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둘째주, 결혼 20주년을 맞이하여 어렵게 찾은 제주도. 제주도에 오면 유명하다는 곳들을 먼저 찾느라 그동안 오지못했던 이곳,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를 방문하게 되었다. 제주도 운진항 또는 산이수동 선착장에서 배로 약 20~30분 남쪽으로 내려가면 만나게 되는 섬, 마라도. 우리는 산이수동에서 차를 주차해 두고 조그마한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마라도는 면적 0.3제곱킬로미터 , 도보로 30분(꼼꼼이 보면 한 시간정도)이면 곳곳을 돌아볼 정도의 조그마한 섬이다. 이 곳에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유명한 짜장면이나 예쁜 성당 건물, 수려한 바다풍경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최남단’이라는 영예(?)때문일 것이며 나 또한 그 이유로 마라도행 배표를 예매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섬을 둘러보며, 짬뽕과 짜장면으로 식사를 하고, ‘대한민국최남단비’에서 기념사진 찍고, 독특한 모양의 성당 앞에 나를 세운다.

나무 한 그루 제대로 없는 마라도. 원래는 숲이 울창했으나, 1883년 처음 들어온 이주민들이 농지개간 와중에 모두 불태워졌다고 한다. 지금은 농사를 짓지 못하고 관광업에 의존하는 주민 90명만 남아있는 섬.

마라도에서 바라보는 저 바다가 그냥 제주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뭐가 다를까? 다르다고 한다면, 저 물결 너머는 더 이상 우리 땅이 없다는 그런 느낌이 아닐런지… 그래서일까? 마라도에서 바라보는 저 물결은 우리 것이 아닌 남의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갑자기 이 마라도 마저도 낯설어지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이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찾아오는 발길에 의해 생존을 맡겨야 하는 섬주민, 빗물을 받아 저장하는 식수도 부족에 육지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며, 전기도 태양열로 자급자족해야하는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과거 이 곳에 처음 들어온 사람들은 본토의 삶이 어땠길래 이 조그마한 섬까지 찾아와야 했을까? 중심부에서 밀려나고 또 밀려난 삶은 이곳에 처음온 조상들이나 지금 여기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이나 매한가지일 것이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물어본다. 지금 내가 서 있는 마라도에 있는 모든 것들을 우리의 일부로 느끼고 있는가? 아니면 ‘대한민국최남단’이란 표지에 발을 찍고 사진 찍고 그대로 돌아서 버리는 남의 것으로 여기고 있는가?

남방의 태풍자락을 맨 먼저 맞아야 하는 주변인들의 하루하루가 이 나라 주변으로 밀리지 않고 나라의 중심으로 들어오길 기도하며, 이 분들이 만든 짜장면을 먹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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