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나는 게 아쉬워서인지 모기들이 참말로 극성이다. 봄부터 말려 둔 쑥으로 모깃불을 피워 놓고 올여름 들어 처음으로 고구마줄거리를 다듬었다. 산골살림 하면서 뭐랄까, 가장 하기 싫은 일 가운데 손꼽히는 게 바로 이 일. 일 년 만에 해서 그런가, 괜스레 반갑다. 껍질 삭삭 벗겨 내는 손맛도 괜찮고. 모깃불에서 풍기는 쑥 내음을 온몸에 가득 받으며 텃밭이 내준 선물을 다듬는 시간이 좋았다. 고마웠다.
 
날씨가 예년과 다르더니 올해는 고구마 자라는 것도 전과 달리 느릿느릿~ 고구마줄거리 음식은 여름철 입맛 돋우는 데 좋건만, 전 같았으면 몇 번은 했을 것을 그냥저냥 지나치다 이제야 첫 반찬을 한다. 조글조글 고구마줄거리 볶음에 부글부글 고구마줄거리 김치찜. 간장에 졸인 고구마줄거리 볶음은 담백하고 짭짤한 그 맛이 여전히 좋구나. 텃밭에 자라는 고구마를 보며 꼭 한번 먹고 싶었더랬는데 드디어 소원 성취!
묵은지랑 끓인 고구마줄거리는 김치 국물 맛이 쏙 배어서 시큼하고 상큼하고 달큼하다. 고구마줄거리김치 대신으로 맛나게 먹었다.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인 고구마줄거리김치를 참 좋아하는데 올해는 이렇게 건너뛴다. 고구마줄거리도 많지 않고 고춧가루가 비싸기도 하고… 여름에 먹는 고구마줄거리. 가을을 부르는 달, 구월 첫날에 볶음이랑 찜으로 몸에 담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더는 미련이 없음이야~ ^^
해 질 무렵 개구리가 곳곳에서 울어대기에 저절로 들던 생각. ‘비가 오려나 보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뒤에 후두둑 비가 나린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개구리들은 비가 올 걸 어찌들 저리 잘 아는지. 안 그래도 태풍이 온다기에 집안 곳곳 살피고 정리한 뒤라서 태풍 앞두고 내리는 비가, 스치는 바람이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밤이 되니 오던 비가 그치고 개구리 대신 풀벌레들이 운다. 태풍이 온다는 게 잘 믿기지 않는 고요함이 흐른다. 밤하늘 보며 날마다 간절히 바라옵나니
코로나와 수해로 힘든 분들, 의사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은 환자분들, 또 저마다의 자리에서 아픔을 겪는 분들의 몸과 마음도 부디 무탈하시기를! ■

Comment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