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회, 감악산(파주), 2020.9.20.일

감악산(紺岳山, 675m)은 파주, 양주, 연천에 걸쳐 있다. 바위사이로 검고 푸른 빛이 동시에 나온다 하여 감색바위로 불려졌다. 가평 화악산, 안양 관악산, 포천 운악산, 개성 송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으로 불린다. 오늘 감악산 산행은 그 동안 남한에서 오른 산 중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다.

 

범륜사쪽으로 출발해 숲 속 등산로를 따라 정상까지 올랐다. 숲이 우거져 시원하다. 하기야 무더웠던 여름도 지나고 바람이 시원하다. 등산로는 온통 날카로운 바위들이 포개져 있다. 어느 정도 오르다 보면 숯 굽던 터가 나온다. 돌담이 둥글게 둘러쳐진  곳에 자른 나무를 쌓고 흙으로 바른 뒤 입구에 불을 지핀 뒤 나무에 불이 다 붙으면 입구를 막아 공기를 차단한 뒤 7일 동안 식히고 나면 숯이 된다. 산 곳곳에 숯굽는 터가 남아 있다.

숲 속 등산로만 따라 걸었는데 정상에 오르니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다. 남쪽으로 평야를 건너 멀리 삼각산과 도봉산이 보이고 서쪽으로 임진강이 흐른다. 북쪽은 운무에 가려 선명하지는 않지만 북녘땅 임을 알 수 있다. 동쪽으로 아스라이 천마산이 보이는 듯 한데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감악산 정상에는 신라 진흥왕순수비로 추정되는 비석이 서 있다.

 


연인이나 가족단위 등산객이 많다. 100대 명산 표식을 들고 사진 촬영하는 등산객을 보니 명성 있는 감악산임을 실감한다. 등산로 입구 무인점포에서 생수 한 병을 산 뒤 약간의 돈이 들어있는 돈 통에 천 원 짜리 한 장을 두고 왔다. 정상에서도 간식거리를 파는 매점에는 ‘외상’도 가능하다고 써놓았다. 산에 오면 모두 자연이 되고 신선이 되는 걸까? 개인의 소유권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평등평화의 세상이 가능한 게 아닐까?

그러나 현실은 소유권을 놓고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다. 정상에서 준비해간 인증샷을 찍는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해고 2271일,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노동자 해고 1876일, 대우조선해양 청원경찰 해고 539일에 맞서 원직복직을,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605명과 창업주 민주당 국회의원 이상직 수사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늦은 점심을 먹고 건너편에 있는 임꺽정봉에 올랐다. 임꺽정의 활동 무대인 양주골에 올라선 셈이다. 지배세력에 의해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반역으로 기록되었을 뿐 정사가 없고 소설로만 전해지는 임꺽정의 인물과 역사가 아쉽다. 기록하는 자가 역사의 승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승자가 패자의 기록을 모조리 파괴해버렸단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시대의 피지배자들인 노동자민중들도 철저하게 기록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해방세상을 위해서 말이다.

감악산을 향해 차를 몰고 오면서 멀리서 보던 바위산은 임꺽정봉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높이가 676.3m이다. 정상보다 1.3m나 높다.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렇다면 여기가 정상이 아닌가? 민중해방을 꿈꿨던 의적의 바위라서 정상이지만 정상이라 부르지 않고 ‘감악산 임꺽정봉’이라 부르는지 의문이 든다. 시간 나면 관계기관에 문의해 볼 생각이다.

올라올 때와 달리 하산길은 장군봉과 산 아래 저수지 등 사방을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었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온다. 한 참을 걸어 내려가니 다시 범륜사 입구에 당도하고 곧 이어 출렁다리를 건너는 아찔함과 즐거움도 만끽한다. 코로나의 답답함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다리 위에서 푸른 하늘의 햇볕과 계곡의 바람을 만끽한다.


하산을 마무리 한 뒤 파주 헤일리 방향으로 옮겨 장단콩 두부마을에서 콩비지찌게로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밑반찬이 거의 집에서 먹는 것과 유사하다. 집밥이 된 셈이다. 그러나 다양한 두부맛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으로 석양이 지고 초승달이 뜬다. 식당을 나와 어둠이 깔린 자유로를 달려 집으로 향했다. 임진강 건너 북쪽은 칠흙처럼 어둡고 남쪽은 조명으로 밝다. 남북군사합의서 2주년이 어제였는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철조망 건너 강물은 어둡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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