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알루미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을 추모하다

‘굿바이 알루미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을 추모하다

2017년 11월 6일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세상을 떠난 지 7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그 해 겨울, 유라시아 횡단기>의 필자 이용규님께서 달빛이 된 요정을 추모하는 글을 보내오셨습니다. 그의 생애와 음악을 기리는 마음으로 웹진 이-음에 게재합니다. 굿바이 알루미늄 2017.11.06 우리의 날들에는 품질보증서가 없다. 다만 그 고저(高低)는 오후 여섯 시에 보인다. 누군가는 … 더 보기 →
[그 해 겨울#20] 찾기

[그 해 겨울#20] 찾기

#20. 찾기 우리의 여행을 거칠게 요약하면 세 가지가 남는다. 먼저 걷는 것이다. 낯선 곳을 어지간히 헤매다 보면 발바닥에 통증이 따라오기 마련이었다. 관광지를 찾아다닐 때 그랬고, 교통비를 아끼려고 일부러 걷기도 했다. 걷는 걸 좋아하는 나였기에 웬만큼 긴 거리도 걷자고 우기기도 했다. 하루 동안 스마트폰 앱에 … 더 보기 →
[그 해 겨울 #19] 몽쥬

[그 해 겨울 #19] 몽쥬

몽쥬 우리는 아직 얼얼한 손목을 어루만지던 지환이를 데리고 언덕을 내려왔다. 몽마르뜨는 숙소(17구) 근처의 18구에 있었다. 다음 행선은 노트르담이었는데, 그 전에 들른 곳이 ‘몽쥬 약국’이었다. 여기가 유명하다며 가자던 진수는 물론이고 넷 모두가 입구에서부터 조금 ‘벙찌고’ 말았다. 웬걸, 사람이 너무 많았다. 식상하지만 적확한 표현이 ‘도떼기시장’ 되겠다. … 더 보기 →
[그 해 겨울 #18] 텀블러

[그 해 겨울 #18] 텀블러

텀블러 쓰다가 만 반쪽짜리 장기판이 스테인리스 대야를 받치고 있다. 물론 이것은, 현대 바둑의 보급에 지대한 공헌을 했음이 분명한, 경첩이 달려 반으로 접히는 바둑판이다. 원목이 아니라 합판 아니면 MDF를 썼겠지만 대신 가볍고 편하고 저렴하다. 무엇보다 양면이라 장기판이 뒤에라도 그려질 수 있었다. 언젠가 아버지는 그것을 사들고 … 더 보기 →
[그 해 겨울 #17] 몽마르뜨와 친구들과 아시아인과

[그 해 겨울 #17] 몽마르뜨와 친구들과 아시아인과

몽마르뜨와 친구들과 아시아인과      그게 기억이 나? 라는 것이 여행기를 쓰고 있다고 했을 때 보통의 반응이다.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도 여름이건 겨울이건 실제로 그러했던 일이 잘 없었다. 먹을 것에 후한 성미 때문에 엥겔 지수가 1에 매우 근접하기 때문이지만, 아무튼, 따라서 내가 ‘여행’을 … 더 보기 →
[그 해 겨울 #16] 개선문으로 가는 길

[그 해 겨울 #16] 개선문으로 가는 길

그동안에 비하면 파리의 숙소는 퍽 만족스러운 편이 못 됐다. 엘리베이터는 지하철이 그랬듯 손잡이를 직접 돌려야 여닫이문이 열렸다. 문을 열면 신발을 신고 돌아다녀야 하는 낡은 마루가 현관도 없이 나타난다. 삐거덕거리는 그 바닥을, 우리는 (통상 젖어있던)신발로 딛어야 했다. 화장실은 의외로 두 개(인 줄 알았)다. 하나에는 좌변기만 … 더 보기 →
[그 해 겨울 #15] 파리

[그 해 겨울 #15] 파리

  파리 우리는 계절을 너무 쉽게 규정하곤 한다(물론 다른 것에도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여름이란, 맑은 바다의 시원한 빛과 내리쬐는 태양이겠다. 하지만 그것만이 여름날의 것은 아니다. 장마철 눅진한 공기도 녹색이다. 여름이 그러하듯 어느 계절이나 두 개 이상의 성질이 있다. 겨울도 그렇다. 아침 눈보라에 코끝이 빨개지는 요란한 … 더 보기 →
[그 해 겨울 #14] 일상은 흐르고

[그 해 겨울 #14] 일상은 흐르고

일상은 흐르고 삼박 사일, 아니면 사박 오일. 지겨울 틈도 없이 어딘가로 거처를 옮긴다. 보통의 해외여행이다. 방학이나 휴가를 얻어 나온 이들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우리의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질리지 않는 건 좋지만 적응할 새도 없는 기간이다. 상당한 기간을 주기로 가끔 있을 법한 ‘별 일’은 피해가기 … 더 보기 →
[그 해 겨울 #13] 슬픈 독백이 없는 곳

[그 해 겨울 #13] 슬픈 독백이 없는 곳

슬픈 독백이 없는 곳 얼마 전 안과에서 ‘안검하수’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드 렌즈 착용이 힘들 수도 있다고 했다. 아니 그 정도인가, 하다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려 보니 납득이 됐다. 나는 두툼한 두덩에 눈이 처진 꼴이 아버지를 꼭 닮았다. 물려받지 않았으면 좋았을 법도 하다. 이마 근육을 움직여야 … 더 보기 →
[그 해 겨울 #12] 뻬쩨르

[그 해 겨울 #12] 뻬쩨르

뻬쩨르 우리는 생각보다도 넓은 땅을 휘저었다. 동시베리아의 설원이나 바이칼 반대편 산맥을 지켜볼 때는 잘 몰랐다. 대륙의 규모를 실감케 해 준 것은 공항에 내릴 때마다 휙휙 바뀌는 날씨였다. 블라디보스톡에서는 눈보라를 맞았지만 바이칼에서는 시리도록 푸른 햇빛을 쬈고, 모스크바에서는 재색 하늘에 질렸다. 그리고 한 시간 반 만에 …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