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나누기] 대안교육을 통해 연결하고 연대하다

 

 

글: 백승연(노동당 경기도당 중부지역위원회 당원)

 


 

대안교육기관 ‘더불어 가는 배움터길’ 을 만나다

 

사람의 인생에서 ‘교육’이라는 부분은 한 사람의 삶을 좌우할 만큼 엄청나게 큰 역할을 하는데, 나에게 교육은 곧 학교였다. 나는 초중고 12년을 개근 할 정도로 성실하게 학교에 다녔다.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은 후 아이가 학교 갈 시기가 되어 학교를 보낼 때까지도 으레 꼭 가야 할 ‘학교’였기에 내가 선택할 권리가 있는 줄 몰랐다.

 

어쩌다 시작한 평등교육실현을위한 학부모회 활동으로 ‘일제고사 반대’ 투쟁을 하면서 시험을 거부하고 큰 아이와 함께 광화문 체험 현장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를 만난 건 운명의 수레바퀴가 방향 전환을 하는 사건이었다. 실제 체험현장에서 어떤 아이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놀랐고, 학교를 거부한 이유와 그 후의 삶에 대해 엄청 궁금하였다. 그러다가 일반 학교가 아닌 대안교육을 하는 곳을 알게 되었고 수많은 갈등 속에서 결국 대안교육을 선택하게 되었다. ‘더불어가는배움터길(이하 배움터길)’에 다니기 위해 삶의 터전이었던 안산을 떠나 의왕으로 이사까지 오게 되었다.

 

 

배움터길의 철학은 ‘지역의 학교, 공공의 학교’이다. 학생과 교사, 부모의 삶과 배움이 함께 있는 ‘관계’로서의 학교,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광장’같은 학교, 서로 다른 문화가 섞이고 어울리는 ‘공동체’로서 학교를 지향하고자 한다. 배움터길은 한 학년 정원이 15명이고 전체가 50명 좀 넘는 아주 작은 학교이다. 작은 학교이고 교육과정이 입시교육을 하지 않고 시험을 보지 않는 학교이다.

 

우리 가족은 자녀교육이 경쟁에서 빗겨나가니 일상생활이 많이 변했고 특히 아이랑 싸울 일이 별로 없었다. 큰 아이는 초등학교를 무난히 다닌 거 같았는데 바쁜 부모가 돌보지 않는 사이에 내면의 상처가 많았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냥 묻어두지 않고 청소년기에 큰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기에 힘들어하던 큰 아이도 서서히 적응하면서 학교를 졸업하면서 “엄마가 나를 대안학교에 보내주어 감사하다”라고 하였다.

 

 


 

연결하고 연대하다

 

2011년 배움터길에 입학하고 보니 모든 교육비를 학부모의 돈으로 운영하고 있고 국가나 지방자치로부터의 지원은 거의 없었다. 미인가 대안학교로 분류되어 급식비 지원도 못 받고 ‘학교’라는 명칭도 사용하면 안 되는 곳이었다.

 

 

불법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의 대안 교육기관 중에 광주광역시에서 최초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조례’를 제정하게 되었고 이것이 전국으로 확대되어 의왕 지역에서도 2013년부터 조례 제정 운동을 하게 되었다. 조례를 만들면서 상위 법이 없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대안교육에 대한 법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하면서 마침내 2021년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까지 제정하게 되었다.

 

 

처음 큰 아이가 배움터길에 입학할 때에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였지 나와는 상관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안교육 기관은 결코 학생과 부모의 삶이 동떨어진 곳이 아니다. 교육이 바뀌면 삶이 바뀌는 것이다. 배움터길에 다니기 위해 부모가 맡아야 할 역할을 충실히 하다 보니 내 삶이 풍요로워졌고 무엇보다 큰 아이가 청소년 시기를 무난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금기시되었던 부모들의 학교 안의 출입이 대안학교는 자유로웠고 학교 운영에 관여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부모의 모습을 아이가 보았고 또 부모가 아이의 학교생활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우리 가족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내가 대안교육 운동을 하는 가장 큰 동력은 이렇게 좋은 대안 교육의 문턱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료를 낮추고 대안학교의 사회성을 확보하여 더욱 많은 학생이 배움의 장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스스로 배움의 길을 열어가는 자기 주도적 학습의 경험과 한 발 한 발 자기 뜻과 속도대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 대안교육기관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대안교육 안팎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나는 그 길에 아직 서 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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