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금] 이윤보다 생명을, 우리가 지킨다!

 

 

세연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경기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노동당 경기도당 공동위원장)

 

 

 

지난 4월 25일,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경기운동본부’(이하 중없세 경기운동본부)가 출범했다.

 

이전에도 지역에서 중대재해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 시민사회단체나 정당, 노동조합들이 모여 그 사안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으로 실천활동을 진행한 역사가 있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이나 유해가스누출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투쟁했던 것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발전비정규직 노동자 故김용균님 산재사망 등으로 인해 안전한 사회와 건강한 일터를 요구하는 사회적 여론이 높아지면서 지역사회에서도 안전문제에 대한 상설공동체 구성 등의 논의가 시작되기는 했으나 큰 진전은 없었다. 그러던 중 2019년, 청년노동자 故 김태규님이 수원의 건설현장에서 출근한지 3일 만에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그저 흔하디 흔한 건설현장에서의 죽음 중 하나로 보고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족들이 가족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고, 그 결과 이 사건을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하게 되었다.

 

2019년 5월, ‘故김태규님의 산재사망 대책회의’가 꾸려지고 1년 3개월 동안 12차례의 기자회견, 백일이 넘는 일인시위, 1주기 추모주간 실천 등의 공동투쟁을 진행했다. 이 사건은 안전시설 미비, 경찰의 부실한 수사, 검찰의 늦장 대응, 하청사에 대한 원청의 책임전가 등 비극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려고 하는 중대재해사건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진보정당들의 노력과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유족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중대재해 책임자에 대한 실형이 선고되는 작지만 소중한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故김태규님의 산재사망 대책회의’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대응을 넘어 좀 더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2020년 9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경기운동본부’로 전환했다. 전국적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운동이 벌어지고 유족들의 노숙농성 등의 성과로 2021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고 2022년 1월 시행되었다. 내용적으로 많이 부족하기는 했으나 ‘중대재해처벌법’은 반복되는 중대재해가 노동자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재벌과 대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목숨이 짓밟히는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범죄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확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법은 시행되기도 전부터 자본과 정권의 무력화 공격이 이어졌다. 특히 윤석열 정권은 노골적으로 자본의 편을 들면서 대대적인 법개악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전국적으로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가’ 출범해서 활동을 진행하고 있고 이번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경기운동본부’도 이러한 맥락 속에서 출범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5개월이 지났다. 중대재해는 더욱 늘어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122,713명으로 전년보다 7,635명 늘었고 사망자는 2,223명으로 143명이 증가했다.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의 70%가 50인 미만 작은 사업장 소속이었다. 사고로만 놓고 보면 전국적으로 87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는데 이중 1/3에 달하는 256명이 경기도에서 죽었다. 2023년 경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은 경기도 교육청으로 선정됐다. 경기도 학교급식노동자 건강검진 결과 125명의 노동자가 폐암으로 의심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일반인들의 폐암발병률에 비해 300배가 넘는 높은 수치다. 중대재해사망사건이 기업에 의한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살인이라면, 경기도 교육청은 아이들을 키우는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계속 죽이고 있는 것이다. 이 죽음을 멈춰야 한다.

 

 

오늘도 7명의 노동자가 일터로 출근했다가 집으로 퇴근하지 못한다. 우리 중 누군가는 수학여행을 가다가, 축제를 즐기다가, 다리를 건너다가, 공사현장 곁을 지나다가 느닷없이 사고를 만나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이 사고가 발생하도록 방치한 정부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자와 시민을 죽음으로 이르게 한 자본을 적극적으로 돕는 공범이다. 결국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함께 싸워야 한다. 중없세 경기운동본부가 지역에서부터 그 싸움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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