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유월의 라일락 – 下

[단편소설] 유월의 라일락 – 下

유월의 라일락 上 – http://2-um.kr/archives/5735 유월의 라일락 中 – http://2-um.kr/archives/5742       인터미션   며느리가 지금은 쓰지 않는 19인치짜리 캐리어에 모든 것을 담았다. 집에 남긴 것이 당연히 더 많았지만, 아내의 육십구 년에 필요했던, 그리고 이제 ‘입원’한 순간부터 필요할 물건들은 전부 그것뿐이었다. 가방을 방구석에 밀어 … 더 보기 →
[단편소설] 유월의 라일락 – 中

[단편소설] 유월의 라일락 – 中

유월의 라일락 – 上 (http://2-um.kr/archives/5735)     무엇이 바뀌었는지   졸았어도 잘, 내린 것 같다. 벌써 열한 시였다. 여름 하루는 길지만 넋 놓으면 무엇이든 짧다. 일화(一化)빌딩이랬다. 근처를 몇 바퀴 돌아도 잘 띄지 않았다. 뭔가 또 변하고 없어지고 새로 들어섰다. 분명 잘 아는 동네였다. 삼우건설 서울 … 더 보기 →
[단편소설] 유월의 라일락 – 上

[단편소설] 유월의 라일락 – 上

유월의 라일락   초여름볕이 창문으로 와락 쏟아졌다. 왼쪽 창가는 눈을 반만 뜰 수 있는 자리였다. 얇은 창으로 어쩌지 못하는 햇살이었으나 더울 만큼은 아니었다. 아직 비스듬한 오전의 해가 오히려 느즈막한 봄기운을 풍겼다. 정거장을 지날 때마다 나른함이 흐느적 올라타 어깨를 부대는 것이었다. 졸음을 피해 창문에 고개를 바짝 … 더 보기 →
[나도원의 음속여행 ’90 #6] 처음이자 마지막 세기말은 또 다른 시작이었네 (1998-1999)

[나도원의 음속여행 ’90 #6] 처음이자 마지막 세기말은 또 다른 시작이었네 (1998-1999)

시골에서 자라 서울에 온 이후, 청소년기 첫 단짝은 대갈이었다. 혜화동에서 강동중학교(지금 송파중학교)로 전학 온 대갈이, 등하굣길에 소주병을 숨겨두고 함께 마신 우간다, 이렇게 셋은 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소주 병나발을 불기도 하고 밤새 라디오를 틀어놓고 놀다 아침에 방송되는 음악에 맞춰 국민체조도 했다. 나중에 우간다는 목포로 … 더 보기 →
[나도원의 음속여행 ’90 #5] 우연한, 고상한, 이상한 만남 (1997)

[나도원의 음속여행 ’90 #5] 우연한, 고상한, 이상한 만남 (1997)

2010년 5월 1일, 만남의 끈을 발견했다. ‘노동절’에 공사현장 한복판에 홀로 남겨진 작은 건물 주변으로 노동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온종일 노래하고 연주한 60여 팀의 밴드와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1,000여명의 음악애호가들이 모여들었다. 신촌 재개발 지구에 있던 칼국수집 ‘두리반’이 처한 부당함에 공감을 표하기 위해서였다. ‘전국 자립 음악가 대회 51+’ … 더 보기 →
[나도원의 음속여행 ’90 #4] 그때 당신은 어디에 계셨나요? (1996)

[나도원의 음속여행 ’90 #4] 그때 당신은 어디에 계셨나요? (1996)

“인디음악? 난 인디언음악인 줄 알았어.” 아재개그의 끝판왕 혹은 절대지존 자리에 올리고 공덕비를 세워도 모자랄 법한 이 대사는 어느 시 예산 지원을 받아 인디음악을 중심으로 한 음악페스티벌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2006년 여름에 들어야 했던 시장님(공무원들끼리는 ‘사장님’이라 부른다)의 일성이다. 물론 억지로 웃어주진 않았다. 그런 회식에 참석하기 딱 10년 … 더 보기 →
[나도원의 음속여행 ’90 #3] 붕괴의 시대 – 벚꽃 핀 교정에서 촛불 켠 지하로 (1994-1995)

[나도원의 음속여행 ’90 #3] 붕괴의 시대 – 벚꽃 핀 교정에서 촛불 켠 지하로 (1994-1995)

가뭄과 폭염이 찾아올 때마다 소환되는 1994년, 그 뜨거웠던 여름에는 ‘평창올림픽’과 남북화해가 화제였던 2018년 겨울과 비슷한 일도 있었다. 1993년 말에 닥친 한반도 전쟁위기로 식량 사재기 소식이 전해지더니 갑자기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이야기되고 있었다. 평화시대를 앞둔 1994년 7월 8일, 또래들 중 일찍 입대한 ‘메기’의 성화에 못 … 더 보기 →
[나도원의 음속여행 ’90 #2] 오래전 석촌호수와 청춘노동 (1992-1993)

[나도원의 음속여행 ’90 #2] 오래전 석촌호수와 청춘노동 (1992-1993)

        “아저씨, 그게 뭐에요?” 내달리던 자전거가 바퀴에 브레이크 거는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멈춰 섰다. 앞서 지나간 아이들까지 불러 세우더니 다짜고짜 물었다. NHK가 1980년대에 제작한 <대황하>는 훌륭한 역사기행 다큐멘터리인데, 그 사운드트랙으로 유명해진 오카리나 음악인 소지로를 좋아해온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두 개의 오카리나를 구했다. 가끔 한적한 밤까지 … 더 보기 →
[나도원의 음속여행 ’90 #1] 1990-1991년과 올겨울 사이에 놓인

[나도원의 음속여행 ’90 #1] 1990-1991년과 올겨울 사이에 놓인

시골에서 자라 서울에 온 이후, 청소년기 첫 단짝은 대갈이었다. 혜화동에서 강동중학교(지금 송파중학교)로 전학 온 대갈이, 등하굣길에 소주병을 숨겨두고 함께 마신 우간다, 이렇게 셋은 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소주 병나발을 불기도 하고 밤새 라디오를 틀어놓고 놀다 아침에 방송되는 음악에 맞춰 국민체조도 했다. 나중에 우간다는 목포로 … 더 보기 →
개가 죽은 날

개가 죽은 날

1991년 4월 28일 그 날은 아마 밤을 새우다시피 했을 겁니다. 일요일을 기다렸고 밤을 새우고도 초췌한 모습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나이였던 덕에 상쾌하게 파란 새벽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아침엔 의식처럼 ‘어떤 날’ 1집을 들었으며 전날 정해둔 연분홍 남방과 하늘색 청바지를 입고 거울을 보며 흡족해 하기도 했습니다. …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