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학산, 2020.8.29.토

 

북한산으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 파주에 있는 심학산으로 향했다. 지난 주말 연속 이틀 강원도 쪽으로 산행을 한 데다 전 날 잠을 설치고 나니 몸이 피곤하다. 그래서 가벼운 산책 겸 산행을 위해 심학산을 찾았다. 한강 하구이자 임진강과 만나고 멀리 북녘 땅이 아스라이 보이는 곳이다.


[사진 출처 – https://tour.paju.go.kr)

 

산 아래로 파주 출판단지가 있고 한강변을 따라 자유로가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 오늘은 ‘경술국치’라 불리는 날로 조선왕조가 일본제국주의에 공식적으로 멸망한 지 110년 되는 날이다. 여전히 온전한 해방은 오지 않았다. 노동자민중의 삶, 분단, 제국주의 지배가 그렇다.

 


심학초등학교 옆 주차장이나 아니면 더 올라가 중턱 약천사 주차장에 주차하고 나면 정상까지는 거리가 너무 짧아 등산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래서 약간이라도 땀을 흘리고 산책이라도 하기 위해 교하배수지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 동안 근처 아무 곳에나 차를 세워뒀는데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편리하다.

 

왕복 4km 정도의 야트막한 능선을 따라 걷는다. 비가 자주 내린 탓인지 숲은 습기를 머금고 있다. 태풍 ‘비바’가 지난 간 뒤라 그런지 상수리나무 작은 가지들이 부러져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아직 덜 영근 밤도 많이 떨어져 당에 뒹굴고 있다. 밤송이를 까보면 아직 너무 작거나 여물지 않아 맛이 나지 않는다. 과일이란 다 제 철이 있는 법이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거리두기’만으로도 불안한지 등산로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걷는 사람들이 많다. 마스크 없이 걸어가면 괜히 눈치가 보인다. 청정한 숲길을 말없이 걸어가는 데도 바이러스가 전파될까? 산에 가면 입을 크게 벌리고 심호흡을 하면서 피톤치드를 온 몸으로 느끼는 개운함인데 사회적으로 형성된 공포가 산까지 퍼져 있는 느낌이다.

 

심학산처럼 산책이 가능한 산에는 아이들과 함께 오는 가족이 많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엄마아빠를 따라 걷는 아이들이 있는 숲은 더 싱그럽다. 물론 아이들이야 부모님 성화에 따라나섰을 뿐 집에서 게임이나 하고 지내면 더 좋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부모자식 사이에 그런 추억을 공유할 시간은 매우 짧다는 것을 세월이 지나면 알 게 될 터이다.

 

하늘의 구름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여기저기 먹구름이 보인다. 정상에 서니 햇빛이 보이다가도 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뿌릴 듯도 하다. 멀리 한강하구와 임진강도 흐릿하다. 멀리 한강을 배경으로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거리천막농성 2249일, 대우조선해양 청원경찰 부당해고 517일,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시도 철회 인증샷을 찍는다.

가벼운 산행이지만 무더운 여름날씨라 많은 땀이 흐른다. 제2자유로는 한산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트에 들러 콩 국물 한 병 사고 점심으로 콩국수 한 그릇 후루룩 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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