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빈산, 남양주, 2020.11.29.일

 

경의중앙선 전철이 제법 긴 시간을 달려 팔당역에 당도했다. 예봉산 등산로 입구를 따라 올라간다. 늦은 아침을 먹고 나선 산행이라 등산 초입에서부터 하산하는 등산객들을 만난다. 한강과 팔당 유원지를 끼고 있어 제법 유명한 산이라 입구에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코로나 인해 한가롭다. 식당 주인이 나와서 내려올 때 들러달라고 한다.

11월 말이라 활엽수는 낙엽을 떨구고 가지만 남은 채 겨울바람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등산로는 낙엽에 덮여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푸석푸석 소리를 낸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차가운 물이 바위에 부딪치며 흘러내린다. 조금 오르니 정오가 지난다. 준비해간 점심식사를 한다. 배낭이 좀 무겁기는 하지만 찬바람이 부는 산 속에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율리봉을 향해 한참 오르다 보면 오른쪽으로 예빈산으로 가는 등산로가 나온다. 낙엽이 수북 쌓여 있다. 율리봉에서 내려오는 지점과 만나 다시 우측으로 방향을 트니 철쭉 군락지가 나타난다. 나무 굵기로 보아 오래된 듯하다. 한 두 고개를 지나니 예빈산 정상에 당도한다. 일명 직녀봉이라 한다. 그 다음엔 오작교 건너 견우봉이 있는 것은 불문가지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 팔당댐 그리고 한강이 내려다보인다. 가장 가까이서 “Y”자로 한강을 볼 수 있다. 강뿐만 아니라 예봉산과 운길산, 그 너머 멀리 천마산, 검단산과 그 너머 남한산(성), 그 외에도 수많은 산들이 산맥으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예빈산은 두물머리에서 예봉산, 적갑산, 천마산, 철마산을 거쳐 양주골로 이어지는 천마지맥의 출발점이고 의적 임꺽정이 넘나들던 곳이기도 했다.

흐릿한 날씨였지만 팔당대교 아래를 흐르는 한강물을 바라보며 현대중공업 재벌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노동자, 대우조선해양 청원경찰 등 부당하게 해고당한 채 장기농성 투쟁중인 노동자지지, 이스타항공 노동자 해고 철회, 노동악법 개악저지, 재난지원금 지급을 촉구하는 인증샷을 찍는다. 한강과 계곡으로부터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견우봉, 승원봉을 거쳐 내려오니 천주교 묘지를 끝으로 도로에 당도한다. 예전에는 양평 가는 큰길이었는데 지금은 옛길이다. 거기서 팔당댐 쪽으로 내려가니 멀리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백조(고니) 가족이 습지에서 헤엄치며 놀고 있다. 인접한 자전거도로를 따라 3km쯤 가면 다산 정약용 생가가 있는 곳이다. 어둑해지는 시각 다시 뒤를 돌아보니 팔당댐 우측으로 예빈산의 세 봉우리가 정겹게 보인다. 수십 년 동안 양평을 오가며 지나치기만 했는데 산을 오르고 나니 강과 산과 길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다가오는 봄과 가을에 예빈산을 다시 찾아야겠다. 그리고 강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권유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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