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대안사회가 없다면 선택될 수 없다

 

 

건수(노동당 경기도당 집행위원 / 노동당대변인)

 

 

 

민주당이 결국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었다. 그런데 지난 총선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이 민주당 인사로 가득했던 것과 비교를 해보면, 오늘날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비례명부에는 진보당, 새진보연합 등 기존의 진보적 정당 인사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국신당은 민주당 비례위성정당과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권은 실패한 정권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말까지 40%대를 유지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의 표와 심상정의 표를 합치면 윤석열이 받은 표를 휠씬 웃도는데, 이를 보면 그 당시만 해도 과반이 넘는 유권자들이 정권유지 내지 진보정권을 선택한 것을 알 수 있다.

 

민주당이 진보정권이라는 말이 아니다. 민주당을 선택하는 데에는 수많은 동기가 존재한다. 극좌파도 때에 따라서는 민주당을 지지하곤 한다. 이른바 차악을 뽑아야 한다느니, 사표는 안 된다느니, 보수정권만은 막아야 한다느니 하는 그런 논리들은 보수정권의 구체적 실정과 연결되며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비정규직이 사라지면 노동문제가 해결될까? 이미 많은 비정규직이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한편, 많은 정규직이 저소득에 처해 있다. 그러면서도 고전적으로 비정규직이라 차별받으며 저임금•불안정 노동에 처한 일종의 계층집단이 형성된 듯하다. 이는 학력, 가구의 재산, 사회적 자산의 가장 아랫층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겠다.

 

이렇듯 세상이 복잡한 구조로 얽혀 있는 가운데, 검찰만 개혁되면, 윤석열만 사라지면, 민주당이 집권하면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집회 구호보다 더 허구적이다. 우리는 이 허구를 믿을 수 없어 진보를 지지하는 이들 대부분이 민주당이 아니면 정의당을 뽑을 때 홀로 ‘정치적 노마드’를 자처하고 있다.

 

최근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 조직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위성정당은 전술 중 하나일뿐 진짜 문제는 민주당의 정치적 전망을 자신의 것으로 삼는 정치의 부재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가 원하는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힘도 필요하겠지만, 대안사회라는 전망이 필요하다. 이를 어떻게 구체화 할지가 과제이다. 물론 그 구체화가 곧 세력화라는 반문이 나조차도 떠올라 이 ‘힘’의 환원론의 늪이 길고 질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우리가 대안사회를 정말로 구체화 해왔는지 생각해보자. 혹은 대안사회의 전망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살펴보자. 지난 신자유주의 30년 간 우리는 비정규직 반대와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대중과 소통해왔던 경험이 있다. 한계도 많았지만, 대중운동의 성과이다.

 

대안사회의 전망, 대중운동을 만들어낼 결의와 계획, 이를 모아낼 당과 세력. 이와 같은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한 과제 중에서는 어느정도 확보했기도 했으면서도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점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겐 당이 있다는 것이다. 시간은 생각보다 많고, 기회는 언젠가 온다. 정치적 혼란의 시기, 정치적 노마드를 자처한 우리는 당적으로 그러하길 선택했다. 대안 없음에 반대하기 위해서, 정치가 부재한 공간에서 부재하기 위해서다. 나에게 요즘이란, 그 선택이 무엇일지 더 고민하는 시간인 듯하다. 동지들도 그러할 것 같아 두서없는 글을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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