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나누기] 인권운동과 노동운동에서 경험한

사회주의적 휴머니즘, 잊지 못한 나의 기억

 

 

이재용(경기도당 당원)

 

 

안녕하세요 당원동지 여러분, 노동당 경기도당 해외 당원 이재용입니다. 저는 현재 호주에서 그람시안 국제정치경제학을 전공하는 박사 과정 학생입니다. 이 글에서 저는 저의 삶을 풀어가면서 제 바람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HIV 환자의 의약품접근권을 위해 초국적 제약회사와의 교섭에 참여하는 필자

 

 

저는 호주로 유학을 오기 전, 인권운동과 노동운동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주의적 휴머니즘을 겪었지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인권운동이 있습니다. 초국적 제약회사로부터 HIV 치료제를 공급받지 못하는 한 환자가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이 제약회사가 부르는 의약품 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에 국내로 공급을 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었지요. 그래서 저를 비롯한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운동을 기획했습니다. 초국적 제약회사의 지부 앞에서 시위를 했고, 토론회를 열고, 기자회견을 하고, 해외 활동가들에게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우리들은 초국적 제약회사에 들어가 연좌농성을 하면서 ‘우리가 모두 HIV환자이다!’를 외치며 사장 면담을 요청했죠. 그 결과, 교섭이 열리고 그 환자는 해당 의약품을 공급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생존은 상품으로 거래되어서는 안 된다는 외침이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 활동가들은 우정을 쌓았죠. 그것이 제가 경험한 사회주의적 휴머니즘 운동이었습니다.

 

 

청소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49일간의 농성을 승리로 마치고 지부 집단교섭에 참여하여 사회를 보는 필자

 

 

노동운동에서도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한 노동조합 지부의 전임자로 지부 상근을 하게 되었고, 177명의 청소 시설관리 노동자가 해고 된 대학의 조직담당자가 되었습니다. 1월의 눈 내리는 추운 겨울에 177명의 노동자들은 난방이 꺼진 찬 본관 바닥에서 잠을 자며 연좌 농성을 했지요. 저는 노동자들과 약속을 했습니다. 매일 아침 6시에 기상해서 학교 앞에서 학생들 앞에서 우리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자 말이죠.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노동자들은 5시 30분에 일어나 아침 식사 준비를 했고, 제가 그 다음 5시에 일어나 집회 준비를 하자 노동자들은 4시 30분에 일어나 집회를 준비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 사연을 물었고, 노동자들은 조직 담당자인 제가 좀 더 잠을 잘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했습니다. 저는 순간 울컥했고, 남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그것을 사회주의적 휴머니즘이라 부릅니다. 인간을 상품화 하지 않고, 더 나아가 인간관계를 상품으로 대체하는 자본주의적 생존방식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정’을 나누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휴머니즘, 그것을 저는 노동운동에서 맛 보았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식량권에 대한 연구, 열정으로 하루를 살아가다.

 

노동조합 생활은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저의 몸은 많이 망가져 있었습니다.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조직국장으로 생활할 때는 아침에 서울에서 집회를 준비하고, 지방으로 설명회를 갔다가, 다시 인천으로 해고당한 노동자들과 집회를 여는 등의 생활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눈물을 머금으면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노동조합을 그만두고,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몰라서 무작정 서점에 갔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유엔 식량권 특별보고관이었던 장 지글러의 저서를 보게 되었습니다. 사회주의자라는 것을 밝히면서, 8억 명의 사람들이 굶주리는 것은 자본주의가 야기한 문제이며, 우리는 그 가난한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 체제전환을 언급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매우 인상적이었고, 그래 나도 장 지글러처럼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식량권 전문가가 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 다짐으로, 호주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 후보생이 되었지요. 지금은 그람시안 국제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한국의 식량주권운동을 평가하는 박사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여전히 인간관계를 궁극적으로 상품화 하지 않는 사회주의적 휴머니즘이 8억 명의 사람들이 굶주리는 이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면서 말입니다.

 

 


사회주의적 휴머니즘을 믿기에, 노동당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노동당의 당원이 된지 1년이 넘었습니다. 많은 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해외에 있는 사정으로 기대했던 참여를 하는 게 어렵더군요. 하지만 전 사회주의를 외치는, 진정한 인간해방을 위해서는 체제전환을 해야 한다는 노동당의 강령을 믿으면서, 노동당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이를 북돋아 주는 일이 좋았습니다. 반장 대신 부반장 선거에 나가 반장을 도와 좋은 학급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 고등학교 때였고, 그 HIV 환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원들이 투쟁가를 연습하며 시민들에게 ‘나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외치는 모습이 행복했습니다.

 

노동당에 당원이 된 이유도 같습니다. 저는 권력투쟁을 통해 당권을 장악하는 모습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선한 경쟁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노동당에 진정 도움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노동당에서 결정한 사항을 즐겁게 참여하는 당원이 되고 싶습니다, 그것이 레닌이 말하는 민주집중제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사회주의적 휴머니즘을 믿기에, 노동당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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