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침] 무권리의 일터, 쿠팡

세연 (노동당경기도당 공동위원장)

쿠팡의 블랙리스트 ‘PNG 리스트’의 존재가 언론에 의해 공개되었다. 16,450명의 노동자와 언론인, 현역국회의원까지 포함된 명단이다. 쿠팡 사측은 ‘인사평가 자료’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쿠팡에 취직한 적도 없고 쿠팡과 관련된 기사를 쓴 적도 없는 기자들의 개인정보가 모두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것을 ‘인사평가 자료’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노동권 침해다. 근로기준법 제 40조는 ‘취업 방해의 금지’ 조항으로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현장의 노동자들에게는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이미 현장에서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공공연히 들먹이며 활용해왔다.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면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노동자들은 아무리 춥거나 더워도, 휴게시간도 없이, 사고 위험이 많은 현장에서 직장내 괴롭힘을 당해도, 제대로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고 일하고 있었다. 일하다가 다쳐도 산재처리를 해달라는 요구도 못하고 알아서 자기 돈으로 치료하고 다시 일한다. 이렇게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통해 쿠팡은 무권리의 일터가 되어갔다. 이러한 현장을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사측은 3년이 다 되어가도록 교섭을 해태하며 기본협약조차 체결하지 않고 있다. 불성실하게 교섭에는 나오지만 노동조합과는 아무런 협약도 맺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노동조합을 고사시키는 전략이다. 그 사이 노동조합의 간부들은 부당한 징계의 표적이 되거나 해고되어 일터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다시는 회사에서 일 할 수 없다.

대규모의 일용직 채용이 매일 반복되는 물류센터에서 해고는 너무나 자유롭다. 물류센터 뿐만 아니라 쿠팡CLS(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에서도 부당해고는 일상적이다. 쿠팡CLS에서는 ‘클렌징’이라고 부르며 배달기사들의 업무구역을 회수하거나 출입제한이라는 이름으로 일터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며 해고한다. 또한 영업점과의 계약해지를 통한 집단해고도 일어난다. 해고의 이름을 갖고 있지 않아도 다양한 양상의 해고가 쿠팡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낮은 상품가격, 로켓배송, 고용창출이라는 구호로 승승장구해왔다. 2023년 매출액이 31조 8298억으로 전년보다 20%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6174억이라고 한다.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은 쿠팡의 흑자를 ‘창조적 파괴’와 ‘야성적 충동’에 의한 혁신의 결과라고 말한다.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쉽게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일을 시키고 자유롭게 해고하면서 거대한 이윤을 창출한 것은 사실이다.

쿠팡물류센터 안에서 보이지 않는 힘겨운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 다치거나 해고당하거나 과로와 사고로 죽은 노동자들, 이들이 쿠팡 흑자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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