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 #16] 개선문으로 가는 길

[그 해 겨울 #16] 개선문으로 가는 길

그동안에 비하면 파리의 숙소는 퍽 만족스러운 편이 못 됐다. 엘리베이터는 지하철이 그랬듯 손잡이를 직접 돌려야 여닫이문이 열렸다. 문을 열면 신발을 신고 돌아다녀야 하는 낡은 마루가 현관도 없이 나타난다. 삐거덕거리는 그 바닥을, 우리는 (통상 젖어있던)신발로 딛어야 했다. 화장실은 의외로 두 개(인 줄 알았)다. 하나에는 좌변기만 … 더 보기 →
[그 해 겨울 #15] 파리

[그 해 겨울 #15] 파리

  파리 우리는 계절을 너무 쉽게 규정하곤 한다(물론 다른 것에도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여름이란, 맑은 바다의 시원한 빛과 내리쬐는 태양이겠다. 하지만 그것만이 여름날의 것은 아니다. 장마철 눅진한 공기도 녹색이다. 여름이 그러하듯 어느 계절이나 두 개 이상의 성질이 있다. 겨울도 그렇다. 아침 눈보라에 코끝이 빨개지는 요란한 … 더 보기 →
[을의 경제학] 정규직-비정규직은 팔자소관인가?

[을의 경제학] 정규직-비정규직은 팔자소관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날, 한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올린 글에 줄줄이 댓글이 달렸다. 페친 글의 요지는 인천공항의 직접고용이 아니라 자회사 설립을 통한 비정규직 흡수가 유력한 방식으로 보이고, 임금과 근로조건이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댓글 중 하나는 인천공항의 직접고용 정규직화에 … 더 보기 →
[인터뷰] 이은주 – 성차별·부당해고 현장에서 페미니즘을 만나다

[인터뷰] 이은주 – 성차별·부당해고 현장에서 페미니즘을 만나다

  노동당 여성위원회에서 진행하는 별 자리 인터뷰 글을 글쓴 이 동의 하에 이음에도 게재합니다. 이은주님은 부천 원종복지관에서 성차별•부당해고에 맞선 싸움을 2년째 하고 계십니다. 학생운동을 하다 노동운동에 뛰어들었고, 운동판에서 ‘사라진 여성 운동가’가 되었다가, 지역 시민사회 운동가였다가, 지금은 해고자가 되어 성차별과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힘이 … 더 보기 →
[그 해 겨울 #14] 일상은 흐르고

[그 해 겨울 #14] 일상은 흐르고

일상은 흐르고 삼박 사일, 아니면 사박 오일. 지겨울 틈도 없이 어딘가로 거처를 옮긴다. 보통의 해외여행이다. 방학이나 휴가를 얻어 나온 이들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우리의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질리지 않는 건 좋지만 적응할 새도 없는 기간이다. 상당한 기간을 주기로 가끔 있을 법한 ‘별 일’은 피해가기 … 더 보기 →
[나의 현대사] 시즌 1 연재를 마치며

[나의 현대사] 시즌 1 연재를 마치며

시즌 1 연재를 마치며 2016년 11월 8일부터 연재를 시작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지고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투쟁이 들불처럼 번지는 시기였다. 그로부터 어느덧 반년의 세월이 흘렀다. 결국 박근혜 정권은 막을 내렸고 새로운 정권이 탄생했다. 이 사건은 하나의 정권이 끝났다는 점을 넘어서는 역사적 의미를 … 더 보기 →
[그 해 겨울 #13] 슬픈 독백이 없는 곳

[그 해 겨울 #13] 슬픈 독백이 없는 곳

슬픈 독백이 없는 곳 얼마 전 안과에서 ‘안검하수’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드 렌즈 착용이 힘들 수도 있다고 했다. 아니 그 정도인가, 하다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려 보니 납득이 됐다. 나는 두툼한 두덩에 눈이 처진 꼴이 아버지를 꼭 닮았다. 물려받지 않았으면 좋았을 법도 하다. 이마 근육을 움직여야 … 더 보기 →
[을의 경제학] 4차 산업혁명과 기본소득

[을의 경제학] 4차 산업혁명과 기본소득

급진 진보파의 상당수는 ‘4차 산업혁명’을 실체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여러 종류의 정보화 담론이 국가경쟁력 강화론, 노동 유연화론, 산업 구조조정론 등 전형적인 자본의 논리로 활용되는 현실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발언을 보면 과연 그 지긋지긋한 국가경쟁력 타령 … 더 보기 →
[나의 현대사 #18] 두 번째 결전

[나의 현대사 #18] 두 번째 결전

두 번째 결전 2015년 1월 노동당 6기 대표단 선거에서 재편파가 승리하여 당권을 장악했다. 당은 또다시 진로 논쟁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로부터 5개월간 첨예한 대결이 펼쳐진다. 당을 지키는 이유 그 시점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나의 판단에 대해 근원적으로 고민했다. 그간 당연하게 여기던 문제, 갈라지고 왜소해진 노동당을 지키려는 이유가 … 더 보기 →
[대리노동자가 본 세상 #15] 엄마 미안해요!

[대리노동자가 본 세상 #15] 엄마 미안해요!

“아..미치겠네요..제 아내와 아이들앞에선 이런 모습을 보일수가 없으니..죄송합니다” 일요일 오후 오랜만에 진접으로 움직이는 콜을 배차 받았다. 식당으로 이동하고 보니 한떼의 중노년층 남자들이 앉아 심각한 얘기를 나누더니, 잠시 후 80대 초반으로 보이는 대머리의 중후한 노인께서 두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나온다.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회장님, 조심해서 들어가셔요!” 깍듯이 인사를 …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