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울산바위), 2020.7.7.화

생일이라 모처럼 하루 휴가를 내고 설악산으로 향했다. 북한산 안 가 본 코스로 등산할 계획이었는데 그냥 설악산 울산바위로 가고 싶었다. 미시령을 넘을 때마다 보이는 참 멋있는 바위산이다. 하루 산행으로 경기도에서 출발해 대청봉을 다녀오기는 무리인지라 울산바위를 택했다. 평일이라 집에서 출발한 지 2시간 반 정도 걸려 신흥사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정말 오래 된, 46년 전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 기억을 호출했다. 앨범에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권금성 그리고 비선대, 비룡폭포, 흔들바위에서 찍은 사진이다. 추억이 여행처럼 설악동에 왔다. 가끔 설악산 등산객들이 불만을 토로한다는 신흥사 입장료 3500원을 내고 통과했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신흥사 전경은 기억나지 않는다. 절 입구를 지나자 왼쪽으로 권금성으로 오르는 케이블카 타는 곳이 있고 비선대, 비룡폭포 등 표지판이 보인다. 그제야 오래 전 이 곳에 수학여행 왔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후 학교, 직장 다니다 노동운동의 길에 들어섰는데 뭐가 바빴는지 한계령이나 미시령을 넘어 숱하게 속초에는 왔지만 이 곳에는 오랜만에 오게 됐다.

 

등산로 표시를 따라 울산바위로 향했다. 그런데 흔들바위 표시도 함께 있다. 수학여행 기억으로는 권금성에 올랐을 때 흔들바위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울산바위 가는 도중에 계조암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친구와 사진 찍었던 기억이 난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다시 사진을 찍는다. 당시 사진과 비교해 보고 싶어진다.

신흥사에서 안양암을 지나 흔들바위가 있는 계조암까지는 2.8km인데 숲이 우거지고 새들이 지저귄다. 등산로도 매우 편안하고 좋다. 특히 계곡의 맑은 물 흐르는 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계조암에서 조금 오르니 전망대가 있다. 멀리 대청봉과 공룡능선 등 장엄한 설악산 전경이 펼쳐진다. 오전에 약간 흐린 탓에 대청봉에 구름이 걸려 있다. 오른쪽 가까운 곳에 황철봉이 있고 돌아보니 눈앞에 울산바위가 우뚝 서 있다. 멀리 지나가며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33년 전인 1987년 가을 직장 산악반에서 설악산에 온 적이 있는데 이 역시 오래된 기억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벌어질 때 가끔 뉴스로만 접하고 있었는데 그 해 10월 2일~4일 설악산 등산을 했다. 2일 밤 용대리에 도착해 1박하고 다음날 새벽 5시 대청봉을 향해 출발했다. 요즘처럼 등산로 표시가 제대로 안 되어 있었는지 등산 대장조차 길을 잘못 들어 한참 헤매다 밤늦게 봉정암에 도착해 1박했다. 다음 날 대청봉을 거쳐 오색으로 하산했다. 힘들었던 기억만 남아 있다. 기록해 둔 산행일지를 보니 용대리에서 오색까지 텐트숙박 시간 빼고 이틀간 23시간이나 걸렸다.

오랜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며 대청봉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장엄한 설악산을 조망했다. 그리고는 수많은 계단을 걸어 울산바위 정상에 올랐다. 위문에서 오르는 백운대(832m)보다 더 가팔랐고 높았다.(873m) 자동차로 미시령에서 속초로 오가며 멀리서 보던 울산바위 모습과는 달랐다. 울산바위라는 이름은 바위가 울타리처럼 쳐져 있었다거나, 바위를 통과하는 소리가 우는 소리처럼 들린다거나, 원래 울산에 있던 바위였다는 전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경기도에서 하루 만에 차를 운전해 오가면서 오르기에는 벅찼지만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간 설악산의 설레임도 있었지만 산의 멋진 풍광이 피로를 잊게 해 줬다. 한 참 내려오니 해가 넘어가고 어둑어둑해진다. 절을 나서자 주차장에 빈 택시 서 있다. 기사가 우리 뒤에 등산객이 남아 있느냐고 묻기에 한 두 명 정도 마지막으로 내려올 거라 답해 줬다. 설악동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차로 한 번도 쉬지 않고 집에 도착했다. ■

Comment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