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남구 유엔평화로70번길 26

조용한 주택가 입구 한 켠에

‘가람아트홀’이라는 클래식공연장이 있다.

그러나 이곳은 2018년1월31일까지는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던 영화 ‘라스트씬’의 무대, ‘국도예술관’이었다.

​박배일 감독의 영화 ‘라스트씬’은 바로 저 문을 열고 들어가는 한 직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사진 – 영화 캡쳐 화면]

 

다른 광고없이 ‘영화 시작하겠습니다. 휴대폰은 전부 꺼주세요’라는 육성안내, 커다란 필림통을 등에 짊어지고 빛을 발하는 영사기, 관객의 영화티켓을 일일이 잘라가며 직접 제작하는 모습, 자기가 일하는 곳을 사랑한 나머지 영화관 구석구석 사진을 찍는 모습, 그리고, 150석 좌석에 2,3명 관객이 앉아있는 모습.

영화 ‘라스트씬’은 일반영화관에서 보기 힘든 이러한 광경들을 담아 우리에게 보여준다.

영화는 이 극장을 10년간 운영해온 정진아 프로그래머와 김형운 영사팀장의 인터뷰와 일하는 모습, 여기서 추억을 쌓아온 몇몇 관객들의 인터뷰로 진행된다. 그리고 2018년 1월31일 마지막 상영일 자리를 가득 매운 관객들 앞에서 눈물의 인사를 하는 정진아님의 모습까지..


[사진 – 영화 포스터]

 

 

영화는 왜 극장이 문을 닫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멀티플렉스영화관에 밀리고,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2002년부터 독립영화관을 지원하던 사업은 박근혜정권이 들어선 후 2015년에 ‘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사업(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한 작품을 상영하는 영화관만 지원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라는 제도로 사실상 지원이 끊기기 시작한 전후 사정은 영화에서 메아리로 스칠 뿐이다.

영화는 그저 관객이 느끼길 바랄 뿐이다. 국도예술관같은 아름답고 소박한 영화관이 존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권에 따라 들쑥날쑥한 지원이 아니라, 관객들의 진정한 관심과 연대가 아니면 안된다는 것을…

우수한 영화를 만들어내는 유능한 제작자, 감독들은 독립영화로부터 자신의 실력을 쌓아 올라온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독립영화들이 계속 존재하려면 만들어진 영화를 상영할 공간, 그리고 그것을 보는 관객이 함께 있어야 한다. 영화 중 김형운 영사팀장은 말한다. “이런 극장이 사라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관객이 입는 거야.”

세상은 바뀌었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이 세상은 더 변할 것이다. 혹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모습이 낯선 풍경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영화와 영화를 보는 곳, 그리고 관객은 어떠한 형태로든 남아 있지 않을까?

영화 내내 메아리친 “모든 새로움의 시작은 끝으로부터..” 국도예술관의 전신 ‘국도극장’이 문을 닫을 때 10년전 정진아님이 했던 말이, 이제 국도예술관을 닫는 순간, 다시 이 말을 그녀가 꺼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마지막 영화를 상영하는 그날, 정진아님과 몇몇 분들은 스크린 뒤로 가서 영화를 바라본다. 스크린을 뚫고 들어온 빛이 영화관을 진정 사랑했던 그들을 에워싼다. 영화관를 사랑했던 그들의 쓸쓸한 마음을 덮어주고 위로하려는 듯, 영화는 자신의 아름다운 빛으로 그들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 – 영화 스틸컷]

 

영화 ‘라스트씬’의 아름다운 이 ‘라스트씬’. 분명 마지막 사라지는 모습을 담았지만, 영화는 그런 느낌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금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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