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북적북적함, 광안대교의 화려한 야경, 자갈치시장의 푸근한 비린내, 국제시장의 향수 등 여기저기 볼거리가 많은 부산. 나에게 부산의 또다른 이미지는 아시아권에서도 유명하다는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곳으로 새겨져 있다.

 

1996년 30여개국이 참가해 시작된 이 영화제는 2019년에는 85개국이 참가한 권위있는 국제영화제로 정착되었다. 박근혜 정권때 ‘다이빙벨’ 상영여부로 논란이 있었지만, 종국에는 이 영화제의 위상을 흔들지는 못했다.

▲연합뉴스 전경사진 –https://img7.yna.co.kr/photo/yna/YH/2011/08/16/PYH2011081606040005100_P4.jpg

 

2011년부터 이 영화제의 주된 개최장소가 곳, 바로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위치한 ‘영화의 전당’에 오게 되었다. 카카오내비에 ‘부산 영화의 전당’을 찍고 한 참 헤맨 끝에 다가와 보니, 웅장한 회색 금속빛 건물이 내 앞에 나타났다. (야경이 더 기가막히다고 하는데 시간관계상 보지 못했다)

만드는 데 무려 1700억원 가까이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이 영화관은 그 규모가 엄청나다. 내가 이 영화관을 한 컷에 담을 만한 장소를 찾아 주변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으나 쉽지 않았을 정도. 이 큰 영화관에 상영관이 4개밖에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이기도 하다.(야외 상영관까지 하면 5개)

독립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곳이어서 도착한 시간 때에 볼 수 있는 영화’로맨틱 코미디’를 발권한 후 찬찬히 돌아보았다. 평일이라서, 그리고 코로나 여파로 이용자는 많지 않은 듯 했다. (그렇게 믿고 싶다.) 이 넓은 공간에 관객보다 직원이 더 많은 듯….

영화를 보고 나서 이 거대한 건물을 되돌아본다. 부산시를 영화의 메카로 완전히 자리잡겠다는 의지로 만들어진 건물. 과연 이 건물이 들어섬으로 인해 우리 한국영화는 더 발전했으며, 예술영화를 만들려는 사람들은 더 많이 살아났을까?

인근 지역에 몇 개씩은 있는 독립예술영화관(나무위키 검색하면 대구 5곳, 울산3곳, 경남8곳이 있다)이 유독 ‘영화의 전당’이란 엄청난 시설이 있는 부산광역시에는 2018년 국도예술관이 문을 닫은 후 다른 독립예술영화상영관이 없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구 국도예술관 정문-필자촬영

 

 

다시 나의 발걸음은 영화 라스트씬의 무대인 부산 대연동 ‘국도예술관’으로 향한다.

영화에서 두 팔을 벌려 관객을 맞아주던 저 현관문은 지금은 굳게 닫혀있다. 현관문 너머로 정진아님이 부지런히 손발을 움직이던 바로 그 영화관 입구.

지금이라도 들어가면 정진아님이 그동안 상영했던 모든 영화티켓이 붙어있는 그 아름다운 벽으로 나를 인도해 줄 것만 같다.

사람의 마음과 손때가 묻은 우리의 국도예술관은 우리 곁을 떠났다. 그 대신 부산엔 하늘을 덮을 듯한 거대한 건물만이 남아있다. 그 거대한 건물엔 사람이 거의 없는 현실이 나의 가슴을 더더욱 막막하게 한다.

경제가 뭔지, 정치가 뭔지, 난 아직 잘 모르겠다. 세상의 욕심은 이 작고 낡은 장소를 폐하고 화려하고 웅장한 곳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은 안다. 작고 낡은 곳이라도 따뜻함이 있는 곳이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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