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거두었습니다. “뿍뿍” 소리가 납니다. 뽑아내기가 꽤 힘이 듭니다. 지난해 늦가을부터 햇수로는 2년을 땅속에 있던 마늘. 여지없이 작고 작지만 두 해 걸친 생명력이 흙 묻은 뿌리부터 오롯이 묻어납니다.

 

올해 마늘이 유래 없는 풍년이랍니다.  참 좋은 일인데, 슬픈 뉴스가 들립니다. 마늘값이 마구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마늘밭 갈아엎는 곳이 많다고 하네요.  2년 걸린 농사를 포기하는 그 아픔을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두어 망쯤 될까 말까 하는 마늘을 거두고는,  마냥 흐뭇해하던 제 모습이 왠지 부끄럽습니다. 농사가, 농부의 땀이 올곧게 자리매김하는 세상을 위해 작은 텃밭 농부는 무얼 할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많이 거두지 못하고 두루 나누지 못하는 서툰 농사일지라도 자연의 시간에 맞추어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며 조금씩 하나씩 배우고 익히며 지금처럼, 지금보다 좀 더 정성껏 걷는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아직까지는요. 그런 마음을 다잡으며 마늘 뽑은 자리를 갈고 다듬어 서리태를 심습니다. 검고 단단한 콩알을 땅에 쑥쑥 밀어 넣으며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지금 삶터에서는 콩 농사가 처음입니다. 하늘이 보내는 날씨 따라 농부의 발걸음 따라 거두는 양이야 달라지겠지만, 설마 서리태 심은 자리에 팥이 날 리는 없겠지요? ^^

두 해 동안 마늘을 품고 있다가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콩알을 거두어 주는 텃밭을 봅니다. 참 고맙습니다. 마늘처럼 알싸하게 서리태처럼 단단하게 땅처럼 넉넉하게 그렇게 자연을 닮아 가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아마도 농사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일 테지만 제 마음밭에 그 작은 꿈 하나 품어 봅니다.  마늘 뽑은 땅에 서리태를 심은 유월의 어느 더운 날에.

이 일 저 일 몸 좀 부렸다고 하루를 마감하며 노동요 하나 불러 보고 싶네요. 무척이나 더웠던 유월의 어느 날에 어울리는 노래 같지는 않지만요.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_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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