시흥시에 걸쳐 있는 소래산(蘇萊산)이다. 백과사전에는 모양이 소라처럼 생겼다거나, 냇가에 숲이 많아 솔내(松川)라거나, 지형이 좁다는 뜻으로 ‘솔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적인 유래는 서기 660년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멸망할 때 당나라 장수 소정방(蘇定方)이 산동성 래주(萊州)에서 군대를 끌고 와 이 산(蘇萊山)에 주둔하면서 붙여졌다 한다. 1360년 전에 외국군대가 서해를 건너 소래포구를 통해 백제를 침략한 것이 산 이름의 유래가 됐다니 씁쓸하다.

 

송내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 번 더 갈아타야 하는데 배차간격이 뜸한 지 버스가 올 생각을 않는다. 그래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는 등산로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 나올 때 빈차로 나와야 하니까 웃돈을 존 더 달라 한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의아했다. 가는 동안 기사는 소래산이나 계양산 등 이 지역에 산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천대공원 근처라 주말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도로 길가에도 승용차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높이가 300m쯤 되는 산이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과 나들이 나온 등산객들이 많았다. 정상에는 사진촬영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요즈음 주말이면 도시 근교의 산 정상에서 자주 목격하는 풍경이다. 코로나 시대에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이 보인다.

 

구름이 낀 탓에 전망이 크게 좋지는 않다. 시흥과 인천시 아파트들이 보이고 소래포구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지형이 ‘동고서저’라 서쪽 지역의 산 높이가 낮긴 하지만 산맥으로 이어진다. 산과 산 사이로 아파트가 빼곡한 풍경이다.

 

일행과 함께 정상에서 투쟁사업장 지원 인증샷을 찍는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부당해고/거리농성 2168일”, “일진다이아몬드 전면파업 333일”, “대우조선해양청원경찰 부당해고 419일”, 삼성해고자 김용희 철탑고공농성 349일“에다 최근 항공사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아시아나 케이오는 정리해고 철회“, 제주(이스타)항공은 정리해고 중단, 운항재개, 임금지급”까지 더했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야근하고 참석했고 다른 일행과 나는 오후 일정이 있어 하산한 뒤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인 묵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이제 여름 날씨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인간은 바이러스의 세계를 온전히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인간들이 무한욕망을 추구하는 가운데 자연생태계를 파괴해 온 결과가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서울시내로 들어와 종각역 근처에 열린 항공사 노동자들의 집회에 참석했다. 5.18 항쟁 40주년에 강제로 철거당한 천막을 다시 설치하는 모습을 지켜 본 뒤 강남역 김용희 삼성해고자 고공철탑농성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발언기회가 있어 노동자에게 재난 아니었던 적이 없었던 재벌자본주의 사회를 말하면서 소래산 다녀온 이야기도 함께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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