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금] 해방의 노동,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성가연(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경기지부 사무국장. 경기도당당원)

중증장애인 노동자가 직접 쓴 ‘이것도 노동이다’ 피켓

 

 


  1. 이것도 노동일까?

매일 같이 “이것도 노동이다!”라는 말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함께 외친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침대 위에 누우면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르고는 했다. ‘이것도 노동일까?’ 인간은 노동력을 투입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을 하고 인간의 노동을 통해서만 발생 가능한 잉여가치를 착취당한다는 기본 전제가 나에게 깊이 깔려 있기 때문에 자꾸 스물스물 떠오르는 질문이었다. 혼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이것도 노동일까’ 라는 질문에서 ‘이것도 노동이다’ 라고 확신하기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이처럼 기존의 ‘노동’이라는 개념을 뒤흔들고 있다.

 

 


  1. 중증장애인에게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필요한 이유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2020년 서울에서 최초로 시작된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다. 단순한 ‘장애인 일자리’가 아니라 중증장애인맞춤형인 까닭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중증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한국의 장애인구는 전체인구 대비 경제활동률과 고용률은 낮되 실업률은 높다. 그중에서도 중증장애인의 경제활동률과 고용률은 경증장애인의 절반 수준이다.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를 넘어 장애인구내에서도 중증장애인은 고용에서 소외되어 있다. 심지어 최저임금법 제7조 제1호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은 최저임금법 적용제외 대상으로 명시하여 사실상 합법적으로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용인한다. 이렇듯 한국의 중증장애인들은 애초에 노동할 기회를 제대로 가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고용되더라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만을 지급 받으며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 중 하나인 중증장애인을 최우선으로 채용하고자 하는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다. 장애인거주시설이 아닌 지역 사회로 자립하여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중증장애인을 우선 채용하고자 한다. 이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가 그동안 ‘먹고사니즘’에서조차 배제되어 노동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중증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장애인거주시설 혹은 집에 고립되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없었던 중증장애인에게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함께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도를 포함한 여러 지자체의 중증장애인들이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로서 노동 중이다.

 

 


  1. 중증장애인의 권리를 실현하는 노동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로서 근무하는 중증장애인들의 주요 노동은 ‘장애인 권익옹호’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은 중증장애인이 수행가능한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는 직무를 노동으로서 하며 지역사회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지역사회의 장애인 인식을 개선시키고자 한다. 더 나아가 기존의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 관계맺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 UN장애인권리협약을 알리고 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시민 선전전, 장애인권익옹호를 위한 집회 참석을 주요 업무로 수행한다.

 

이러한 노동에 지자체들이 공공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중증장애인에게 필요한 일자리라는 좋은 명분 때문만은 아니다.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14년 대한민국 제1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에서 “대한민국이 인권의 주체로서 장애인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대하기 위해 인식제고 캠페인을 강화할 것을 권장함. 특히 위원회는 협약의 내용과 목적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공무원, 국회의원, 언론, 일반 대중들에게 관련 교육을 제공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권고는 2022년 2·3차 병합보고서에서도 이어졌다. 결국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장애인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한국 정부와 지자체를 대신하여 중증장애인이 노동으로서 UN장애인권리협약을 이행하는 것이다.

 

 


  1. 우리는 노동자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서 근무하는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은 대체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통하여 처음으로 노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서 일을 해서 무엇이 좋냐’는 질문에 대형마트에서 운동화를 사는 것, 맛있는 음식을 사먹는 것, 출근해서 동료들을 만나는 것 등을 이유로 꼽고는 한다. 이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인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새롭게 관계 설정을 하며 살아가는 기회의 주요한 실천 중 하나다.

 

처음에는 채용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기쁘지만 이내 출근이 마냥 달갑지는 않은 시점도 다가온다. 일하는 것보다는 쉬는 것이 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저임금에 딱 맞춰서 지급되는 월급이 적은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당연하다. 이 또한 ‘노동’이며, 그들은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노동자들은 소외되고 배제되는 것이 당연했던 존재에서 지역사회에서 노동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 거듭난다.

 

 


  1. 동정과 시혜가 아닌 당연한 권리인 노동의 훼손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2020년 서울에서 시작되었다. 당연하게도 누군가가 호의로 만들어낸 일자리가 아니었다. 중증장애인의 노동할 권리, 중증장애인의 권리를 실현하는 노동다운 노동을 만들기 위해서 2017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총 85일에 걸쳐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보장’을 요구하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점거 농성을 벌여야 했다. 이후 2020년 서울시에서 서울형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가 탄생했고,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 중이다.

 

하지만 2023년에 이르러 오세훈 서울시장은 진보적 장애인권운동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며 서울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폐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인 하나로 진행되었을 ‘사업 폐지’로 인하여 400명의 서울시 중증장애인들이 집단 해고당했다. “해고는 살인이다.” 라는 말이 있다. 임금노동을 통해 생계를 잇는 노동자가 노동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에도 잘 살아갈 방도가 지금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일 것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더더욱 보장되지 않았던 장애인 노동자의 노동권을 박탈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중증장애인에게 권리중심 공공일자리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서울시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로 근무하던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은 “오세훈 서울시장,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최중증장애인노동자 400명 해고 철회 및 원직복직 투쟁을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통하여 알려내고 있다.

 

서울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이 폐지된 이후 2024년 1월 이곳 경기도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45명이 해고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경기도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의 공모제가 아닌 평가제로의 전환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도청에서 11일 동안 농성 투쟁을 진행했다. 현재 농성 투쟁은 마무리 되었으나, 경기도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은 지속가능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위해 더욱 가열찬 투쟁을 준비 중이다.

 

 


  1. 기나긴 투쟁이 두렵지 않은 이유

권익옹호노동이 진행 되고 있는 집회 현장

 

 

집회 현장 등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과 눈을 오래 맞추게 될 때 나는 ‘노동은’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떠올린다. “노동은 사랑이야, 하나가 되는 아픔이야. 기나긴 투쟁이야, 눈물이야, 혁명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대로 노동할 수 없어 더욱 철저히 배제되었던 중증장애인에게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그 자체로 혁명이다. 해고 사태 앞에서도 더욱 단단한 투쟁을 결의하는 것은 중증장애인이 노동하는 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위해 국회의 중증장애인공공일자리지원특별법 제정, 경기도의 경기도권리중심공공일자리지원조례 제정을 위해 투쟁하는 주변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동지들의 투쟁에 힘껏 연대해주기를 바란다.

 

 

국민은행 598601-04-193974 (사단법인 노란들판)

https://bit.ly/해고복직투쟁기금

모금된 금액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해고노동자의 생계 지원을 위한 고용기금과 투쟁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 온라인 후원신청서(구글링크)를 작성하시고 계좌에 입금해 주시면 됩니다. 약정후원(CMS)도 가능합니다!※

후원 방법에는 ①채권후원(50만원 이상) ②일시후원(50만원 이하) ③약정후원(매월 5천원 이상, 1년 후원)이 있습니다!

1. 

채권후원■ 최소단위 : 500,000원 이상 (50만원 이하는 후원처리 되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채권 발행 및 책임단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환기한 : 3년 (채권 발행 시점 이후 3년 뒤 상환)

2.

일시후원■ 500,000원 이하 (온라인 후원 신청 후 기금계좌로 이체)

3.

약정후원■ 약정금액 : 매월 5,000원 이상■ 약정기간 : 1년 (갱신 여부는 약정 종료 전 소통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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