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하자

 

글 – 건수 (노동당 경기도당 집행위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지도 한 달이 되어간다. 곧바로 이어진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을 비롯한 보복에 1만 명이 죽거나 실종되었다.

이 죽음의 이름을 학살이라 부르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지구상 가장 큰 감옥이라 불리는 가자지구에는 230만명이 살고 있고, 그 절반이 아동이다. 한편으론 물과 전기, 음식과 옷을 차단하고, 한편으론 금지된 무기인 백린탄과 폭탄들을 학교로, 병원으로, 피난처로 무차별하게 쏟아붓고 있다. 이 공격의 의도는 하마스 절멸이 아닌 팔레스타인 절멸이다.

지구상 가장 큰 감옥, 떠날 수 없이 고립된 곳에서의 대량 학살, 떠오르는 한국사회의 아픔이 있다. 바로 4.3이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가자지구 공습 전 가지지구 민간인들에게 24시간 내 가자지구를 떠날 것을 경고했다. 그렇지 않으면 테러세력으로 간주하고 공격하겠다고 했다. 이는 민간인과 무장세력을 구별하려는 것이 아니라, 가자지구 전체를 공습대상으로 삼겠다는 일종의 학살선언인 것이다. “떠나지 않으면 모두 빨갱이로 간주하겠다”는 4.3 당시 소개령과 오늘날 이스라엘 총리의 소개령에 차이는 없다.

이 학살을 두고 서방 국제사회는 비겁하게 이스라엘의 편에 서서 학살을 방관하고 있다. 하마스를 테러세력이라면서, 반유대주의에 맞서겠다면서, 한 달 동안 무차별 폭격으로 희생된 팔레스타인 민중의 죽음에는 침묵하고 있다. 지난 27일 유엔이 양측의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두고, “하마스에 도움이 될 뿐”이라며 휴전 결의안에 반대한 미국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하마스가 민간인을 공격한 것은 맞고, 이는 전쟁범죄이다. ‘힘에 의한 평화는 없다’는 우리의 주장은 하마스의 행위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가 얼마나 잔인하게 죽였냐를 묻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전쟁의 배경이 어디에 있냐는 것이다. 이미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침범해 거주 중인 이스라엘 정착민과 군인들로부터 수시로 살해 당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팔레스타인 해방운동가들 역시 이스라엘 안보를 이유로 재판도 없이 불법 구금되어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의 역사를 속속들이 보지 않아도 하마스의 공격이 무엇을 위한 복수인지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애초에 오늘날 이 분쟁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전쟁과 학살로 이어진 데에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중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작용한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팔레스타인은 죽어도 돼”와 같은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가 하면, 팔레스타인 폭격을 두고 명당자리를 찾아 맥주를 마시며 구경하기도 했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보복을 선언하는 총리는 팔레스타인을 두고 “인간동물”에 비유했다. 하마스가 복수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스라엘이 언제든 팔레스타인 민중을 살해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아닐까.

제주 4.3과 오늘날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살을 생각하며 “힘에 의한 평화는 없다”는 말을 다시 곱씹는다. 말은 시대에 따라 재해석 되곤 하니, 이 시대적 사건에 이 말은 무슨 의미로 갱신 될까. 그저 압도적 힘과 미약한 힘의 대결을 두고 모든 힘은 좋지 않다고 말하면 될까. 아니면 힘의 크기를 재어보며 더 큰 힘이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하면 될까.

내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다. “힘에 의한 평화는 없고, 힘이 없는 생명은 없다”. 세상에서 가장 큰 감옥에 갇히며 수시로 폭격 당하고, 살해당하고, 납치당하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그저 불쌍한 피해자가 아니다. 고통을 느끼며 울고, 희망을 꿈꾸며 웃는 생명이다. 이 생명에게 주어진 힘을 옥죌 때, 그것이 저항으로, 저항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제주 4.3의 백비에 아직도 우리는 이름을 새겨 넣지 못했다. 우리는 오늘도 역사에서 패배했다. 이 학살도 이름을 얻지 못한 채 ‘분쟁’과 같은 모호한 말로 정리되고 말아버릴 순 없다. 생명을 가진 이들, 가난에 울고 풍요에 웃고, 고난을 헤쳐나가는 우리들의 생명력을 느껴보자. 그리할 때 우리는 우리의 두 눈으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중의 시각으로 이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점령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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