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히 찬바람이 불긴 하지만 겨울은 봄을 이길 수 없고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 지난 가을 김장하고 남은 배추를 텃밭에 묻어뒀다. 어제는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서 캐 보았는데 겉껍질만 조금 누렇게 변했을 뿐 속은 싱싱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땅 속에서 그 추운 겨울을 견뎌냈다.

 

손수레에 배추를 싣고 나오는데 밭둑에 냉이가 보인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지지 않듯이 냉이도 조금 캐기로 마음먹는다. 땅 속에 보관한 배추야 그렇다 치고 땅 위에 고스란히 잎을 내놓은 냉이(난새이)는 어떻게 추운 겨울을 이겨냈을까? 한 줌 캐서 집으로 돌아와 깨끗하게 씻으니 향긋함이 묻어난다.

 

  

이렇게 봄이 집으로 찾아왔으니 바깥으로 나가야 할 일이다. 3월 첫 주말 느지막하게 가벼운 산행에 나섰다. 파주 광탄면에 위치한 박달산이다. 전국의 주요 명산이 아닌 한 특별히 정하고 가는 산은 없다. 주변의 이 산 저 산을 다니고 있다. 지난겨울 충북 괴산 박달산을 다녀온 뒤 이름이 같은 파주 박달산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은 터다.

 

버스로 가기에는 교통이 불편한지라 승용차로 집을 나섰다. 고양시에서 의정부방향 국도를 따라가다 묘지가 많은 벽제 고개를 넘으면 바로 파주시 광탄면이다. 명절 때마다 뉴스에 등장하는 용미리 시립공원묘지가 있는 지역이다. 고령산(앵무봉)을 오르는 보광사를 오른편으로 끼고 3km쯤 지나니 마장3리 박달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한다.

 

산 아래 공장이 있고 왼편으로는 얼음이 녹은 하천이 흐르고 있다. 공장 사이 길을 따라 오르자 바로 등산로가 나타난다. 야트막한 흙산인데다 지난 가을에 떨어진 낙엽까지 뒤덮여 있어 발걸음이 폭신폭신하다. 낮은 산이라 등산로도 짧아 쉬엄쉬엄 한 시간 남짓 걷다보니 정상이다.

 

동쪽으로 고령산은 흐릿하게나마 볼 수 있었지만 삼각산(북한산), 고봉산, 계양산은 보이지 않앗다. 파주의 명산이라는데 박달산에 대한 특별한 설명은 없다. 지역 주민자치회에서 산 주변에 보광사(신라 894년, 도선 창건), 소령원(조선 21대 영조 어머니 숙빈 최씨 묘), 용미리마애이불입상(고려시대 제작,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쌍미륵 석불입상), 윤관(고려 예종) 장군묘가 있다는 설명을 붙여 놓았다. 글씨는 마모되고 색깔도 바랬다.

 

 

커피 한잔하고 준비해간 내용으로 인증샷 사진을 찍는다. 기아차판매, 세종호텔, 부산서면시장 번영회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해 투쟁하는 노동자를 지지하고, 윤석열 정권이 건설노동자에게 막말하는 ‘건폭’의 본질은 ‘건설자본의 폭력’이며, 노인 ‘무임승차’가 아니라 무상급식처럼 ‘무상승차’여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그리고 하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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