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62.8%였다. 이를 OECD 평균인 66%로 올리면 2015년 국민총소득 가운데 약 50조원이 자본의 몫에서 노동의 몫으로 이전된다. 이를 2016년 최저임금 이하 소득 352만 노동자의 소득 향상에 오롯이 쓴다면 1인당 월 122만원의 소득이 증가한다.

현대차그룹 납품업체인 갑을오토텍은 노동조합의 파업에 맞서 지난달(7월) 26일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파업이 법이 정한 절차와 요건을 만족시킨 ‘합법’ 파업이었음에도 다수 언론은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평균 연봉 8400만원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한다’는 것이 주된 논조다. 회사의 일방적인 주장대로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이 8400만원이고, 그들이 지금 임금인상 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치자. 이것이 비난받을 일인가.

노동 3권이 헌법에 규정돼 있다는 것은 음미할 가치가 있다. 헌법의 사회권적 기본권은 추상적이다. 예를 들어 주거권은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 권리라는 식이다. 이에 반해 노동 3권은 단결권(노조), 단체협상권(단체교섭), 단체행동권(태업·파업 등) 등으로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우리 헌법이 다른 사회권에 비해 노동권의 실체적 의미를 담으려 노력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노동 3권이 임금 수준에 따라 제한된다는 규정은 헌법에 없고, 하위 노동관계법에도 없다. 따라서 합법적인 임금인상 파업에 대한 비난은 곧 헌법 규정에 대한 비난이다.

노조에 대한 주류 경제학의 뿌리 깊은 적대감도 평범한 사람들이 고액 연봉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파업을 비난하는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류 경제학에서 노조는 조합원만의 이득을 위해 전체 비조합원 노동자들의 실업과 임금 하락을 낳는 독점의 일종이다.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임금 수준에 맞춰 소비를 줄이며 사는 곳과 직업을 계속 바꿔간다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밀턴 프리드먼은 “노조 때문에 10~15% 노동자들의 임금이 10~15% 정도 인상되었고 이 때문에 85~90%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약 4% 삭감되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는 어떤가? 저들이 그린 이상적인 노동자의 모습은 문자메시지 한 통으로 해고되는 한국의 비정규직에 가깝다.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오늘날 한국의 실업률은 유례없이 높은 수준이다. 사기에 가까운 미제스의 주장보다는 프리드먼의 주장이 더 중요하다. 그의 주장이 갑을오토텍 노조의 파업에 보내는 일단의 정서적 거부감을 경제학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형 호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관한 수년 전의 연구 결과는 그의 주장에 대한 간단한 실증 반박이다. 노조가 있는 호텔에서는 1인당 14개 이하 룸 할당, 시급 24달러, 건강보험 등 양질의 노동조건이 제공됐다. 중요한 점은 노조에 비적대적인 도시에서는 노조 없는 호텔에서조차 노조 있는 호텔에 준하는 노동조건을 적용했다는 사실이다. 반면 노조에 적대적인 도시의 노조 없는 호텔에서는 노동자가 하루 30개 룸을 청소하고 시급 7.25달러를 받았다. 고용 형태도 하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이 일반적이었다.

노조가 비조합원의 임금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의 결정적인 문제는 전체 국민소득에서 자본과 노동이 가져가는 몫의 역동성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2014년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 중 18번째인 62.8%였다. 이를 회원국 평균인 66%로 올리면 2015년 국민총소득 가운데 약 50조원이 자본의 몫에서 노동의 몫으로 이전된다. 이를 2016년 최저임금 이하 소득 352만 노동자의 소득 향상에 오롯이 쓴다고 가정하면 1인당 월 122만원의 소득이 증가한다. 세계 최악인 한국의 빈곤율과 소득 불평등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라면 노조의 임금인상 파업을 비난하는 대신 정부와 정치에 이런 역할을 촉구하는 것이 자신에게 명백히 이롭다.

갑을오토텍 노조의 파업과 관련한 진실을 말해야 할 차례다. 노조가 반박 자료로 제시한 평균 근속연수 20~22년인 조합원 3인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그들의 세전 급여 총액은 월 470만~510만원대에 걸쳐 있다. 20년 넘은 숙련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이 6000만원 안팎이고 이것은 동종업계와 비슷하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실제 타결된 임금인상액은 연간 2% 미만이다. 반면 경영진은 적자가 난 2014년에 자신들의 급여를 두 배로 올렸다. 노조의 파업은 노조 파괴 목적으로 2015년부터 교섭에 응하지 않는 사쪽에 대한 최후 수단이었다.


※ 이 코너는 주류의 경제학이 아닌 ‘좌파의 시각에서 보는 약자의 경제학’이라는 관점을 갖고 <한겨레신문>에 연재 중인 글들이며,  지면에 실리고 일정 기간 후에 <이-음>에도 게재합니다. 칼럼을 쓰시는 장흥배 씨는 노동당 정책실장이자 경기도 지역 당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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